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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질문] 공모전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 환경과조경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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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한숨을 쉰다. 한숨의 의미는 복합적이다. 또 한 고개를 넘었구나. 하지만 이내 앞으로 이 고개를 또 어떻게 넘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어느 교수님이 말하길 공모에 당선되면 딱 사흘만 좋고 그 후부터는 전쟁이라고, 그 말이 딱 맞다.

김현민 스튜디오일공일 대표

 

때는 2012, 근무하던 설계사무소가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지명팀으로 선정되어 미국의 조경회사와 손잡고(?) 설계공모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저는 찌끄레기 주임이었구요, 28살의 조경 꿈나무였고, 처자식도 없는 자유인 그 자체였죠. 그렇기에 우리 컨소시엄이 당선됐더라면 저는 후암동이든 이태원이든 대상지 주변으로 이사를 갔을 겁니다. 용산공원을 자주 접하고 주변을 살피며 깊이 있는 계획안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친구들을 불러 용산공원 주변에서 술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고, 철물점에 형광등도 사러 가고, 마트에서 장을 보며 외국인 구경도 하면서 말입니다. 대상지 주변에서 일상을 보내며 대상지의 현실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용산공원의 미래상에 반영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김지환 조경작업장 라디오 작업반장

 

먼저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 가서 괴성을 질러대며 비밀스레 자축한 후, 사무실에 본부장을 포함한 3인 이상의 경영관리본부를 신설하며, 해당 발주처의 선금급 지급 절차를 확인하라는 첫 번째 지시 사항을 하달한다.

허대영 조경설계 힘 소장

 

당선 이후의 모습을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소통하고 싶다. 첫 영상은 리액션 영상으로, “이게 당선이라고? ?”, “와 쩐다등 당선작을 본 사람들의 솔직한 반응을 생생하게 담고 싶다. 다음 영상은 내가 생각하는 당선 이유’, ‘공모전 리액션 영상 댓글 읽기’, ‘시공 현장 가봤더니 충격등등,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이끌어 내고 싶다. 공모전 당선보다 이후 진행 과정이 더 중요하기도 하고, 요즘 유튜브에 푹 빠져 있어 떠올린 생각이다.

김명윤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 소장

 

공모전 상금을 받은 후 팀원들과 PC방에 가 상금을 걸고 배틀그라운드를 할 것이다. 공모전은 이 맛에 한다.

김규성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

 

그때부터가 전쟁이다. 프로젝트 계약 후 보통 15일 안에 착수 보고가 이루어진다. 시간이 없다. 최대한 빨리, 직원들을 총 동원해서, 회사 문을 하루 닫는 한이 있더라도, 착수 보고회 초안을 잡는 동시에 프로젝트 관련 해외 사례를 찾는다. 반드시 해외여야 하고 아직 가보지 않은 나라였으면 한다. 최대한 먼 곳, 직항으로 갈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 영국을 거쳐 갈 수 있는 곳이면 더 좋겠다. 정원과 책, 그리고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게 착수 보고회 전까지 일정을 꽉꽉 채워 해외 답사 계획을 짠다. 조경이라는 일을 하며 생애 처음으로 프로젝트 관련해 외국으로 떠나는 답사다. 마지막 하루 또는 이틀은 무조건 휴양지에 간다! 맞다, 절대 혼자 가지 않는다. 같이 갈 사람들을 모집한다. 회사 식구가 아닌 이상 경비는 1/n 이라는 것은 함정. , 꿈같은 상상을 해 버렸다.

윤영주 디자인필드 대표

 

학기 중이어도 상관없이 팀원들과 즉흥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김재윤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이 맛에 조경하지!” 질문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말이네요. 그럼, 다음 프로젝트도 당선되기 위해 휴가 다녀오겠습니다.

정현욱 그룹한어소시에이트

 

가족에게 보여주기. 학생 때 공모전과 과제로 밤샘 작업을 할 때면 가족이 걱정을 많이 했다. 설계사무소 신입인 지금, 늦은 퇴근과 잦은 야근으로 고생하는 나를 보면서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고생하는지, 회사에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걱정한다. 가족들에게 작업한 투시도나 조감도를 보여주면 그제서야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하고, 정성들여 만든 이미지를 찬찬히 살펴보며 나름의 피드백도 해준다. “여기에 나무를 심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이건 이렇게 만들면 더 좋겠다.” 그러고 나서 내 자식, 내 가족이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더 나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자랑스러워한다. 설계공모를 준비하며 피곤해하는 나를 그저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고 응원하는 가족에게, 당선된 작품으로 나 이렇게 사회에서 한 사람으로, 조경 디자이너로 잘 커가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대신하고 싶다.

박선영 조경그룹 이작

 

주변에 뽐냄

오형석디자인 로직 소장

 

잠이나 자자

김선미 공주대학교 조경학과

 

나에게 설계공모는 전부이자 낭만이다. 마감 시간까지, 작품이 내 손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끊임없이 되묻고 쓸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 사용한다. 그렇기에 때로는 아쉽고 한편으로는 후련하다. 작품을 제출하는 그 순간 전해지는 카타르시스는 느껴보지 못한 이들은 모른다. 함께 밤을 지새운 동료에 대한 고마움과 한걸음 더 내딛지 못한 아쉬움이 교차하는 그 순간, 며칠 푹 쉬면 묵은 스트레스가 다 날아갈 것처럼 안녕하고 돌아선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반성의 시간이 찾아오고, 생각은 쳇바퀴처럼 맴돈다. 당선이 되어도 다시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또 다른 설계공모를 위해 다시 몰두하고 있지 않을까? 공모전은 끊을 수 없는 사슬 같은 존재다.

윤호준 조경하다 열음 소장

 

같이 고생한 팀원들과 이 기쁨을 나누지 않을까요? 밤샘 작업으로 지친 몸에 영양 보충도 할 겸 고기를 먹으며 신나게 뒤풀이를 할 것 같습니다. 상금이 있다면 좀 더 비싼 음식을 먹겠죠? 기회가 된다면 도움을 주신 다른 분들도 초대해서 다 같이 파티를 즐기고 싶네요.

김연재 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에 당선되면 올레길을 걸으려고 했다. 그래서 현황 답사를 갔을 때 즉흥적으로 제주올레 후원회원에 등록했다. 서명했을 때 제주올레 사무국 직원들이 환호와 함께 기립박수를 쳐주었는데, 참가의향서 단계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약속한 회비는 매달 나가고 있다. 대신 일 년에 한 번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에 무료 숙박이 가능하다는 문자가 왔다. 언제고 제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공모전에 당선된다면 대상지 한가운데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내는 건 어떨까. 우선 여행을 가겠다. 도미토리에서의 독서를 그리며.

서미경 해안건축 조경설계실 수석

 

상상만 해도 신이 나네요! 팀원들과 모여서 결과를 확인하고 서로 고생했다고 포옹할 것 같아요. 그 뒤에 자주 가는 술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맥주인 시나몬 가루를 뿌린 코젤다크를 한잔하고 싶네요. 생맥주를 마시며 한바탕 떠들고 나면 또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갈 힘이 날 테니까요!

서현우 전북대학교 조경학과

 

어린 누에가 고치를 벗듯이 한 단계 성숙해진 나 자신과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맘껏 마시리라.

김원종 서안알앤디 디자인 팀장

 

누락된 부분이나 과도한 지시 사항 등 계약서 작성에 대비하여, 과업 지시서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꼼꼼하게 살펴본다.

송영탁 가이아글로벌 전무

 

먼저 상 받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상장을 스캔해 고이 보관해 둘 것이다. 제출한 작품과 관련 파일은 나중에 참고용으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 둔다.

정현진 대구대학교 조경학과

 

*‘이달의 질문’은 매달 하나의 질문에 대한 독자분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이를 공유하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시시콜콜한 조경 동네의 일상부터 조경을 둘러싼 법제도, 조경의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질문을 통해 조경 공론의 마당을 조금씩 넓혀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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