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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enscape] 중국의 도시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마이클 소킨
  • 환경과조경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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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의장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닷컴 버블dot-com bubble이 잠재적 가산 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린 광란 상태로 인해 일어난 이상 과열 현상이 아닌지 의구심을 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려가 현재 중국에서도 제기되고 있으며, 중국의 불안정한 경제 성장률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불투명하게 가려진 각종 수치는 신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검증하기도 어렵고, ‘비공식적거래와 현금 은닉 등은 중국의 고질적 병폐다. 거대한 사회 기반 시설, 번쩍이는 스카이라인, 어반 빌리지urban village, 디즈니를 연상시키는 교외, 경제특구에서 아이폰을 찍어내는 계약직 노동자가 머무는 공장 기숙사, 지평선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파트의 행렬, 쉽게 잊혀지지 않는 데다가 설명하기도 어려운 유령 도시의 모습 등이 모여 어지러운 중국의 현실과 세계로 퍼져나가는 중국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15개의 메가시티megacity를 비롯한 중국의 도시들은 일종의 전조이자 경고다. 이 도시들은 놀라운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며 경제 및 물류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역사상 가장 압축된 근대화 과정을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이 이미 경험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급격한 도시화와 견줄 수 있다. 단순히 도시화의 정도와 범위뿐만 아니라 포괄성, 획일성, 라이프스타일의 구체적 지향성, 맞춤식으로 구성된 법률 및 경제적 토대 등에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교외는 자가 주택과 잘 정돈된 잔디밭으로 대표되는 목가적 삶을 상징한다. 또한 원자화된 평등주의에 대한 환상, 매우 희미한 토지 구분 방식, 자동차에 의존하는 삶뿐 아니라 급진적 계급 체계와 인종적 분리를 구현했다. 그리고 중앙 정부는 전역한 백인 참전 용사에게 제공하는 저금리 대출, 고속 도로 등 기반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 세제 혜택 및 금전적 유인책 등의 정책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 수십 년간 새로운 형태와 유형의 중산층이 형성됐고, 미국의 세속적이고 문화적인 양상 또한 변화했다. 교외 지역은 핵가족을 위한 삶의 터전이자 오메가 포인트omega point였고, 핵가족에게는 특정 역할이 주어졌다. 그들에게 주어진 의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억압적 양태를 띄고 사회의 불안정을 촉진했다. 특히 교외에 거주지가 만들어지며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동안 노동력의 일부를 담당했던 다수의 여성은 전업 주부의 역할에 갇히게 되었고, 자녀 양육과 가정 환경 관리를 중점적으로 책임지게 되었다. 반면 대부분이 남성인 교외 지역의 가장들은 통근 생활을 하게 됐고, 이들이 낳은 아이들은 토지의 부동성을 체감하고 결국 미국의 도시로 몰려들었다. 교외 지역으로 인해 초래된 해악은 물리적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집밖에서 벌어지는 활동에 항상 필요한 이동 수단으로서 차량이 가진 압도적 헤게모니는 수십만 평방마일에 달하는 비투수성 지면, 화학 오염, 대규모 사고를 야기했고 통근과 집안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각종 이동 수단과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 부동산 가격 책정은 사회를 더욱 계층화했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며 계층 간 격차가 점차 심화됐다. 교외 지역 모델이 은연 중에 퍼뜨린 도시 생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융통성이 없는 공간-시간 루틴routine, 극도로 비효율적인 토지 이용, 저밀도 지역에 적합한 값비싸고 낙후된 기반 시설의 조성을 초래했다.

의미심장하게도, 미국의 교외 지역은 소비자 시장이 발전하며 나타난 그럴싸한 개인주의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모델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상품이 각기 다른 상표와 약간의 변화를 품고 시장에 등장했다. 교외 지역의 주민들은 약 100평방미터의 부지에 놓인 조지왕조풍, 튜더왕조풍, 목장풍, 현대풍, 통나무집, 루이 14세풍, 바바리안풍Barvarian, 푸에블로풍Pueblo, 캘리포니아풍 등 여러 스타일의 주택에 거주하게 됐고, 두 대의 차량을 차고 또는 잔디밭에 세워두었다. 집 안에는 전후 시대에 사회적, 기술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텔레비전이 있었다. 텔레비전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전자 난로이자 온종일 소비에 관한 메시지를 투사하는 매체인 동시에 모두가 추구해야 할 것만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설파하는 일종의 안내서였다. 우리는 이제서야 비로소 텔레비전 앞에서 넋을 잃고 보내는 시간이 지닌 문화적, 정치적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양상이 우주와 같은 소셜 미디어의 광대한 영역으로 뻗어 나가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이러한 변화를 세계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고 체감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구분조차 어려운 수백만 채의 주택에서 무언가에 마취된 것처럼 기계적으로 살아가고 도시는 엄청난 규모의 도시 파편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9(201911월호) 수록본 일부

 

마이클 소킨(Michael Sorkin)은 마이클 소킨 스튜디오(Michael Sorkin Studio)의 대표이자 설립자다. 2000년부터 뉴욕시립대학에서 건축 석좌교수이자 도시설계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하고 있으며, 비영리 도시 연구소인 테레폼(Terreform)의 대표이기도 하다. 디자인, 비평,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글은 유쿵졘의 다음 책 서문을 번역한 것이다. Michael Sorkin, “Can China’s Cities Survive?”, Letters to the Leaders of China: Kongjian Yu and the Future of the Chinese City, Terreform ed., Terreform, 2018, pp.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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