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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 그 사이에서의 정원 일
‘초록엄지.일의 즐거움’ 전, 블루메미술관, 2019. 4. 13. ~ 9. 1.
  • 환경과조경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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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파마씨, ‘정원사의 하루’, 나뭇가지, 흙, 돌, 식물, 가변 크기, 2019. (사진제공=블루메미술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시대다. 하지만 균형을 맞추는 것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많은 사람이 일과 삶을 분리한 채 주로 여가와 소비에서 만족을 얻고 있다. 반면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은 일 또한 가정이나 건강 같은 삶의 일부이며, 통합된 일과 삶에서 행복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블루메미술관이 개최한 초록엄지-일의 즐거움전은 미래 사회가 워라밸을 넘어 워라인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 예측한다. 그렇다면 워라인 시대 행복하게 일하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일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 ‘초록엄지-일의 즐거움전은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정원 일에서 찾는다.


블루메미술관은 그동안 정원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을 담은 전시를 열어왔다. 정원의 느릿한 시간성을 사유한 정원사의 시간(2017), 정원 일의 가치를 놀이와 접목한 정원, 놀이(2017)에 이은 이번 전시는 정원 일에서 행복한 일의 원형을 탐구한다. 김도희, 박혜린, 아리송, 슬로우 파마씨(Slow Pharmacy), 베케 더가든(Veke The Garden) 다섯 팀이 전시 작가로 참여해 일과 정원에 관련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정원 일은 고된 노동이다. 잡초 뽑기, 물 주기 등의 반복 노동뿐만 아니라 날씨, 병충해같이 예측할 수 없는 각종 변수가 도사린다. 이 가운데 식물이 자랄 때까지 기다리기도 해야 한다. 정원 일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효율성, 생산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땅의 시간에 따라 멈추기도 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를 기다릴 줄 아는 정원사의 모습은 효율을 바탕으로 한 기계에는 없는 능력이다. 전시는 정원 일의 더딤과 고요함, 한가로움은 미래 사회가 품을 일의 속성에 가 닿아 있다고 말한다. 박혜린의 봄여름가을겨울은 정원에서 머뭇거리고 기다리는 행위를 통해 만나는 계절의 변화와 그로 인해 얻는 삶의 풍성함을 이야기한다. 싹이 움트듯 좁은 통로를 통과해 마주하는 봄, 소리가 많고 움직임이 많은 여름, 무언가를 조용히 바라보게 되는 가을, 고요하게 어딘가 숨어들고 싶은 겨울을 네 가지의 조형물로 표현했다. ...(중략)...

 

환경과조경 374(2019년 6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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