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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TH STREET BRIDGE PARK DESIGN COMPETITION
  • 조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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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시가지, 거리, 주거지 등이 격자 모양으로 잘 정돈된 워싱턴 D.C.는 미국의 민주주의 이념을 도시계획을 통해 구현한 도시로 유명하다. 백악관, 펜타곤, 연방 의사당 등 미국의 주요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수많은 국가 기념물과 박물관, 미술관 등이 모여 있는 워싱턴 D.C.는 미국 상류 계층이 이끄는 고급 문화의 중심지이지만 이 격조 높은 도시에도 명암은 있다. 중·상류층 백인이 인구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 시민의 과반수는 인종차별이 없는 연방정부 기관에서 일하기 위해 수도로 몰려온 흑인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히스패닉계 이주자의 수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호화 주택이 늘어선 조지타운 부근의 서부 지역과 북서부 외곽 지역에는 중·상류층 백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지만 애너코스티아 강 남동쪽 지역Anacostia과 시의 북동부 지역에는 히스패닉과 흑인이 주로 거주하고 있어 한 도시 안에서도 구역 간에 인종과 계층의 구별이 뚜렷하다. 포토맥 강과 애너코스티아 강이 합류하는 지역에 자리한 이스트 포토맥 공원 단지 인근은 원래 흑인 빈민가 구역이었지만 도시 정비 사업에 의해 중·상류층 아파트와 연립주택이 들어서며 백인 거주 지역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에 따라 원래 이 지역에 거주하던 흑인 주민들은 시의 북동부 지역과 애너코스티아로 밀려나게 되었다.

11번가 브리지 파크11th Street Bridge Park가 들어서게 될 지역은 애너코스티아 강을 사이에 두고 북서 강변으로는 국회의사당이 있는 캐피톨 힐Capitol Hill과 남동강변으로는 저소득층의 흑인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애너코스티아와 접한다. 단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이지만 두 지역 간의 문화적·계층적 이질감은 뚜렷하다. 미국 주요 정부 기관과 미술관, 박물관 등이 몰려 있는 캐피톨 힐은 깨끗하고 선진적인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애너코스티아 지역은 워싱턴 D.C.에서 가장 범죄가 많고 더러운 지역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지역 주민이 직접 구상한 설계 원칙과 프로그램 요소 11번가 브리지 파크 프로젝트는 바로 이 두 지역의 교류와 상호 발전을 위해 구상되었다. 오래된 11번가 브리지 옆에 새로운 다리가 놓이면서 기존의 다리는 교각만 남기고 철거되었다. 11번가 브리지 파크는 이 기존 교각 위에 지어진다. 총 길이는 900피트로 미식축구 경기장 3개를 이어놓은 길이와 맞먹는다. 현재 교각만 남아 있는 이 미래의 공원에 지역 주민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 총 2,500만 달러로 추산하는 총공사비용 중 1,450만 달러는 시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비용은 시민들의 모금 캠페인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아직 모금 캠페인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목표액의 약 15분의 1에 해당하는 백만 달러가 이미 개인과 단체의 후원을 통해 모였다. 또한 11번가 브리지 파크는 이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움직임과 맥락을 같이 한다. 워싱턴 D.C. 정부와 함께 이 공모전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주최한 비영리단체 ‘Building Bridges Across the River at THEARC’는 애너코스티아 워드8 지역에 있는 타운 홀 에듀케이션 캠퍼스Town Hall Education Arts Recreation Campus(THARC)를 운영하며 낙후된 애너코스티아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교육·문화·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Building Bridges Across the River at THEARC는 인근 지역의 종교 지도자, 사업가, 교사, 단체장 등의 지역 주민과 함께 200회에 가까운 회의를 통해 공원의 설계 원칙과 필수 프로그램, 추구 가치 등을 구상했다. 이들이 직접 작성한 설계 원칙과 필수 프로그램은 공모전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도시를 하나로 묶을 것Stitch together the city’, ‘강을 주민들의 삶에 끌어들일 것Engage the river’, ‘시민의 건강 수준을 높일 것Elevate public health’ 등 13개 조항으로 구성된 설계 원칙과 공연장, 환경 교육 센터, 21세기형 놀이 공간, 공공 예술공간, 카약·카누·외륜선 선착장, 카페·레스토랑, 오픈 스페이스 등 7개 필수 시설은 심사의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었다.


당선작, 애너코스티아 크로싱

지난 3월 20일 공식적으로 발표된 공모전에 80여개의 회사로 이루어진 41개 팀이 참가 신청했고 심사위원은 이중 조경가와 건축가로 이루어진 6팀을 선발했다. 심사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중 네 팀Balmori Associates/Cooper, Robertson & Partners, OLIN/OMA, Stoss Landscape Urbanism/Höweler + Yoon Architecture, Wallace Roberts & Todd/NEXT Architects이 2단계에 진출했다. 2단계에 진출한 네 팀은 4개월간 최종 디자인 작업을 거쳤고 지난 9월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대중에게 결과물을 발표했다. 발표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도 약 2주간 진행된 결선 진출 팀의 패널 전시회를 통해 결과물을 확인하고 시민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지난 7개월간 진행된 공모전을 통해 10월 16일, OMA와 OLIN의 ‘애너코스티아 크로싱Anacostia Crossing’이 당선작으로 발표되었다. 애너코스티아 크로싱은 직설적이지만 강한 상징성을 띄는 ‘X’자 형태의 공원이다. OMA와 OLIN은 공원의 각 구역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촘촘히 배치해 X자의 형태를 기능적으로도 완결성 있게 제시했다. 애너코스티아 크로싱은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11번가 브리지 파크프로젝트의 디렉터 스콧 크라츠Scott Kratz는 “OMA와 OLIN의 디자인 콘셉트는 양 강변 인근의 주민들과 도시 전역의 시민들이 요청한 아이디어를 단순하고도 명쾌하게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애너코스티아 크로싱에 대해 “수도의 상징적인 구조물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고 인근 커뮤니티를 새로운 공간으로 초대해 역사적으로 분절되어 있던 두 지역을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워싱턴 D.C.는 미국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구역이 방사형으로 잘 정돈된 계획도시다. 백악관이나 연방대법원이 아닌 국회의사당을 그 중심에 두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정신을 담아낸 도시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국회의사당을 ‘정점’으로 도시 내의 주요 기관과 시설이 편재되었다는 점에서 구역 간의 수직적인 구조가 강력하게 나타난 도시이기도 하다. 이후 개정되기는 했지만 1899년 어느 건물도 의사당보다 높게 짓지 못하도록 규정한 건물 고도 제한법Heights of Building Act으로 인해 오늘날 워싱턴 시의 스카이라인은 의사당을 중심으로 낮고 넓게 퍼진 형태다.1 애너코스티아 크로싱은 이 경직된 분위기의 도시에 들어서는 첫 번째 ‘고가 공원’이다. 구름판 형태의 공원은 시민들을 높이 들어 올려 서쪽으로는 국회 의사당을, 동쪽으로는 흑인 노예 해방 운동가 프레더릭더글라스의 생가가 있는 애너코스티아 지역을 바라보게 한다. 시민들은 11번가 브리지 파크를 통해 애너코스티아 강 만큼이나 깊은 인종과 계층의 강을 건널 것이다.

 

 

WinnigProposal Anacostia Crossing

OMA / OLIN


Finalist Bridge Park

Balmori Associates / Cooper, Robertson & Partners


Finalist The Crossing

Stoss Landscape Urbanism / Höweler + Yoon Architecture


Finalist Anacostia Landing

 

Wallace Roberts & Todd / NEXT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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