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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설계하는 법] 스케일
  • 환경과조경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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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잠시 숨을 고르는 차원에서 본 연재의 흐름을 다시 짚어 보자. 나는 설계의 구성 요소를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세 차례의 연재를 통해 각각의 범주에 속하는 요소에 대한 나의 설계 관점을 공유하고자 한다.1첫 번째 범주에는 분위기, 맥락, 주제와 같이 개념적인 요소가 속한다.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요소는 스케일, 형태, 비례, , 질감과 같이 개념적인 동시에 실재성을 갖는 것들이다. 세 번째 범주에 속하는 요소는 식물, , 온도, 습도, 바람 등과 같이 공간을 구성하는 실재적 재료다. 공간을 짓는 일은 종종 글을 쓰는 일에 비유되곤 하는 데, 앞서 예시한 요소 중 세 번째 범주에 속하는 것은 글을 구성하는 어휘(단어)에 해당한다. 그리고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요소는 어휘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문법 내지는 어투라고 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아직 설계가로서의 독창적인 어투를 만들지 못했다. 아마도 많은 젊은 설계가가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스타일2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연재에서는 두 번째 범주에 속하는 요소 중 최근에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스케일에 대해 집중하여 다루고자 한다.


스케일

이 드로잉은 스케일이 안 맞다또는 이 공간은 스케일이 잘 맞다’. 설계 수업을 들은 적 있는 학생이라면, 한 번쯤 이와 비슷한 코멘트를 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스케일이란 무엇일까? 흔히 우리는 스케일을 크기나 치수라고 이해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스케일은 모든 공간 구성 요소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작은 정원을 예로 들면, 정원의 규모, 그 안에 놓인 나무와 꽃의 크기, 산책로의 폭, 그것을 포장 하는 재료의 크기와 패턴, 산책로 옆에 놓인 벤치의 적절한 높이 등을 결정하는 일이 모두 스케일 이슈에 해당한다.

 

그런데 과연 스케일을 단순히 크기나 치수라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까? 건축가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는 이에 대해 조금 다른 관점을 이야기한다. 그는 스케일 이라는 표현 대신 친밀함의 수준3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의 표현은 크기나 치수에 집중하는 기존의 스케일에 대한 관점을 확장시킨다. 이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서, 크기뿐만 아니라 공간이 나와 떨어진 거리, 근접성, 공간이 나에게 전달하는 감정적 요소(편안함, 압도감, 친밀함 등)를 포함한다...(중략)...

 

 **각주 정리

1. 논의의 자세한 취지와 방향은 연재 1회차(환경과조경20187월호, pp.94~101)를 참고 바란다.

2. 문학 작품에서 작가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이나 구성의 특질,

표준국어대사전, 2018.

3. Peter Zumthor, 장택수 역, 분위기, 나무생각, 2013, p. 49.

 

환경과조경 364(2018년 8월호수록본 일부 

 

최재혁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조경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정원과 조경 설계 실무를 익혔다. 수상 경력으로 제8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대상, 3회 대한 민국 신진조경가 대상 설계공모전 대상, 2017 코리아가든쇼 대상 등이 있다. 2017년 한강예술공원 시범사업의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같은 해 스튜디오 오픈니스(Studio Openness)를 창업하여 생태적 관점을 바탕으로 정원, 공공예술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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