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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조경] 경관을 새롭게 상상하기
  • 이명준 (earsjune2@gmail.com)
  • 환경과조경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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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과 2. Yves Brunier, Collage for Museumpark Rotterdam, 1989~1991

 

색종이, 사진, 헝겊 같은 여러 재료의 조각을 한데 조립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기법을 콜라주collage라고 한다. 사진이 재료가 된 경우 포토몽타주photomontage라고도 부른다.1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재료를 자유롭게 조립해보면 스케치로는 그려내기 힘든 경관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기초 디자인 교육에 종종 콜라주와 몽타주(이하 콜라주)가 포함되는 이유는 디자인하고 있는 경관의 겉모습을 사실처럼 그리기보다 다소 느슨하게, 말하자면 구상과 비구상 사이를 오가며 핵심 아이디어와 경관의 분위기를 상상해보기 위해서다.

콜라주 기법으로 여러 드로잉을 그려낼 수 있지만 투시도의 형식을 빌릴 때가 많다. 지금은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로 대표되는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통해 투시도가 제작된다.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다양한 식물과 인물 재료, 기존의 사진 재료 등을 조립해 작품 사진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소프트웨어가 상용화되기 전에는 손으로 투시도를 그렸다. 이 연재에서 계속 살펴보았듯, 윌리엄 켄트처럼 한 가지 색으로 스케치하거나 험프리 렙턴과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처럼 공들여 색을 입히기도 했다. 지금부터 설명하겠지만, 콜라주 기법으로 투시도를 그리기도 했다.

 

콜라주된 경관

1980~1990년대의 조경가들은 콜라주를 통해 경관을 새롭게 시각화하고자 했다. 새로운 방식은 새로운 인식을 동반했다. 조경이 그간 디자인해 온 아르카디아적arcadian 자연, 18세기 풍경화식 정원과 19세기 중반 옴스테드의 센트럴파크가 구현했던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자연을 벗어나 도시 경관을 포함하는 인공적 자연을 긍정하기 시이브 브뤼니에Yves Brunier(1962~1991)가 로테르담의 뮤지엄파크Museumpark를 설계하면서 선보인 콜라주는 사진, 과슈, 오일 파스텔, 잉크, 은박지, 와이어 메시 등 혼합 매체로 제작됐다. 사과나무 수피가 하얗게 채색되어 인공 자연처럼 보이는 게 인상적이다(그림 12).2 아드리안 회저Adriaan Gueze(1960~)의 초기 작업인 로테르담 쇼부르흐플라인Schouwburgplein의 콜라주는 광장과 도시의 모습을 과장, 왜곡, 병치해 그려낸 투시도로, 광장이 지닌 도시적 맥락과 역동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그림 3). 조경 설계가 더 이상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자연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도시의 맥락을 고려한 인공 자연을 만드는 실천이라 여기는 그의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중략)...

 

환경과조경 377(2019년 9월호수록본 일부  

 

1. 콜라주는 풀칠하다, 붙이다, 조립하다의 뜻을 지닌 프랑스어collage에서, 몽타주는 조립하다를 뜻하는 프랑스어monter에서 유래했다(https://www.oxfordlearnersdictionaries.com/).

2. 이 프로젝트를 함께한 렘 콜하스는 브뤼니에가 자연을 짓밟거나(rape) 자연의 속성을 벗겨내 표현의 대상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것같았다고 회상한다. Odile Fillion, “A Conversation with Rem Koolhaas”, Yves Brunier: Landscape Architect , Michel Jacques, ed., Basel: Birkhauser, 1996, pp.89~90.

3. Adriaan Geuze, “Introduction”, West 8 , Luca Molinari, ed., Milano: Skira Architecture Library, 2000, pp.9, 10, 12.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와 계획, 역사와 이론, 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대 조경 설계 실무와 교육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조경 설계에서 산업 폐허의 활용 양상, 조경 아카이브 구축, 20세기 전후의 한국 조경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조경비평 봄’과 ‘조경연구회 보라(BoLA)’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자료출처

그림 1. Charles Waldheim and Andrea Hansen, eds., Composite Landscapes: Photomontage and Landscape Architecture, Charles Waldheim and Andrea Hansen, eds., Ostfildern: Hatje Cantz Verlag, 2014, p.159.

그림 2. 같은 책,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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