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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광화문 광장에 대한 논의, 이제 시작이다
  • 박상현 (spark@mediati.kr)
  • 환경과조경 2019년 3월

14.jpg당선작이 현재의 공간에서 많은 진전을 이룬 디자인인 것은 분명하다.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고 조롱받던 공간이 광화문의 월대나 해태상 같은 요소를 재현하면서 광장의 역사성을 회복·강조하고, 차도 한가운데 위치했던 광장이 서쪽 보행 공간과 온전하게 합쳐지면서 시민들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질문이 있다. 이 광장이 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느냐다. 그 질문에 대한 분명한 답이 있냐는 점에서 보면, 이번 설계안도 과거의 시도와 거의 다르지 않다. 즉 ‘수도 서울이 자랑할 수 있는 번듯한 광장을 가져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시민들이 왜 그 장소를 필요로 하느냐’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노력에 앞서버린 느낌이다. 횡단보도나 지하도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접근성의 부족’은 광화문광장이 가진 중요한 문제지만,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현재 광화문광장은 그 존재 이유가 규정되지 않은 공간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는 시민과 관광객이 광장을 이용하는 모습을 조금만 관찰해봐도 알 수 있다. 대개 횡단보도를 건너 광장에 도착한 후 분수대나 세종대왕상 앞에서, 혹은 경복궁 너머 북악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은 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광장 이용 패턴이다. 그 밖에 노조나 관이 하는 성격이 짙은 행사에서 대형 스피커 탑과 무대, 간이 의자들을 광장에 늘어놓는 정도가 현재 광장의 용도다. 즉 대규모 집회가 아니면 일반 시민들은 광장에 머물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광화문 앞 세종로의 탄생, 서울 도심의 전통적 구조와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사람의 흐름, 상업 공간의 배치는 종로, 청계천, 을지로 등에서 볼 수 있듯 동서의 축으로 이루어진다. 그에 비하면 남북으로 흐르는 도심 도로들은 빈약하고 보행량이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앞 세종로 공간이 대형으로 조성된 이유는 그곳이 바로 왕이 행차하는 권력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즉 경복궁에서 출발하는 권력의 투사가 이루어지는 공간이지, 백성 혹은 시민이 이용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공간이다.

물론 지금 경복궁은 권력의 공간이 아닌 역사적 유물이 되었고, 청와대가 인근에 있다고 해도 광화문 앞 도로를 권력의 과시용으로 사용하는 시절은 지났다. 하지만 세종로는 여전히 정부청사와 미국대사관, 세종문화회관 등 힘 있는 건물들이 들어선 공간일 뿐 시민들이 즐겨 찾는 시설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시민들은 그 자리에 아름다운 광장이 하나 있다고 해서 찾아가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굳이 간다고 해도 그곳에 들렀다는 증명사진 한 장 찍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어 자리를 뜨게 되는 것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1호(2019년 3월호) 수록본 일부

 

박상현은 사회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현재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메디아티(mediati)에서 콘텐츠랩장으로 일하고 있다서울신문」 등의 매체에 미디어와 테크놀로지미국 정치에 관한 글을 쓰며 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아날로그의 반격』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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