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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을 위한 변화의 시작
백남준아트센터, ‘생태감각’ 전
  • 환경과조경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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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 ‘속삭임과 잠의 도서관’, 가변 크기, 사운드 설치, 2019. 관람객은 테이블 아래 마련된 공간으로 들어가 멸종 위기 식물 자생지에서 녹음한 소리를 듣게 된다.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

 


“TV는 환경이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TV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았다. 식물이 물과 공기, , 영양소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TV도 전기가 있어야 작동한다는 관점에서다. 이러한 사유는 그의 몇몇 작품에서 또렷하게 드러난다. 수풀 속에 작은 TV를 여러 개 설치해 생태계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한 ‘TV 정원’(1974), 33개의 TV4m 높이의 나무 모양으로 쌓아올린 사과나무’(1995)가 그 예다. 그에게 미디어는 곧 생태계고, 생태학은 특정 학문이 아닌 하나의 세계관이었다. 미디어생태학적 관점을 토대로 그는 미디어 기술의 발전이 인류 발전은 물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5일부터 922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 생태감각전은 생태학에 대한 백남준의 철학과 비전을 토대로 기획된 전시로, 오늘날 인간의 편향된 감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은 사용자의 취향을 파악해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선호하는 정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편리하지만, 미디어가 제공하는 감각만을 소비한다고도 볼 수 있다. 자본화된 미디어가 우리의 감각을 제한하는 사이 미세 먼지, 쓰레기 산, 플라스틱과 방사능으로 오염된 바다는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전시는 이렇게 편향된 감각을 가진 인간에게 계속 지구의 미래를 맡겨두는 것이 정당한지, 지구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인간이 가져야 할 새로운 태도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설치물, 사진, 영상 등 열여덟 점의 작품은 자연에 미친 인간의 영향력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지구에 살아가는 다양한 서식자의목소리를 들려준다. 정원에 사는 식물부터 곤충, 깊은 숲 속의 버섯과 미생물, 바다 속 문어, 인간 역사를 함께 한 소와 개, 기술의 오랜 재료인 광물까지, 사람을 제외한 무수한 존재와 감응하며 그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8(201910월호) 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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