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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스케이프] 남한산성
스스로 갇힌 자들의 공간
  • 환경과조경 2017년 12월

“인조와 신하들은 강화도로 가는 피난길이 막히자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했다. 그해 겨울은 추웠고, 눈이 많이 내렸다.” 짧은 자막이 흐르고 난 후, 영화의 첫 장면.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은 눈 내리는 넓은 벌판에 혈혈단신으로 말 위에 있다. 그의 앞에는 청의 군대가 완전 무장한 채 횡으로 도열해 있다. 차가운 바람과 흩날리는 눈으로 산과 들이 하얗게 얼어붙어 눈이 부실 정도다. 장면이 바뀌고, 송파나루의 풍경이 펼쳐진다. 눈발은 더 굵고, 강바람은 더 매몰차다. 어가 행렬을 따라 남한산성으로 가기 위해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이 뱃사공의 안내를 받아 송파강을 건너고 있다. 꽁꽁 언 겨울 강과 눈 덮인 산의 풍경은 곧 닥칠 나라의 운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평화롭기만 하다.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 47일 동안 『조선왕조실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장이다. 청과 타협해 더 큰 화를 막자는 최명길과 싸우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대의명분을 지켜야 한다는 김상헌이 대립한다. 화친이냐 척화냐를 두고 성안에서 시간을 끌다 결국 인조는 성문을 열고 나가 청의 수장 칸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역사가 스포일러이며, 베스트셀러 소설이 인물들의 심리까지 묘사한 후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무엇을 더 보고 싶은가. ...(중략)...

 

남한산성.jpg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남한산성은 2014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남이 알아주는 유산 가치보다 우리 스스로 알아차리고 기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경과조경 356(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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