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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도시 평양, 눈으로 걷기] 살아 있는 도시 박물관 평양의 미래
  • 환경과조경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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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는 역사적 흔적이 시간 순서대로 쌓여 있다. 북한의 수도 평양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판단과 관계없이 도시는 그 자체로 시간을 담은 물리적 공간이기 때문에 존중되어야 한다. 비록 다른 이념적 기반 위에 세워져 그 모습이 낯설고 때로는 거부감이 느껴지더라도 말이다. 언젠가 평양의 도시와 환경에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모든 것을 새롭게 구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역사적 기록물인 기존 도시 구조를 유지하되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방향으로 도시 공간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사회주의 도시계획으로 구현된 평양은 자본주의 도시 서울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역사의 일부이자 자산이다. 특히 평양은 사회주의 도시 중에서도 이상적인 모델로 여겨진다. 서울과 대비되는 평양의 특성은 외국 관광객이 보기에 매력적일 수 있으며, 두 도시를 함께 방문하는 것은 흥미로운 체험이 될 것이다. 평양은 다른 자본주의 도시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공간 구조로 이루어졌는데, 어떤 부분은 도시계획 측면에서 상당한 장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북한의 지구 단위 계획, 풍부한 공원 녹지, 상징적 공간, 경관 축 등을 잘 발전시켜 활용하면 도시를 보다 풍부하게 경험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평양 본연의 도시적 맥락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사회주의 체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도시 박물관으로서 평양을 제안한다.

 

공간의 연결성 향상: 도시에 생명력 불어넣기

도시 공간의 분절은 지역 간 활발한 교류를 막는다. 도시에 피를 통하게 하고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단절된 공간을 서로 연결해야 한다. 도시 내부 네트워크의 연결성을 향상해 공간 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공간의 단절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언덕이나 하천 등 자연 지형지물로 인해 분절되기도 하며, 도로나 철도 등의 교통망으로 지역이 나뉘기도 한다.


평양에서 눈에 띄는 단절의 원인으로는 철도망을 들 수 있다. 일제 식민지기부터 철도는 주요 산업 시설을 잇는 중요 교통망이었기 때문에 평양 시내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다. 평양역을 중심으로 동쪽은 중요 정부 기관이 밀집된 중구역이고, 서쪽은 산업 시설이 모여 있는 평천구역이다. 철로에 의해 분절된 두 공간은 그 성격도 매우 다르다.


서울 연남동의 경의선 숲길에 가보면 철로가 놓였던 공간이 공원화되면서 주변 환경이 매력적으로 전환된 것을 볼 수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 선형 공원을 조성했을 뿐인데, 가로 주변으로 활력이 생겨나 이전과는 다른 명소로 탈바꿈했다. 이같이 공간의 연결성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도심의 인구가 밀집된 지역일 경우 그 효용 가치는 더욱 크다.


평양역을 지나는 철로는 남북 방향으로 길게 뻗어 동서 간 단절을 심화한다. 만약 역 주변의 철도 차량 기지를 외곽으로 이전하고 고속 철도를 지하에 새로 건설한다면, 이 지역의 공간적 특성을 크게 바꿀 수 있다. 평양역과 주변 공간을 포함하는 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주거, 상업, 문화, 컨벤션 시설 등을 갖춘 복합 지구로 개발하는 것이다.


또한 평양은 강의 도시라 할 수 있다. 넓은 대동강이 S자 모양으로 평양 시내를 관통하며, 지류인 보통강도 도심을 휘감고 있다. 대동강 서편, 보통강 동편은 고구려 시대의 평양성(북한국보 제1)이 위치한 지역이며 현재도 평양의 중심이다. 따라서 평양 시내에는 강에 인접한 공간이 많으며, 이러한 수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도시 경관은 물론 사람들의 공간 체험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3(20195월호) 수록본 일부

 

민경태는 연세대학교에서 건축공학 학사 및 도시설계 석사,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경제·IT 전공으로 북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에서 신기술 소싱, 기술벤처 투자, 해외 공공 기관 협력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재단법인 여시재에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서울 평양 메가시티(2014), 서울 평양 스마트시티(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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