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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탐독] 폭력의 상징이 된 식물들
  • 환경과조경 2018년 3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독을 품은 숲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1982년 만화로 발표되었다. 이후 1984년 애니메이션 영화로 상영된 후 지금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꼽힌다. 나우시카라는 이름은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에 등장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나우시카를 구상할 때 SF 소설의 대가 어슐러 르 귄Ursula Le Guin의 『어스시의 마법사The Wizard of Earthsea』를 비롯해 톨킨의 『반지의 제왕』 등 많은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가장 크게 영향 받은 것은 조국 일본 미나마타 해안의 급격한 오염이었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오염이 곧 인류에게 가장 큰 위험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나우시카는 환경 오염과 인간이 일으키는 전쟁에 대한 반대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 어느 시점인지 알 수 없는 미래로부터 천 년 전, 인간은 대전쟁을 일으킨다. 그리고 인류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개발해서는 안 되는 살인 무기, 거인병까지 만들어낸다. 이 거인병은 결국 7일간 지구를 잿더미로 태우며 전쟁을 끝낸다. 전쟁의 결과 그 어떤 자의 승리도 없었다. 인류의 반 이상이 죽었다. 나머지도 황폐화된 환경 속에 독을 뿜는 균과 거대 갑각류 곤충의 등장으로 방독면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천 년이 흘렀지만 인류는 여전히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전쟁을 막고 오염된 지구를 살리면서 그 안에 살고 있는 거대 곤충과 함께 인간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는 소녀의 이야기다. 나우시카는 인간이 오염시킨 흙에 의해 균이 독을 뿜어내게 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를 통해 소녀는 오염되지 않은 흙과 공기만 있다면 균이 더 이상 독을 뿜어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빠진 모래 무덤 밑 지하에 맑은 공기와 물이 있음을 발견한다. 결국 답은 나무에 있었다. 나무가 뿌리로 흙의 오염 물질을 빨아들인 뒤 정화하고 죽어서 지구의 환경을 돌려놓고 있는 중이었다. ...(중략)...

 

오경아는 방송 작가 출신으로 현재는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Essex) 리틀 칼리지(Writtle College)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박사 과정 중에 있다. 『시골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외 다수의 저서가 있고, 현재 신문, 잡지 등의 매체에 정원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집필 중이다.


* 환경과조경 359호(2018년 3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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