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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조경] 나무를 그리는 방법, 드로잉의 혼성화
  • 환경과조경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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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Fredrik Magnus Piper, General Plan for the Park at Haga, 1781 (출처=Magnus Piper via Wikimedia Commons(https://en.wikipedia.org/wiki/Fredrik_Magnus_Piper#/media/File:Pipers_generalplan_ Hagaperken_1781.jpg)

 

조경학과 신입생들에게 정원과 집을 지도 형식으로 간단히 그려보라고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학생이 건축물은 박스 형태로 제법 잘 그려냈지만 정원을 그리는 데는 조금 망설였다. 나무를 평면 형태로 그려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상상해보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조경 도면에 사용되는 여러 기법은 일종의 규칙, 즉 배워서 익힌 관습이다. 조경학을 오랜 시간 공부해 이제 이러한 관습이 당연하고 익숙하지만, 조경학 전공을 택했을 때만 해도 난 조경 도면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등고선과 축척, 방위 등은 중고등학교 지리 시간에 배웠지만 식재를 포함하는 구체적 요소는 조경학도가 되어 처음으로 그려보았다.

 

모든 규칙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도면의 규칙은 구성 요소를 간편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그 규칙을 아는 사람에게는 쉽게 읽힐 수 있도록 고안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이러한 규칙을 익히게 하는 것이 조경 교육의 주요 역할이라 생각하면서도, 이러한 관습에 의구심이 들었다. , 그리고 언제부터 그러한 방식으로 그리기 시작했을까. 예를 들어, 조경 드로잉의 주요 대상인 식재를 평면으로 나타내고자 할 때, 우리는 동그라미 형태로 그리도록 배웠고 그렇게 그린다. 이러한 방식은 언제 생겼을까. 조경 도면이 그려지기 시작할 무렵부터였을까. 아니라면, 그 전에는 나무를 어떻게 시각화했을까

 

플라노메트릭

이 드로잉은 18세기 후반에 그려진 스웨덴의 하가 공원(Haga Park)의 평면도다(그림 1). 영국의 풍경화식 정원을 자국에 소개한 스웨덴 조경가 프레드리크 망누스 피페르(Fredrik Magnus Piper)(1746~1824)가 그렸으며, 공원 디자인 양식에 적합하게 풍경화처럼(picturesque) 공들여 채색되어 하나의 회화 작품으로 보아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이 평면도에서 건축물은 이차원의 평면에 정투영 방식으로 그려져 있다. 흥미로운 건 식재의 시각화 방식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식물은 정면 형태로 그려놓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2). 그런데 식물을 정확히 정면에서 본 입면도 형식으로 그린 것도 아니다. 정투영의 원리에서 벗어난 느슨한 투시도 형식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이렇게 그린 이유는 무엇인가...(중략)...


환경과조경 370(2019년 2월호수록본 일부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와 계획, 역사와 이론, 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대 조경 설계 실무와 교육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조경 설계에서 산업 폐허의 활용 양상, 조경 아카이브 구축, 20세기 전후의 한국 조경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가천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조경비평 봄조경연구회 보라(BoLA)’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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