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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젊은 아시아 조경가들의 참신한 도전
  • 환경과조경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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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은 태도와 작업 방식의 참신함이다. 참신(斬新)의 뜻을 사전에서 확인해 봤다. 새롭고 산뜻함. 그런데 참(斬)자의 유래가 예사롭지 않다. 고대 중국에서 죄인을 죽이던 극형 틀인 수레와 도끼로 이루어진 글자다. 참신이란 과거를 도끼로 치는, 완벽한 단절을 뜻하는 말이다. 참신함을 유지하는 일은 더 어렵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참신은 진부가 된다. 진부陳腐. 사상, 표현, 행동 따위가 낡아서 새롭지 못함. 썩은 고기를 남들 보라고 전시한다는 뜻이다. 어렵게 구한 고기를 자랑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꺼내 보여주다 보면 고기는 썩고 악취가 난다. 고기 주인은 썩은 고기에 익숙해져 고약한 냄새가 나는지도 모른다.”

 

젊은 조경가들의 좌충우돌 창업기를 다룬 특집 설계사무소를 시작한다는 것을 실었던 20165월호 에디토리얼에서 몇 구절을 다시 꺼냈다. 마감 전쟁을 치르는 편집실을 뒤로하고 참석한 베이징의 한 워크숍에서 만난 아시아 여러 나라 젊은 조경가들의 공통점도 새로움을 위해과거를 도끼로 치는참신함이었다. 호주 멜버른 대학교의 질리안 월리스 교수와 RMIT의 하이케 라만 교수가 기획·주관하고 중국 투렌스케이프(Turenscape)를 이끄는 세계적 조경가 콩지안 유가 후원한 워크숍 빅 아시안 북(Big Asian Book): 조경의 새로운 실천’. 내년 봄에 낼 조경 설계+이론책을 기획하기 위해 홍콩중문대의 스탠 풍, 베이징대의 즈팡 왕, RMIT의 알반 매니시와 야지드 닌살람, MIT의 도로시 탕, 워싱턴대의 제프 호우 등의 이론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이번 모임의 핵심은 이 책에 수록할 혁신적 아시아 프로젝트들을 발표하러 베이징으로 날아온 젊은 조경가들이었다. 서울의 오피스박김, 상하이의 Z+T, 선전의 Lab D+H, 도쿄의 오버랩(Overlap), 싱가포르의 샐러드 드레싱(Salad Dressing), 방콕의 SHMA의 참신한 조경 작업은 식민지 근대화와 파행적 도시화의 유산, 전통에 대한 강박과 피로, 서구에서 수입된 조경 직능의 불안정한 영역과 세대 갈등, 글로벌 경제 시스템으로 인한 외국 스타 조경가들과의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었다.


이들과 아시아 조경의 정체성과 미래를 토론하며 보낸 사흘 내내, 기성의 체제가 남긴 똑같은 숙제를 풀고자 참신한 좌표를 모색하며 분투하고 있는 한국의 젊은 조경가들이 떠올랐다. 특집 조경가로 자라기(20147월호), ‘설계사무소를 시작한다는 것(20165월호), ‘따로 또 같이, 느슨한 연대를 실천하다(’20185월호)를 통해 환경과조경이 주목해 온 젊은 조경가들, 그리고 오늘도 밤을 밝히며 한국 조경의 내일을 설계하고 있는 이 시대 이 땅의 많은 젊은 조경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기존의 영역과 기성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모든 경계에서 꽃을 피워가기를, 진부함을 경계하고 참신함을 이어가며 한국 조경의 새로운 50년사를 열어가기를 기원한다.

 

1월호의 김호윤 소장(조경설계 호원)특집에 이어, 이번 2월호에는 환경과조경이 주최한 1회 젊은 조경가공동 수상자인 이호영·이해인(HLD)소장을 특집으로 담았다. 치열한 리서치와 치밀한 디자인을 가로지르며 개념과 실제 설계의 간극을 넘어서고자 하는 이호영·이해인 소장의 참신한 작업들, 큰 반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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