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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DA] 정원과 음식 문화
  • 환경과조경 2017년 10월

지난 9월 22일, 환경과조경이 환경조경나눔연구원과 함께 주관한 두 번째 서울정원박람회가 여의도공원에서 개최됐다. 조금 일찍 찾아온 추석 연휴 덕택에 10월초에 열리던 박람회가 9월로 앞당겨지긴 했지만 어느새 1년이 흘렀음을 실감한다. 문득 작년 이맘때는 어떤 생각을 하며 무슨 일들을 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2016년 10월호 코다부터 들춰 보기 시작했다.

 

11만2천5백

작년 코다의 마지막 문장은 “제발 청명한 가을 하늘에 오팔지가 만국기처럼 휘날리기를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였다. 서울정원박람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처음 만들어 본 오로라타프가 무사히 완성되길 바라는 내용이다. 당시 중앙무대 앞 200여 평의 면적을 가릴 그늘막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많은 고민과 토론, 시행착오 끝에 11만2천5백 조각의 오팔지를 어망에 달아 타프를 치듯이 지지하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많은 사람의 ‘노가다’ 끝에 완성된 타프를 현장에 설치한 기쁨도 잠시, 개막식 날 새벽에 쏟아지는 비와 우박 소리를 들으며 잠을 깼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망했구나’ 싶었지만, 꽤 튼튼하게 만들어진 타프는 다행히 큰 피해를 입지 않아 빗소리를 듣고 달려온 직원들의 노력으로 복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타프는 개막식이 열릴 즈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갠 맑은 하늘 아래 무지개처럼 빛났고, 11만2천5백 조각의 오팔지가 창공에서 나부끼는 소리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타프는 곧바로 박람회장의 명물이 되었고, ‘오로라타프’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대여와 제작 문의가 들어왔지만, 우선은 서울정원박람회만의 랜드마크로 삼기로 했다. 올해 오로라타프의 재료는 홀로그램지. 그 결과, 2017년 서울정원박람회장 중앙무대 앞에는 은(갈치)색 타프가 일렁거리고 있다.

 

정원에 차린 식탁 2.0

2016년 9월호 코다에서는 당시 준비하던 서울정원박람회 시민 참여 체험 프로그램인 ‘정원에 차린 식탁’을 소개하고 있다. 대한민국 9대 요리명장 중 한 명인 박효남 셰프를 초청했는데, 셰프가 텃밭 작물을 이용한 레시피를 선보이고, 가족들이 함께 따라해 보며 시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정원에 차린 식탁’ 역시 작년에 처음 시도해보는 프로그램이어서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으나, (누가 준비했는지!) 성황리에 끝난 덕택에 올해도 마련했다. 물론 변화가 있다. 작년 코다에서는 “‘정원에 차린 식탁’은 최근 높아진 요리에 대한 관심에도 기대고 있지만 단순한 노동의 즐거움, 손수 키워 먹는 재미를 다양하게 확장하려는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기획 의도를 소개하고 있다. 한편 올해는 지역의 삶과 음식 문화를 담아보고자 했다.

이번 ‘정원에 차린 식탁’에는 ‘별난청년들’이라는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거나 자라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는 청년네트워크가 참여했다. 별난청년들은 각자 건강하게 농사를 짓고,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 빵과 과자를 만들고, 새로운 음료를 개발하고, 독창적인 음식을 연구한다. 동시에 브레드메밀, 평창다반사, 베짱이농부, 핫플레이스, 산너머음악공방 등의 이름으로 자신만의 회사를 차려 성공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청년 창업가들이기도 하다. 이 청년들이 농촌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는 지난 24일 정오, 올해의 박람회장인 여의도공원의 중앙무대에서 확인할수 있었다. 별난청년들은 평창의 식재료를 가지고 참여자들과 함께 요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식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의 프로그램은 간단한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음료 전문가 최승수가 직접 블렌딩한 차, 허니문 에이드를 맛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갓 결혼한 그가 허니문베이비를 갖게 된 것을 기념하는 차 이름이다. 이어지는 메뉴는 장발잔 루스티크에 파머스 샐러드를 넣은 샌드위치, 그리고 파파 소시지 꼬지. 재료와 요리의 이름이 독특한 만큼 담긴 스토리도 재미있다.

직접 농사지은 브로콜리와 감자를 들고 나온 베짱이농부 최지훈은 아이들에게 평소 잘 먹지 않는 야채 줄기의 맛을 보게 해보고 식재료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평창의 전통시장 안에서 로컬 베이커리 브레드메밀을 운영하고 있는 최효주는 “빵 속에 강원도를 담았다”며 강원도에서 생산된 밀가루와 물, 소금 등으로 만든 건강한 빵 루스티크를 선보였다. 루스티크는 장발잔이 훔쳤다는 그 빵 이름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평창의 로컬 푸드 & 펍인 핫플레이스 대표 김명진은 아이들을 위한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제주도산 흑돼지로 만든 파파 소시지를 멋지게 구워냈는데, 어린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여기에 평창 로컬 뮤지션인 안병근이 만든 음악이 행사장에 흘러 정원에서 즐기는 가을 소풍의 흥겨움을 한층 더했다.

음식에는 지역과 생산자의 이야기가 담기기 마련이다. 대도시에 살다보면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기 어렵다. 최근 살충제 계란 사태 덕택에 먹거리의 안전과 생산 과정, 가축의 사육 환경과 복지 등에 관한 근본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마련한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소풍을 보니, 그 대안을 지역의 삶과 음식 문화를 키우는 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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