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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밀레니얼의 슬기로운 도시생활
  • 배정한 (jhannpae@snu.ac.kr)
  • 환경과조경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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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1997년을 강타한 DJ DOC의 노래 ‘DOC와 춤을을 기억하는가. X세대 악동들이 꿈꾼 일탈은 불과 20년 만에 평범한 일상이 됐다. 이제 양복 입고 넥타이 매는 사람은 정치인밖에 없다. 아니면 목사. 밀레니얼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X세대의 다음이라는 의미로 Y세대, 정보기술IT에 친숙하다는 뜻에서 테크세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는 밀레니얼의 습속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별명이다. 세대의 경계선에 대해선 의견이 조금씩 다른데, 2018뉴욕타임스는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연구를 인용해 1981년에서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인구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정의했다. 밀레니얼의 큰언니 81년생은 올해 불혹이고, 막내 96년생은 취업난에 고민하는 스물다섯이다. 이들은 자라면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급성장하는 시기를 겪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IT와 모바일이 이미 발달한 1997년 이후에 출생한 세대와는 구별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밀레니얼은 2018년 기준 세계 인구의 4분의 118억 명에 달한다. 2020년에는 전 세계 노동 인구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소비력에서도 X세대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5년이 되면 국내 핵심 노동 인구의 83%가 밀레니얼 세대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밀레니얼은 도시를 어떻게 바꿔나가고 있는가.

 

이달의 특집 밀레니얼이 만드는 도시는 밀레니얼 세대가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도시를 경험하는 기준, 도시를 제작하는 풍경을 두루 진단한다.도시의 재구성(이데아, 2017)의 저자 음성원(도시건축 전문 작가)은 이번 특집에서 이전 세대와 뚜렷이 다른 디지털 네이티브의 성향을 살펴보고 그들이 선호하는 도시 공간의 특징을 조감한다. 입소문과 언론 기사에 의존하던 도시생활과 장소 정보의 유통 경로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로 대체되면서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밀레니얼이 장소를 소비하는 행태에 영향을 미친다. 사진으로 공유할 만한 가치가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핵심 열쇠다. 규격화된 아파트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오래된 골목길에서 이국적 매력을 느낀다. ‘~로수길‘~리단길의 레트로 열풍은 비일상의 신기함을 찾는 밀레니얼의 취향을 단적으로 반영한다.

이아연(셰어하우스 우주 부대표)은 소유보다 경험이 중요한 밀레니얼의 생활 방식에 주목한다. 부모 세대보다 가난하게 살 운명을 역사상 처음 타고났다는 밀레니얼은, 주거 공간을 자산으로 소유하는 것을 포기하고 즐기기 위한 서비스 품목으로 보기 시작했다. 셰어하우스와 코리빙을 비롯한 다양한 공유 주거, 여행자처럼 옮겨 다니는 단기 임대 등 이전과 다른 형식의 유연한 주거 공간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이유다. 소유에서 해방된 선택과 경험, 혼자 살고 혼자 일하는 밀레니얼이 도시를 살아가는 방식이다.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파람북, 2019)로 주목받고 있는 경신원(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 대표)은 특집 지면을 통해 재생과 내몰림의 갈림길에 선 밀레니얼 세대의 도시 문제를 짚는다. 베이비부머와 X세대를 넘어 최대 소비 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은 독립 서점, 부티크 호텔, 예약제 원 테이블 식당 등 비주류적 생산과 소비를 유행시켰고, ‘내 스타일의 사업을 꾸리며 도시 공간과 문화를 재편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글로벌 감각과 아날로그 감성은 외면과 방치의 상징이던 강북의 골목길을 핫플레이스로 변모시켰다. 그러나, 경신원이 예리하게 진단하듯, 밀레니얼 소상공인들은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한 내몰림을 당하고 있고 그들이 활성화시킨 골목길 상권도 정체와 쇠퇴의 경로를 차례로 밟고 있다.

도시와 밀레니얼의 함수 관계를 짚어보는 것에 더해, 이번 특집은 도시의 기획과 운영, 제작과 재생을 횡단하며 도시 비즈니스의 새로운 지평을 꿈꾸고 있는 밀레니얼 그룹들을 소개한다. RTBP, 공유를위한창조, 어반베이스캠프, 더웨이브컴퍼니, 천안청년들, 빌드, 어반하이브리드. 이들이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에서 밀레니얼이 바꿔나가고 있는 도시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특집을 기획한 윤정훈 기자는 이들 그룹의 원조격인 어반플레이의 홍주석 대표를 인터뷰했다. 회사 이름처럼 어반플레이Urbanplay는 정책에 의한 재생regeneration보다는 사람에 의한 재생play이 도시재생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여기며, “콘텐츠 중심의 동네 라이프 스타일 서비스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실현하고자 한다.

카페를 만들고 복합 문화 공간을 운영하고 축제를 기획하고 전시회를 열고 동네 잡지를 발행하며 지역 상인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면서 도시를 동분서주 종횡무진하는 어반플레이의 작업 성과를 힐끗 본 뒤 , 재미는 있어 보이는데 좀 정신없지 않아? 얼마나 가겠어, 이래 가지고 도시가 나아질까?”라고 단정한다면, 당신은 도시의 변화에 둔감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는 꼰대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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