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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서재] 기계비평들
  • 윤정훈 (hoons920@daum.net)
  • 환경과조경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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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비평, 어려운 말과 어려운 말의 조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설과 에세이에 집중된 독서 편력이 있고 기계를 다루는 데 유독 멍청하고 게을러지는 내겐 보기만 해도 몸이 굳는 것 같은 제목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기계비평들은 기술적 내용보다 인간과 기계가 맺는 관계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책이었다. 또 아래와 같은 몇몇 주제 덕분에 겁도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온종일 스마트폰과 패드 앞에서 강의를 듣는 공시생들의 테크노스케이프, 통신사 약정 만료 기간이 다 되어 갈수록 잦아지는 핸드폰의 고장, 구의역 스크린도어와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

기계비평들은 기계비평가 이영준의 기계비평이 재출간되면서 함께 나온 책으로, 7인의 필자가 모여 2010년대 한국 기계의 현실을 진단한다. 그중 김성은의 수리공은 왜 선로 안쪽에 들어가야만 했나?: 구의역 사고의 내러티브와 기계비평은 당연하지만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질문에서 시작된다. 2016년 구의역 사고는 21조 원칙을 지킬 수 없는 열악한 업무 환경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산 후 일단락됐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값싸고 부실한 기계를 설치한 후 고장난 상태로 계속 방치한 시스템에 있었다. 2016년 서울시 스크린도어 장애 건수에 따르면 1년에만 3,000회 이상의 장애 및 고장이 발생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여덟 번씩, 애당초 항상 망가진 상태였던 것이다. 이는 분할 발주로 스크린도어를 들여와 먼지에 취약한 저렴한 센서를 사용한 데서 비롯됐다. 센서를 적외선 방식에서 레이저 방식으로 바꾸면 고장도 덜 나고 수리공이 선로 쪽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사실 2015년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 이후 레이저 방식으로 교체될 예정이었지만 121개 역 중 16개의 역만 교체가 되었고, 결국 같은 사고가 반복됐다. 여기에 스크린 도어에 부착된 광고판은 수리공들이 선로 안쪽에서 작업해야 했던 또 다른 이유이자 비상시 긴급 탈출을 어렵게 한 장애물이었다.

기계 바깥에서 하루라도 살아갈 수 있을까. 돌아보면 기계에 힘을 빌려 생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종일 핸드폰을 붙들고 사는 건 물론, 기계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출퇴근을 한다. 개인적으로 기계와는 별다른 접점이 없다고 여겼으나 오히려 너무 당연해서 무뎌진 것이었다. “기계 환경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기계는 이미 공기와도 같은 존재여서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 요소임에도 그것들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작동시키기에는 불요불급한 대상들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우리를 먹이고, 입히며, 살게 내버려 두고 때로는 죽게 만드는 이 기계들에 대한 해석은 늘 유보되거나 지연되어왔다.”2 일상부터 생사의 문제에 이르는 기계의 존재감을 체감하며 진부하게만 보였던 비평이라는 글의 쓸모에 눈이 갔다.

올해도 변함없이 본지는 조경비평상을 주최한다. 접수 마감은 107일까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환경조경대전에 비하면 조경비평에 대한 관심은 미미하고 아쉬운 정도다. 글을 쓰고 읽는 일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탓도 있겠지만, 조경비평의 필요성에 대한 얕은 공감대와 그저 어려운 글쓰기라는 인식 때문일까. “비평은 아는 것을 자족하는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일이다. 제때, 제자리에 도착하지 못한 질문을 재촉하고, 질문 받았으나 모두가 외면하는 문제를 누구보다 신실하게 고민하는 이의 자리는 다름 아닌 아마추어의 영토 안에 있다. 그렇기에 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기계비평은 학제적인 경계나 구획된 탐구 영역에 갇힌 글쓰기가 아니다. 우리 삶과 세계를 빼꼭히 채운 기계와 기계들의 질서를 궁구하여 더 나은 삶의 실천에 닿고자 하는 노력이다.”3 기계비평과 조경비평을 나란히 견주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기계비평의 쓸모를 말하는 위 문장을 잠시 빌릴 수는 있겠다. 예술로서의 조경뿐만 아니라 삶과 밀접한 기술, 환경, 정치, 노동으로서의 조경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소한 의문에서도 조경비평은 시작될 수 있다. 배움 혹은 실무의 자리에서 나름의 질문을 품고 있는 아마추어 비평가들의 글을 기다린다. 설계만으로는 말할 수 없던 넓은 조경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1. 전치형 외 6, 기계비평들, 워크룸 프레스, 2019.

2. 같은 책, p.217.

3. 같은 책,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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