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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설계하는 법] 이중성
  • 환경과조경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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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현, ‘공익근무요원’

 

나는 아직 남들과 공유할 수 있을 만큼의 원숙한 설계 노하우를 체득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설계하는 법은 꽤 오랜 기간 몸담았던 순수 예술이라는 영역, 함께 일하는 다양한 분야의 동료들, 스튜디오 MRDOStudio MRDO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의 확연한 작업 방식 차이 등에서 비롯한 다중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이번 호에서는 그동안의 작업에서 예술과 설계라는 다른 두 분야가 서로 간섭했던 흔적들을 소개하고, 두 영역의 교집합과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조소과 재학 시절 인접 분야의 수업을 두루 들어보던 중 조경이라는 학문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 나에게 조경은 핸드 드로잉보다 훨씬 세련된 컴퓨터 드로잉으로, 외국에서 실무를 마치고 귀국해 설계 쪽 일을 하는 사람들의 화려함으로 인식되었다. 조경의 일부만을 피상적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자연과 시스템 그리고 예술의 조합이라던 이 분야는 쿨한 창작을 하면서 동시에 규칙적인 보수도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자, 순수 예술이나 건축과 비교할 수 없는 블루오션으로 비춰졌다. 막연한 예상과 현실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물론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10년간 조경, 특히 조경 설계를 알아가면서 노력만큼 대가가 따르지 않는다고 느낀 적은 있었을지언정 그때의 착각이 큰 실수였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만일 내가 미술에 조경을 더함으로써 하나 이상의 프레임으로 디자인적 사고를 하는 디자이너라면, 미술만 할 때보다 창작에 있어서 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면, 그때의 성급했던 결정은 역설적이게도 보다 넓은 풀pool을 만나게 해 준 고마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중략)...

 

전진현은 스튜디오 MRDO(Studio MRDO)를 공동 설립해 조경뿐 아니라 더욱 확장된 영역에서 디자인을 실험·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조소과 졸업 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하버드 GSD에서 조경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GSD 입학 전 신화컨설팅에서 근무했고, 현재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조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보더스: DMZ 지하 대중목욕탕(Borders; Korean DMZ Underground bath house Competition), 세종대로 역사문화공간 설계 공모, 서울 도시 디자인 공모전 등 다수의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www.studiomrdo.com

 

* 환경과조경 351호(2017년 7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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