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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옛 잡지를 다시 펼치며
  • 배정한 (jhannpae@snu.ac.kr)
  • 환경과조경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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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전날 굳이 책상을 정리하고 소설책을 펼치던 버릇처럼, 마감 때만 되면 책장 한구석에서 과월호 몇 권을 무작정 꺼내 드는 습관이 생겼다. 명분은 마감 압박감 해소인데 자칫 대책 없는 추억팔이로 흐르곤 한다. 몇 시간 후면 최종 교정본을 인쇄소로 넘겨야 하지만 그만 과월호 보관용 서가로 발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오늘은 이번 호 기준 5년 간격으로 옛 잡지를 소환했다. 불과 일곱 권의 환경과조경과월호로 무려 35년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물론 묵은 먼지와 책벌레가 선사하는 온몸 가려움증을 감수해야 한다.

 

5년 전인 20149월호(317), 마치 석 달 전 잡지처럼 기획과 편집 과정이 또렷이 떠오른다. ‘거버너스 아일랜드’(West 8)를 필두로 여섯 개의 근작이 밀도 있게 배치돼 있다. 편집부 전원이 참여한 활자산책은 파주 시대의 마지막 여름을 뜨겁게 달군 기획 특집이었다. 당시 편집부의 막내 양다빈 기자는 설계사무소를 두 번째 직장으로 택했고, 조한결 기자는 대학원에 진학해 예술 이론과 테크놀로지를 공부하고 있다. 우성백 인턴기자는 공기업에 취업했고, 김정은 편집팀장은 2018년 늦은 봄, 건축 전문지 Space의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리뉴얼 첫해의 열정과 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20149월호를 한참 뒤적이다 최근의 환경과조경이 놓치고 있는 지점을 새삼 발견한다.

공교롭게도 20099월호(257)의 대표작은 최근 재조성 논란으로 시끄러운 광화문광장이다. 그해 81일 완공된 오세훈 표광화문광장을 다룬 지면과 비평 집담회가 실렸다. 그 밖의 근작 중에는 송도 중앙공원광진교 걷고 싶은 다리가 눈에 띈다. 당시의 인기 연재물 스튜디오 101’(정욱주+김아연)10년 만에 다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기준 편집장이 야심 차게 이어가던 조경가 인터뷰 코너, 257호의 인터뷰이는 이수학 소장이다. 시인 허수경을 매개로 절절하게 이어지는 푸릇한 대화가 귓전을 때린다.

15년 전인 20049월호(197)를 펼치면 몇 가지 편집 실험이 한눈에 들어온다. 국영문 병기가 가장 큰 특징이고, 잡지 앞쪽에 피플꼭지를 마련해 필자뿐만 아니라 여러 프로젝트의 관계자들을 전면에 등장시킨 시도가 이채롭다. 근작 지면을 넘기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시선이 꽂혔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의 비극적 현장에 무심하게 새로 솟은 최고급 주상 복합 단지다. 15년 전 잡지 책값은 12,000.

19999월호(137)에서는 제도권 바깥 고급 조경설계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이교원(이원조경 대표)의 회고록 마지막 회를 볼 수 있다. “이제 조경이 무엇인지 그 맛을 느낄 듯 말 듯한데 벌써 인생의 노을은 저만치 다가섰구나라는 회한으로 글이 마무리된다. 특집은 조각공원의 새로운 가능성.’ 그때나 지금이나 새로운 가능성은 참 만만한 제목이다. 남기준 편집장의 이름 뒤에 기자가 붙어 있다. 그의 신입 시절, 벌써 20년 전이다.

19949월호(77)는 디자인과 콘텐츠 둘 다 지금과 매우 다르다. 1990년대까지 환경과조경은 작품과 설계 프로젝트 중심의 디자인 전문지라기보다는 뉴스, 기고, 이슈별 특집이 섞인 종합지 성격이 강했다. 그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77호에는 인도네시아, 사이판, 방글라데시 등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기획 기사가 배치돼 있다.

1989년은 환경과조경이 아직 격월간으로 발간되던 때다. 이 해의 9-10월호(31)건설업법 어떻게 달라졌나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싣고 있다. 당시 건설업법 개정에 반대해 학부 3학년이던 본지 박명권 발행인이 전조련(전국조경학과학생연합)을 창립해 국회 앞에서 시위를 이끌던 장면이 떠오른다.

1984년 가을호는 제호부터 다르다. 19827월 창간된 계간조경의 통권 7. 창간 주역들의 열정과 분투가 지면에서 그대로 읽힌다. 한국 조경 원로들의 35년 전 모습을 모처럼 다시 만날 수 있다. 표지에 적힌 책값은 3,500원이다.

35년이 흐른 20199월호(377), 이번 달에는 그룹한, 이수, 자연감각, CA, JWL, KnL 등 국내 조경설계사무소의 근작들로 프로젝트 지면을 구성했다. 대형 공원, 광장, 오피스 건물, 호텔 정원, 모델하우스 정원 등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에서 한국 조경의 현재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김기천 소장(그룹한)의 연재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는 이달로 막을 내린다. 세 달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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