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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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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바우하우스 다시 읽기
조경의 모더니즘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정치와 경제의 무게 중심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속속 이동했다. 예술과 문화 전반의 주류 역사도 대서양을 건넜다. 1930년대 말, 댄 카일리, 개릿 엑보, 제임스 로즈 삼총사에 이르러 미국의 모더니즘 조경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다. 이들은 1920~1930년대 프랑스 모더니즘 조경을 미국에 소개한 플레처 스틸, 최초의 모더니스트 조경가라 일컬어지는 토마스 처치, 영국의 조경 이론가 크리스토퍼 터나드로부터 자양분을 얻었다. 그러나 카일리, 엑보, 로즈의 모더니즘 정신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한 인물이 있다. 다름 아닌 바우하우스(Bauhaus)의 초대 교장 발터 그로피우스다. 독일 바우하우스는 설립 14년 만에 나치에 의해 폐교됐다. 바우하우스의 교수진과 바우하우스 출신 인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적지 않은 이들이 정치적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시카고의 일리노이 공대에 자리를 잡았고, 발터 그로피우스는 하버드를 택했다. 그로피우스가 ‘기능주의에 따른 합리적 기계 미학’이라는 바우하우스 디자인 정신을 바탕으로 하버드의 건축 풍토를 혁신하고 미국 건축에 모더니즘의 씨앗을 뿌리던 바로 그 시기에, 카일리, 엑보, 로즈는 하버드 조경학과의 대학원생이었다. 이들은 보자르(beaux-arts)전통에 함몰되어 있던 조경학과의 장식적 교육에 반기를 들고 그로피우스식의 혁신적 디자인 교육을 요구했다. 이른바 ‘하버드의 반란(Harvard Rebellion)’이다. 반란은 성공했다. 젊은 대학원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러 저널의 지면을 확보하며 조경이 왜 모더니즘을 수용해야 하는지 역설했고,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한다. 이 반란자 삼총사의 모더니즘 조경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들은 건축과 디자인의 모더니즘 정신을 뒤따르며 역사적 양식을 부정했다. 역사를 거부하기 위해 강한 공간적 위계를 갖는 축선을 피하고 연속적이고 수평적인 비위계 공간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들의 실험은 새로운 시대의 생활 양식을 담아내고자 한 바우하우스 디자인 정신의 민주적·일상적·실용적 이념을 정면으로 마주했다기보다는 시각과 형태 중심의 피상적 모더니즘에 그쳤다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건축, 가구 디자인, 제품 디자인의 모더니즘이 단순화와 규격화를 바탕으로 표준과 대량 생산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면, 스타일 위주로 흐른 조경의 모더니즘은 ‘무늬만 모더니즘’이었다는 것이다. 2019년은 3·1 독립운동 100주년의 해이기도 하지만, 독일의 바이마르에 바우하우스가 개교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아 독일은 물론 세계 전역에서 바우하우스의 성과를 재조명하는 전시회와 학술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바우하우스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일상의 삶에 디자인이 공존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일상의 집, 가구, 그릇, 각종 제품은 여전히 바우하우스와 모더니즘의 우산 아래에 있다『.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한숲, 2018)의 저자 고정희 박사가 이번 호부터 석 달 간 “바우하우스와 모더니즘 조경”을 연재한다. 궁핍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평등을 지향하던 디자인 집단 바우하우스의 백 년 전 실험 정신, 그들의 유토피아적 에너지 속에서 모더니즘 시대의 조경을 다시 읽는 기회를 마련하고 동시대 조경의 희망과 과제를 발굴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밖에 이번 호에는 학제 간 조경 저널LA+(U-PENN 디자인대학원, 2015년 창간)가 주최한 ‘센트럴 파크 우상 타파 설계공모’의 수상작들을 김정화 박사의 해설과 함께 소개한다. 현대 도시공원의 난공불락의 대명사인 센트럴 파크에 도전하고자 일면 과격한 이름을 달고 진행된 이 실험적 아이디어 공모전의 결과를 주최자인 LA+보다『 환경과조경』이 먼저 싣는 셈이다. 공원과 동시대 도시의 치열한 접면에 대해 도전적으로 질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4월호부터 3회에 걸쳐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를 이어갈 필자는 조용준 소장(CA조경)이다. ‘당신의 사물들’은 이번 호로 막을 내린다.
[바우하우스와 모더니즘 조경] 바우하우스의 탄생
1919년 독일의 소도시 바이마르(Weima)r에 ‘바우하우스(Bauhaus)’라는 이름의 미술공예학교가 문을 열었다. 기존의 모든 틀을 깨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겠다는 급진적 의지로 설립된 개혁 학교였다. 올해 2019년, 설립 100주년을 맞아 독일에선 ‘바우하우스 365일’을 모토로 내걸고 일 년 내내 잔치가 계획되어 있다. 데사우(Dessau)에선 바우하우스 박물관을 새로 짓고 베를린에선 증축하고 있다. 건축과 디자인의 역사에서 바우하우스가 차지하는 의미가 컸던 것은 이해하지만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매사에 과장이 없는 독일인들이 왜 이 난리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우리는 지금 21세기도 벌써 20년 가까이 지나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한물간 20세기 바우하우스와 모더니즘을 다시 꺼내 볼 필요가 있을까? 21세기를 제2의 모더니즘 시대라고도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1990년대부터 디지털 혁명과 함께 제2의 모더니즘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세계화의 시대라고 그럴듯하게 말하지만 알고 보면 혼돈의 시대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이 지휘하는 대로 정보의 대홍수에 떠밀려가고 있다. 목적지가 어딘지 누가 알까? 혹시 비전이 필요하지 않은지? 돌파구를 찾고 싶지 않은지? 갈피를 못 잡아 머릿속이 어수선하지 않은지? 그렇다면 바우하우스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헐벗고 굶주린 상태에서 유토피아적 에너지가 폭발했던 백 년 전의 이야기. 이제 그 에너지가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는데,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원천이 우리에겐 없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우하우스 입학생 하나가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학장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건축사(史)도 배우나요?” 학장님이 답하기를 “바우하우스에서 역사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과거와의 완전한 결별. 바우하우스의 설립 취지 중 하나다. 바우하우스 팀들이 근본 없이 막된 인간들이어서 전통을 무시한 것이 아니다. ‘과거에 너무나 된통 당하고 실망을 넘어 절망’했던 까닭에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이다. 이렇게 전통과 결별하고 나면 춥고 외로울 수도 있으나 새로 시작한다는 벅참도 있다. 배수진을 쳤으니 앞으로 나가야 했다. 바우하우스가설립됐던 1919년에 독일은 황제국과 결별하고 공화국을 세웠다. 이보다 더 새로운 출발이 있을까? 민주주의, 평등한 세상, 자유! 젊은 심장이 크게 박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고정희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손수 가꾼 아름다운 정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어느 순간 그 정원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유년의 경험이 인연이 되었는지 조경을 평생의 업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 『신의 정원, 나의 천국』, 『고정희의 바로크 정원 이야기』, 『고정희의 독일 정원 이야기』, 『100 장면으 로 읽는 조경의 역사』를 펴냈고, 칼 푀르스터와 그의 외동딸 마리안네가 쓴 책을 동시에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베를린 공과대학교 조경학과에서 20세기 유럽 조경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베를린에 거주하며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베스트레 피오르 파크
덴마크 북부 도시 알보르그(Aalborg)에 위치한 ‘베스트레 피오르 파크(Vestre Fjord Park)’는 건축물과 야외 공간, 자연 경관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공공 여가 공간이다. 2009년 알보르그 시는 오래된 알보르그 야외 수영장(Aalborg Friluftsbad)을 개선하고 확장하기로 했다. 대상지는 덴마크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피오르인 림피오르Limfjord(해협)와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시는 야외 수영장을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면서 충분한 여가 공간을 제공하는 공원으로 만들고자 2013년 베스트레 피오르파크 설계공모(Arkitektkonkurrence om Helhedsplan for Vestre Fjordpark in Aalborg)를 열었다. 설계 목표는 육지에서 바다로의 접근성을 증대시키고 방문객이 피오르 경관을 더 극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공원 입구에서 물가로 곧장 이어지는 진입로를 계획해 편리한 접근을 도모하고, 피오르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탁 트인 전망도 확보하는 건축 계획을 세웠다. 화려한 표현은 절제하고 단순한 재료를 사용해 목재의 물성을 부각시킴으로써, 간결하지만 강력한 정체성을 대상지에 부여하고자 했다. 이용자의 다채로운 행태를 유도하는 역동적 형태의 건축물과 시설도 마련했다. 이로써 베스트레 피오르 파크는 주변 자연과 물리적, 미학적으로 통합되고 독보적인 정체성을 지닌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했다....(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Architect ADEPT Collaborators GHB Landskab, Orbicon, Niras, COWI, Rekommanderet Client Aalborg Municipality Location Aalborg, Denmark Area Building: 2.000m2 Landscape: 15.5ha Completion 2017 Photographs Rasmus Hjortshøj(Coast Studio) ADEPT는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설계사무소로 건축가, 조경가, 도시계획가, 엔지니어가 한 팀을 이루어 건축물부터 대규모 도시 계획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사용자는 물론 대상지와 긴밀하게 대화하는 관용적 자세가 창조와 혁신의 주된 도구라 믿으며,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대상지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순 네이처 파크
코펜하겐 뇌레브로(Nørrebro)에 위치한 머스크 타워(Mærsk Tower)는 코펜하겐 대학교(University of Copenhagen)의 새로운 보건 의료 과학 연구 캠퍼스다. 1986년 세워진 패넘 인스티튜트(Panum Institute)를 확장 및 개선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건물과 오픈스페이스가 마련됐다. 기존의 외부 공간에는 주차장과 작은 잔디밭이 있었고, 캠퍼스는 세 개의 대로와 담벼락, 울타리에 둘러싸인 폐쇄적 공간이었다. 인근 지역은 다인종 및 취약 계층 인구 비율이 높은 편이었지만, 캠퍼스는 학생만을 위한 공간으로 기능하고 주변 도시와 소통하지 못했다. 이에 코펜하겐 대학교는 쾌적한 연구 환경을 형성하고 도시에 긍정적 기여를 하기 위해 타워 전면에 공원을 조성하고자 했다. 이로써 ‘순 네이처 파크(SUND Nature Park)’는 뇌레브로에 자연적,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는 새로운 유형의 도시 캠퍼스 공원이 되었다. 자연이 숨 쉬는 캠퍼스 풍부한 자연이 독창성을 증진하고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연구를 근거로 넓은 면적에 걸쳐 녹지를 조성했다. 옥상과 캠퍼스 전면에 마련된 녹지, 긴밀하게 연결된 실외 연구 공간과 여가 공간은 건강하고 창의적인 연구 생활을 지원한다. 캠퍼스는 학생뿐만 아니라 뇌레브로 시민들에게 항상 개방되어 있다. 장벽이 사라지고 다양한 여가 공간이 마련된 공원에서는 일상생활과 연구 활동이 함께 이루어진다. 야외 학습 공간과 모임 공간에서 활발한 학문적 교류가 일어나고, 나무 그늘 아래서는 여유로운 휴식, 잔디밭에서는 피크닉 활동 등이 펼쳐진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and Bridge Design SLA Collaborators C.F. Møller, Rambøll, Aggebo & Henriksen,Skælskør Landscapers, Byggros Client The National Building Agency and The University ofCopenhagen Location Copenhagen, Denmark Area 37,000㎡ Design 2012 Completion 2017 Photographs Emilie Koefoed, SLA, Laura Stamer, Jens Lindhe
타임스 센트럴 세일즈 센터
중국 샤먼(Xiamen)시내 북쪽 샤먼 샹안 지구(Xiang’an District)의 타임스 센트럴 개발 구역(Times Central Development Area)은 다양한 문화권, 연령대의 사람들과 여러 사업체가 모여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도시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클라이언트인 룽후 샤먼 지사(Longfor Xiamen)는 ‘타임스 센트럴 세일즈 센터(Times Central Sale Center)’를 설립함으로써, 타임스 센트럴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들의 소비 활동을 증진하고자 했다. 개발 프로젝트의 장점과 설계 철학을 드러낼 뿐 아니라 대상지 인근의 호수, 기존의 빌딩과 시각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계획이 요구됐다. 충분한 고객용 주차 공간과 주변 도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 동선을 마련하는 것 역시 주요 과제였다. 물수제비 오래 전 한 중국 시인은 샤먼을 “바위에 기대어 핀 한 송이 꽃 같은 도시이자, 수백만의 산들이 바다를 끌어 안은 듯한 곳”이라 묘사했다. 이처럼 샤먼에는 풍부하고 경이로운 자연 자원이 가득한데, 그중 가장 인상깊은 것은 도시 자체가 물과 매우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에 착안해 세일즈 센터의 상징적 요소로 물을 사용했다. 고요히 반짝이는 호수에 돌을 던지면 끝없이 만들어지는 잔물결을 형상화함으로써 개발 지역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바깥쪽으로 계속해서 확장되는 동심원의 파동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룽후의 사상, 이념, 철학을 나타낸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Landscape Architect MSP(Martha Schwartz Partners) Client Longfor Xiamen Location Xiamen, China Area 13,044m2 Completion 2018 Photographs Terrence Zhang 마사 슈왈츠 파트너스(Martha Schwartz Partners)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도시·조경설계사무소로 40년 이상 세계 20여 개국에서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도시 경관이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생각을 중심으로 도심 활성화 및 재생 프로젝트에 집중해 왔다. 복잡한 도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조경은 물론, 건축·도시계획·원예·시공 등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항상 로컬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려고 한다.
센트럴 파크 우상 타파 설계공모
당선작 티아고 토레스-캄포스(Tiago Torres-Campos)영국 에든버러 존 베크만+해너 라소타+래티시아 허비(John Beckmann+Hannah LaSota+Laeticia Hervy)미국 뉴욕 촨페이 위+자치 왕+후이원 스(Chuanfei Yu+Jiaqi Wang+Huiwen Shi)중국 난징 죠 롤링+닉 맥레오드+자비에르 아르실라(Joe Rowling+Nick McLeod+Javier Arcila)호주 시드니 쑹장+민즈 린(Song Zhang+Minzhi Lin)중국 상하이 가작 핀 번(Fionn Byrne)캐나다 밴쿠버 펠릭스 데 로센+마놀로 라로사+마리아나 마뇬(Felix de Rosen+Manolo Larrosa+Mariana Manon)미국 캘리포니아 마르틴 가르시아 페레스(Martin Garcia Perez)스페인 아코루나 오픈 시스템+랜드스케이프 인프라스트럭처 랩(OPEN SYSTEMS+Landscape Infrastructure Lab)미국 보스턴 나데쥬 라샤샤뉴+이완 뷔르고(Nadege Lachassagne+Iwan Burgaud)프랑스 파리 크리스 버넷+코너 오셔+닐라이 미스트리(Chris Bennett+Conor O'Shea+Nilay Mistry)미국 시카고 채강동+채민지(Gandong Cai+Mingjie Cai)미국 캠브리지 최 수+제임스 할리웰+더스틴 투스먼(Sue Choi+James Halliwell+Dustin Toothman)미국 테네시 벤 하디-클레먼츠+조슈아 가워스(Ben Hardy-Clements+Joshua Gowers)호주 시드니 알렉산드르 길볼트+데이비드 지랄도(J. Alexandre Guilbeault+David Giraldeau)캐나다 몬트리올 주최LA+ Journal 설계 대상 환경 테러에 의해 황폐화된 뉴욕 센트럴 파크 참가 자격 어떠한 자격도 필요하지 않음, 개인 또는 3명이하로 구성된 팀 제출물 sheet1(8.75×10.5인치): 지정된 스케일의 마스터플랜 sheet2(17.5×10.5인치): 설계 내용을 보여줄 수 있는 자유로운 형식의 이미지 sheet3(선택 사항, 17.5×10.5인치): 설계 내용을 보여 줄 수 있는 자유로운 형식의 이미지 설계 설명 텍스트(400단어 이내) 일정 제출 마감: 2018년 10월 10일 수상작 발표: 2018년 11월 27일 심사위원장 리차드 웰러(Richard Weller,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심사위원 제니 오술센(Jenny B. Osuldsen, Snøhetta 이사) 찰스 왈드하임(Charles Waldheim, 하버드 대학교 존 E. 어빙 석좌교수) 로라 셰퍼드(Lola Sheppard, 워터루 대학교 부교수) 제프 마노(Geoff Manaugh, 자유기고가, Studio-XNYC 전 이사) 베아트리체 갈릴리(Beatrice Galilee,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건축/디자인 큐레이터) 시상 당선작(5개 팀): 상금 4,000 USD, 상장, LA+ Journal 에 작품 수록 가작(10개 팀): 상장, LA+ Journal에 작품 수록 자료제공LA+ Journal 진행 김모아 디자인 팽선민
[센트럴 파크 우상 타파 설계공모]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닳고 닳은 센트럴 파크!? ‘센트럴 파크 우상 타파 설계공모(LA+ Iconoclast International Design Ideas Competiton)’ 해설 원고를 쓰겠다고 선뜻 답해놓고는 걱정에 빠졌다. 센트럴 파크에 가 본 적도 없는데 과연 제대로 이 공모전을 말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은 방법은 바짓가랑이 붙들기. 센트럴 파크를 잘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이러이러한 공모전이 있었다고 설명한 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한 줄기 구원의 빛을 내려달라는 간절한 눈빛과 함께. “난 이 공모전이 그리 중요한지 모르겠어. 센트럴 파크는 아직도 견고하고,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해.” 센트럴 파크의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해봤다는 한국인 A는 공모전에 회의감을 표했다. “오! 센트럴 파크가 없었다면 지금의 뉴욕도 없었어!” 이것은 미국인 B의 대답. 그는 지금의 센트럴 파크에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두 사람 모두 오늘의 센트럴 파크 앞에 우상 타파(Iconoclast)와 같은 태도는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연 센트럴 파크 타파는 불필요한 일인가? 아드리안 회저(Adriaan Geuze)는 “19세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고 새로운 유형의 도시가 창조되었기에 더 이상 공원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1고 언급한 바 있다. 더욱이 혁신적인 공원 설계는 탈 옴스테드, 탈 센트럴 파크 정신과 함께 등장하곤 했다.2따라서 현재 센트럴 파크가 잘 이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조경을 모색하는 데 센트럴 파크와 옴스테드를 탈피해야 할 상징물로 삼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다. 옴스테드와 보의 센트럴 파크 해체와 재설계라는 수단을 동원해 현대 조경을 이뤄온 픽처레스크 풍의 낡은 규범을 타파하고 새로운 조경 세계를 모색하려 한 이번 공모는 의미 있는 시도다. 이 쟁점적 공모의 배경과 과정을 살피고 당선작을 검토함으로써 동시대 조경계가 추구하는 새로운 미래를 엿보고자 한다. 센트럴 파크 파괴와 재건, 공모 배경과 과정 우상 타파 설계공모는 2015년 봄에 창간된 조경 저널『 LA+』3가 주최했다. 이 공모전은 한가지 규칙으로만 이루어진 규모 1km2 이하의 새로운 섬을 창조하는 2017년의 공모전 ‘이매지네이션 아이디어 설계공모(Imagination Design Ideas Compeition)’에 이은 이 저널의 두 번째 공모전이다. 첫 번째 공모전이 발랄하고 창의적인 상상력을 초대했다면, 2018년의 공모전은 충격적인 가짜 뉴스와 함께 다소 무거운 과제를 요구했다. “센트럴 파크가 환경 테러(모든 식물이 사라졌으나 지반은 양호한 상태)로 파괴되었다. 옴스테드라면 지금 무엇을 했겠는가? 당신이라면?”4...(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Adriaan Geuze, “Moving Beyond Darwin”, in Modern Park Design: Recent Trends , 2nd ed., Hewson, Pearl, Arriola eds., Amsterdam: Thoth, 1995, p.38. 2. Julia Czerniak, “Introduction: Speculating on Size”, in Large Parks , J. Czerniak and G. Hargreaves eds., New York: Princeton Architectural Press, 2007, p.29. 3.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디자인 스쿨에서 발행하는 저널로, 편집장 테이텀 핸즈(Tatum L. Hands)와 펜실베이니아 대학 리차드 웰러(Richard Weller) 교수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끌고 있다. 『LA+』는 조경의 다학제적 잠재력을 탐색한다는 목표 아래 야생(wild), 즐거움(pleasure), 압제(tyranny), 시뮬레이션(simulation), 정체성(identity), 위험(risk), 상상(imagination), 시간(time) 등 매호 다른 주제로 발행됐고, 앞으로는 디자인(design), 우상 타파(iconoclast), 활력(vitality)을 다룰 예정이다. 4. 『LA+』 홈페이지에서 설계공모의 개요와 수상작을 확인할 수 있다(https://laplusjournal.com/ICONOCLASTCompetition). 김정화는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고등인문연구소의 박사후 연구원으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엔디자인펌, 조경설계 서안, 서안알앤디조경디자인에서 설계 실무를 거치고, 가천대학교에서 강의했다. 식물원의 역사와 디자인의 변천을 살피며 근현대 조경 디자인의 역사와 이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당신의 사물들] 스케일 자
“What is the spatial quality in this landscape? What makes this landscape unique?” 1학년 첫 디자인 수업 튜토리얼에서 받은 질문이다. 조경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던 나에게는 단순하지만 퍽 까다로운 질문이었다. “어떠한 요소들이 공간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게 할 수 있을까?” 학사, 석사 과정을 거치고 설계 사무소를 다니는 지금까지도 나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사전적 의미의 공간성이란 공간에 대한 관념이나 공간으로서의 특성을 말한다. 때문에 공간성이 잘 드러나는 공간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특성을 가진 공간을 디자인할 것인가’, 나아가 ‘디자인 콘셉트를 어떻게 공간에 적용할 것인가’라는 두 가지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디자인 콘셉트는 평면도를 통해, 평면으로 볼 수 없는 공간성은 연속적인 단면도와 투시도에서 표현하고 실험해볼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안연수는 런던에서 조경가로 활동하고 있다. 영국 셰필드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런던, 셰필드, 맨체스터 건축사무소의 조경팀과 조경 설계 스튜디오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8년부터 길레스피에스(Gillespies) 런던 오피스에서 근무하며 영국과 중동의 다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보다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지 스케이프] 원형에 대하여
방울방울 화면을 가득 채운 하얀 동그라미들의 중첩. 이번 사진의 정체는 뭘까요? 오른쪽 아래에 있는 스테인리스 난간이 힌트가 될 것 같습니다만.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번 사진은 바닷물에 반사된 햇빛입니다. 비밀이라면 조리개 값과 초점을 조금 흩트리는 약간의 요령! 반짝이는 빛을 찍을 때는 조리개 상태가 최종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조리개를 조이면(f값을 크게 하면)빛이 조리개 모양에 따라 갈라지는 것처럼 표현되고, 반대로 조리개를 열면(f값을 작게 하면)이 사진처럼 빛 모양이 원형으로, 때로는 다각형으로 나오거든요. 거기에 초점을 가까운 쪽에 맞추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자, 그럼 한번 따라해 보실까요? 조리개를 활짝 열고 모델은 가까운 곳에, 그리고 멀리 조명을 배경으로 야경을 촬영해 보세요. 조금만 응용하면 이 사진보다 훨씬 더 멋진 사진을 찍으실 수 있을 겁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 생성적 경계
“대다수의 화가들이 자연의 모조품(simulacrum)을 만들기 위해 기교를 이용했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연의 작동 방식을 제대로 알기 전에는 회화에 자연을 가득 채울 수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들은 정확히 말하면 형태를 모방하려는 연구가 아니라, 실험과 다이어그램 사이의 무언가, 즉 작용하는 힘들을 꿰뚫어 보려는 시도들이었다.” _ 필립 볼『, 흐름』 중1 ‘마이애미 왓슨 아일랜드(Watson Island)프로젝트’에서 해수면 상승에 따른 해류와 파도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여, 이에 대응하는 생성적 경계를 만들었다. 이 경계는 선적인 콘크리트 방파제가아닌 해류의 흐름에 반응하는 지점들을 이어 엮은 넓은 표면이다. 움직임은 패턴과 흐름을 만든다. 물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마야(Maya)2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사각 박스 안에 기둥을 만들고 물을 흘려보았다. 기둥의 개수, 간격, 배치에 따라 물의 패턴과 흐름이 달라진다. 이 간단한 시뮬레이션이 디자인의 시작이었다. 움직임을 바꾸는 임의적 개입은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고, 이는 새로운 패턴을 형성한다. 이러한 과정은 형태를 만드는, 즉 디자인하는 행위 그 자체다. 그렇다면 이 기초적인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구체적 형태와 시스템으로 이어질까? 3D로 구현된 왓슨 아일랜드 대상지에 마야 프로그램을 활용해 마이애미 해안의 기본 해류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했다. 이 과정에서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경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변화를 체크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영역인 육지(X)와 바다(Y)사이의 변수들을 찾고, 매개 변수를 설정해 도식화된 함수를 만들었다. 함수는 다음과 같은 순차적 구조를 가진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조용준은 서울시립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진양교 교수의 ‘채우기와 비우기’ 설계 이론과 제임스 코너의 실천적 어바니즘을 기반으로 한 간단명료한 디자인에 영감을 받았다. 15년여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 설계와 페이퍼 아키텍처를 추구하며, 독자적인 설계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깊이(invisible depth), 생성적 경계(generative boundary), 언플래트닝 랜드스케이프(unflattening landscape)를 탐구하고 있다. 최근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 팀의 당선을 이끌었으며, 개인 자격으로 서울형 저이용 도시공간 혁신 아이디어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는, 조경] 풍경을 그리는 드로잉
조경이 다루는 대상, 즉 랜드스케이프(landscape)는 우리말 경관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풍경이나 풍경화를 가리킨다. 그래서인지 공간을 디자인하는 조경의 인접 분야인 건축과 도시설계의 드로잉과 비교해보면 조경 드로잉은 녹색의 자연으로 가득한 풍경의 이미지를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그림 1). 특히 설계공모 제출물 중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그래픽 소프트웨어로 공들여 생산한 이미지에는 조경의 자연 애호(biophilia)경향이 잘 드러난다. 설계가가 고안한 경관을 인간의 눈으로 바라본 것처럼 그려낸 이러한 이미지는, 풍경화의 형식과 대체로 유사해 조경 드로잉에 익숙하지 않은 누구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효율적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이처럼 풍경화 형식으로 그려진 드로잉을 투시도라고 부른다. 물론 첫 번째 연재(『환경과조경』 2019년 1월호)에서 말했듯, 선형 원근법에 기반한 투시도는 엄밀히 말해 평면도와 입단면도 같은 투사 드로잉 유형에 속한다. 다만 조경의 역사에서 투시도는 선형 원근법을 느슨하게 적용해 온 경향이 있고 이러한 드로잉 유형은 정원 설계의 양식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기도 했기에, 주요 드로잉 유형 중 하나로 다룰만하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해 유럽 전역에 유행한 풍경화식 정원 설계에서 투시도는 주요한 드로잉 유형으로 등장했다. 하늘에서 지상으로 17세기까지 정원 설계에서 평면도와 입단면도가 주로 이용됐다면, 18세기 영국에서는 정원을 설계할 때 풍경화와 비슷한 스케치, 말하자면 투시도를 빈번히 이용하기 시작했다.1 전자가 과학적 도구성에 기반한 드로잉 유형이라면, 후자는 상대적으로 예술적 상상력이 강화된 시각화 방식이다. 물론 17세기에도 투시도는 경관을 시각화할 때 유행했다. 하지만 18세기에 이르러 바라보는 지점이 버드 아이 뷰, 즉 새의 시점에서 사람의 눈높이로 내려온다. 인간의 자연 경험을 시각화하기 위한 시도는 조경 드로잉뿐만 아니라 회화에서도 동시에 나타난 현상이었다.2 시점이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선형 원근법에서 풍경의 묘사가 보다 자유롭게 이루어졌다. 이러한 드로잉의 변화는 정원 설계의 변화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지난 연재(『환경과조경』 2019년 3월호)에서 살펴본 프랑스 정형식 정원의 엄격한 기하학적 질서, 즉 직선의 중심축을 따라 마지막에 위치하는 소실점으로 인간의 시선을 이끌어가는 대신에 이제 곡선(serpentine line)이 정원 조형의 원리가 되었다. 방문객은 곡선형의 길을 걸어가면서 식재나 점경물에 가려졌다 다시 나타나는 일련의 풍경의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3몇몇 전망점은 풍경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기에 이 시기의 정원을 풍경화식 정원(landscape garden)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풍경화식 정원의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스투어헤드(Stourhead)에는 17세기의 역사적 풍경화가 클로드 로랭(Claude Lorrain)(1600~1682)의 ‘아이네이아스가 있는 델로스 섬의 풍경(Landscape with Aeneas at Delos)’의 구성과 유사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점이 있다. 이러한 정원에서의 경험을 그려내는 데는 평면도나 입단면도보다 느슨한 투시도가 적합했던 것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투시도는 건축 드로잉의 역사에서 20세기 초반까지도평면도, 입단면도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여겨졌다.건축사가 배형민은 20세기 초반까지도 아카데미에서는투시도가 중요하지 않았고 실무에서 클라이언트를설득하는 수단으로 주로 이용되었다고 본다(HyungMin Pai, The Portfolio and the Diagram:Architecture, Discourse, and Modernity inAmerica, Cambridge, MA: The MIT Press, 2002,p.29). 제임스 코너 역시 건축 드로잉에서 투시도가평면도나 입단면도보다 열등하게 여겨졌다고 말한다.전자가 건축의 이념을 표상하는 존재론적 드로잉으로간주된 반면, 후자는 종이에 행하는 단순한 표현 정도로여겨졌기 때문이다(James Corner, “Representationand Landscape: Drawing and Making in theLandscape Medium”, Word & Image: A Journalof Verbal/Visual Enquiry 8(3), 1992, p.255). 2.John Dixon Hunt, Greater Perfections: ThePractice of Garden Theory, Philadelphia: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2000, p.42;John Dixon Hunt, The Figure in the Landscape:Poetry, Painting, and Gardening during theEighteenth Century, Baltimore: The JohnsHopkins University Press, 1989, pp.201~204. 3.영국의 풍경화식 정원 설계에서 정원의 모델은 자연이었고,곡선은 자연의 형태를 표현하는 언어로 간주되었다(WilliamHogarth, The Analysis of Beauty, Ronald Paulson,ed.,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97).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와 계획, 역사와 이론,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대 조경설계 실무와 교육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조경 설계에서 산업 폐허의 활용 양상, 조경 아카이브 구축, 20세기 전후의 한국 조경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가천대학교와 원광대학교,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조경비평 봄’과 ‘조경연구회 보라(BoLA)’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공간의 탄생, 1968~2018] 한국 도시화의 거시적 메커니즘, 계획 주체와 공간 지향
한국의 도시화 50년은 어떻게 작동했는가 지난 두 달간의 연재에서는 한국 도시화 50년의 거시적 현황과 일상적 현황을 각각 ‘쏠림 현상’과 ‘밀도의 향연’으로 규정했으며, 이와 같은 현상의 원동력으로서 지난 50년 동안 끊임없이 지속됐던 정부 주도의 도시화와 대규모 물리적 개발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연재에서는 한국의 도시화 50년을 작동하게 한 거시적 메커니즘을 ‘계획 주체와 공간 지향’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나의 개인적 일화를 통해 한국 도시화의 단적인 특성에 대해 언급하며 시작하고자 한다. 2011년 미국 워싱턴 대학교의 도시설계 및 계획학과에 박사 유학을 갔을 때의 일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도시설계학자인 앤 무동(Anne V. Moudon)교수의 도시형태론 수업을 듣게 되었다. 어느 날 무동 교수는 한국의 청계천 복원사업 사례를 소개하며 수업 말미에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서울 사람과 시애틀 사람의 유전자를 섞어야 한다. 서울의 청계천 복원사업은 불과 27개월 만에 완료됐는데, 시애틀의 알래스카 고가 도로 철거 사업은 10여년 이상 지지부진하다.” 당시 이미 칠순에 가까웠던 그는 교수 재직 기간 동안 여러 한국 학생을 지도했으며,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여러 도시 개발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고 있는 분이었다. 그런 그가 서울의 도시 개발을 상당히 중점적으로 다루고 일정 부분 긍정하는 것을 보며, 그때까지 너무나 익숙하기만 했던 우리의 도시를 다시금 바라본 적이 있다. 이와 함께 시애틀의 도시 개발에 대해서도 서울과의 비교적 관점에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1 계획 국가의 형성과 플레이어의 구성 한국의 정부 주도 도시화와 대규모 물리적 개발은 1960년대 계획 국가의 형성과 함께 본격화됐다. 당시 계획의 출발은 경제 계획이었으며, 1차적 목표는 재건이었다. 일제 식민지기(1910~1945)와 미군정(1945~1948)그리고 한국 전쟁(1950~1953)을 겪으면서 경제 부흥과 재건은 1950년대 한국이 당면한 핵심 과제가 되었다. 실제로 정부 수립 이후부터 1957년까지 정부 기획처나 소관 부처에서 많은 경제부흥계획서가 작성됐으며, 196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경제 재건이 아닌 경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경제개발3개년계획(1960~1962)이 국무회의에 제출됐다.2 하지만 1960년 4·19혁명과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인해 경제개발계획은 연이어 늦추어졌으며, 마침내 1962년에 이르러서야 군부에 의해 경제개발5개년계획(1962~1966)이 본격 시행됐다. 이를 통해 중앙 정부 중심으로 국가 발전 계획을 제시하고 행동하는 권위적 토대가 마련됐으며, 한국 사람들은 경제 개발을 통한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집단적 의식을 공유하게 됐다. 다시 말해, 1960년대 한국은 중앙 정부 중심, 경제 관료 중심의 권위적 계획 기구(planning agency)가 사회의 총체적 변화를 주도하게 됐다. 따라서 지방 정부의 인사, 예산, 행정 등에 미치는 중앙 정부의 영향력은 지금의 선출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 자치제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당시의 계획 기구가 연이어 발표하는 국가 주도 발전 계획은 소련의 스탈린주의 경제 개발을 연상하게 해 부정적 우려를 초래하기도 했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계획 기구와 공무원 집단은 관료제와 순환 보직 체제였기 때문에, 이들을 지탱하기 위한 전문가 집단으로서 대학교수의 역할이 계획 국가 초기부터 상당히 중요했다. 이후 한국의 경제 개발 및 사회 발전이 더욱 진전되고 고도화되면서 중앙 정부의 국정 연구 기관과 지방 정부의 시정 연구 기관들이 점차 설립됐으며, 오늘날에는 다른 선진국에 손색없을 만큼 풍부하고 다층적인 정책 전문 연구 기관이 설립 및 운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 전문 연구 기관은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학술 연구 기관과 달리 설립 주체의 의도 및 지향점을 제도, 정책, 사업, 사례 등을 통해 시시각각 반영하고 현실화하는 계획의 싱크탱크think tank이자 계획 기구에 준하는 역할까지 감당하고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 김충호, “시애틀 알래스카 고가도로 철거와 지하 대체 터널 건설”, 『건축과 도시공간』 15, 2014, pp.48~52. 2. 최상오, “1950년대 계획기구의 설립과 개편: 조직 및 기능 변화를 중심으로”, 『경제사학』 45, 2008, pp.179~208. 3. 이종석, “한국경제 반세기: 경제개발계획 시동”, 「이데일리」 2005년 5월 5일.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편집위원회 좌담] 2019, 환경과조경의 변화를 진단하다
지난해『환경과조경』 편집팀은 유독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종이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고 독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그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로 2018년 12월 ‘젊은 조경가’상을 신설했고, 『환경과조경』 2019년 1월호부터 디자인과 콘텐츠의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환경과조경』의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피는 열혈 독자라면, 지난 일 년간 지면에서 꾸준히 이루어졌던 실험들이 이번 리뉴얼에 반영되었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진단하고자 지난 3월 14일 늦은 5시, 편집위원들이 모였다. 잡지의 구성, 편집, 디자인부터 조경 매체의 역할, 지향점, 앞으로 다루어야 할 콘텐츠까지, 다층적 토론이 이어졌다. 남기준(이하 남) 오늘 2019년 상반기 편집위원회 좌담의 아젠다는 네 가지다. 이야기 나누고자하는 첫 번째 주제는 2019년을 맞이해 단행한 디자인 리뉴얼이다. 지난 2014년 1월호를 기점으로『 환경과조경』은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한 바 있다. 내용과 형식의 개편뿐만 아니라 영문 제호도 ela(environmental landscape architecture)에서 laK(landscape architecture Korea)로 변경했다. 리뉴얼 5주년을 맞이해 2019년 1월호에서는 표지부터 본문 편집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에 변화를 꾀했다. 2014년부터 이어 온 장수 꼭지 ‘그들이 설계하는 법’의 막을 내렸고, 최이규 교수의 인터뷰 연재물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도 마침표를 찍었다. 그 대신 ‘당신의 사물들’,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 ‘그리는, 조경’, ‘공간의 탄생, 1968~2018’ 등 새 연재물을 마련했다. 두 번째 회의 주제는 작년 말『환경과조경』이 신설한 ‘젊은 조경가’상이다. 제1회 젊은 조경가로 호원의 김호윤 소장, HLD의 이해인·이호영 소장이 선정됐고, 1월호와 2월호를 젊은 조경가 특집으로 꾸렸다. 이 상과 특집호에 대한 반응과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 의견을 듣고자 한다. 세 번째 아젠다는 1, 2월호에서 다룬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와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설계공모’다. 공모전을 다룬 방식과 지면 구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자 한다. 주상절리대 공모의 경우 ‘조경이상’이 주최한 별도의 공개 비평 모임도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광화문광장 공모의 경우, 공모는 이미 끝났지만 프로젝트의 문제와 방향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편집위원들은 전문가로서 광화문광장 사업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마지막 의제는 이번 리뉴얼과 함께 신설한 코너 ‘이달의 질문’에 대한 것이다. 이번 4월호의 질문은 “『환경과조경』을 읽는, 혹은 읽지 않는 이유는?”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최근 많은 종이 매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잡지 매체는 독자를 유지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환경과조경』도 지속가능한 잡지를 꿈꾸며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환경과조경』이 더욱 친근하게, 매력적으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듣고자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일시2019년 3월 14일 오후 5시 장소 환경과조경 회의실 남기준 편집장 민성훈 수원대학교 건축도시부동산학부 교수 박승진 디자인 스튜디오 loci 소장 배정한 편집주간,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이호영 HLD 소장 최이규 계명대학교 도시학부 생태조경학전공 교수 정리 김모아 기자 녹취 윤정훈 기자
[시네마 스케이프] 더 페이버릿
삐이익 삑, 핸드폰이 이런 소리도 낼 줄 아나 싶은 괴상한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땐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 폭설이나 태풍을 예보하는 경보였다. 요즘은 주로 미세 먼지로 굉음을 낸다. 여러 사람이 모인 카페에서는 동시에 울리며 더 큰 소리로 퍼지지만 이젠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몇 해 전 요르고스 안티모스(Yorgos Lanthimos)감독의 ‘더 랍스터(The Lobster)’(2015)를 보고받은 충격은 다음 작품인 ‘킬링 디어The Killing of Scared Deer’(2018)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The Favourite)’(2019)는 대체 어디까지 가게 될까.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거나 신화에 기대어 멀쩡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도 봤는데, 어지간한 기묘함과 충격에는 눈 깜짝 안 할 자신감이 생긴 터였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역사극이라 분위기는 이전보다 편했다. 18세기 영국 스튜어트 왕조의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 분)을 중심으로 권력의 실세인 사라(레이첼 와이즈 분)와 하녀 애비게일(엠마 스톤 분)의 밀고 당기는 관계를 그리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았는가. 궁중 사극에서 시기와 질투로 죽고 죽이며 인형에 바늘을 꽂는 그런 장면 말이다. 아침 드라마는 또 어떤가. 재벌 2세 실장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싸가지 없고 경우도 없는 악한 강자와 외로워도 슬퍼도 웃음을 잃지 않는 콩쥐형 주인공, 사약을 드링킹하거나 해외 도피하는 악한의 파국, 바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초긍정적인 주인공은 끝내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이야기 유형. 이제 식상하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원고를 쓰고 있는 카페의 창문 밖으로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해가 기우는 하굣길에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태극기를 봐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영화를 보기 전, 팝콘 봉지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 동해물과 백두산을 봐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운동장은 시간이 멈춘 듯 아득했고, 극장 안의 분위기는 생뚱맞았다. 같은 민족의 통일을 앞두고 언제까지 남의 나라에서 남의 나라 눈치를 봐야할까. 여전히 아득하고, 생뚱맞다. 유관순 열사가 이 땅에서 독립을외친 지 올해로 100년이 흘렀다.
서울특별시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설마 그 박원순?’ 전시 제목을 보자마자 당신은 생각할 것이다. 그 박원순이 맞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작가로 데뷔했다. 무려 그 이름 세 글자를 전면에 내세운 개인전이다. 시장은 어떻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을까. 전시를 기획한 예술가들 덕분이다. ‘서울-사람’은 서울시의 개발 담론에 문제의식을 느낀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프로젝트 팀이다. 이들은 본인들을 ‘박원순 작가의 어시스턴트’로 규정하고, 박원순 시장을 60대 중견 작가로 ‘가정’했다. 그렇다, 이번 전시는 박 시장 본인이 기획한 것이 아니다. 3월 8일부터 3월 24일까지 을지로 상업화랑에서 진행된 ‘박원순 개인전’은 박원순 시장의 임기 중 일어난 도시재생 사업과 재개발 사업을 통해 현대 한국 도시 정책의 현주소를 돌아본다. 을지로 일대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자 심승욱, 오세린, 일상의실천(권준호, 김경철, 김어진), 정용택, 차지량, 최황, 한정림, CMYK 총 8팀의 예술가들이 모였다. 전시의 코디네이터를 맡은 차지량 작가는 기획 의도의 첫머리에 이렇게 서술했다. “서울의 어떤 풍경이 사라지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모이던 날, … 2019년 1월은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과 재개발 사업들의 문제가 또다시 가시화되던 시기였고, 그러한 현상에 반응한 예술가들이 을지로에 모였다.” 청계전-을지로 일대는 2006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동서 약 40만㎡의 땅은 8개 구역으로 나뉘어 전면 철거 대상이 됐다. 박원순 시장 재임 후인 2014년, 기존의 8개 구역은 점진적 정비라는 명목하에 171개 구역으로 쪼개졌고, 곧 오피스텔과 주상 복합 아파트 등이 빼곡하게 세워진 조감도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시는 세운상가를 ‘메이커 시티’로 만들겠다는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오랜 시간 세운상가와 주변의 수많은 제조업 점포가 일군 네트워크를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 조치였다. 2018년 10월, 각종 공구상과 금속 가공 공장이 밀집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중 3-1, 4, 5구역은 관리처분계획인가가 고시되어 작년 말부터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전시 기획 팀은 철거가 예정된 세운3구역 인근 화랑에서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장은 조명 상가 사이에 끼워진 듯 놓인 건물의 3층이다. 약 1m 폭의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의 을지로 재개발추진위원회 사무실을 지나한 층 더 오르면 대형 화환이 관람자를 맞이한다. 시장의 첫 개인전을 축하하는 의미로 전시 기획 팀이 보낸 것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예술가의 언어로 청계천과 을지로를 지키는 법
청계천-을지로 일대에는 5만 명에 이르는 장인과 상인이 있다. 빽빽이 들어선 공구 및 자재 상점에는 없는 게 없다. 동네 철물점처럼 하나의 가게가 여러 품목을 다루는 게 아니다. 고무 밴드만 파는 가게도 있고, 스프링만 판매하는 곳도 있다. 문고리 전문점 앞에는 얼핏 봐도 백여 개가 넘는 문손잡이들이 즐비하다. 장인의 거리에서는 온종일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멎을 줄을 모른다. 철공, 전기, 금속 도장 등 여러 분야의 장인들의 손에서 갖가지 재료들이 새롭게 태어난다. 장인과 상인 그리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한데 얽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유기체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을지로 인현동 일대가 철거되기 시작했다. 2006년 지정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재개발 사업1이 시작된 것이다. 상인과 장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오래된 삶터를 떠나야 했고, 세운상가 인근 세운3-1, 4, 5구역은 순식간에 빈터가 되었다. 서울시가 세운상가를 “기존 산업과 새로운 기술의 융합, 분야를 넘어선 협업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 창의·제조 산업의 혁신적 거점”으로 만들고 “그 활력을 세운상가군 일대 주변 지역까지 확산”2하는 ‘다시·세운 프로젝트’(2017)를 시행한 지 일 년이 채 안 된 시점의 일이다. 갑작스럽게 날아든 철거 소식에 낙담한 건 상인과 장인뿐만이 아니었다. 청계천과 을지로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메이커와 예술가,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 등 이곳의 가치를 아는 모든 사람이 청계천-을지로 일대를 지키고자 했다. 이들은 새로운 연대를 모색했다. 청계천-을지로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포스터를 만들어 SNS에 공유하는 것. 궐기는 성공적이었다. 참가 자격, 디자인 지침도 없는 궐기에 각양각색의 포스터가 접수됐다. 텀블러,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포스터는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예술가답고 새로운 방식의 궐기는 어떻게 기획되었을까? 포스터 궐기 기획자 이영연 대표(저스트프로젝트)와 민동인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정리 1.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종로구 종로3가동 175-4번지 일대로, 총 8개 구역(세부적으로 171구역)으로 나뉜다. 그중 세운3구역은10개의 소구역으로 구성되며, 3-1, 4, 5구역은 지난 2018년 사업시행인가가 고시되어 전면 철거됐고, 3-7, 8, 9구역은 사업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3-3구역은 사업시행인가 고시를 기다리고 있으며, 3-2, 6, 7구역은 업무 및 생활 숙박 시설로 사업 계획을 변경하는 중이다. 2.다시·세운 프로젝트 홈페이지(http://sewoon.org/)
DDP 공간에 글로컬리티 서사를 불어넣기
2016년 작고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설계 콘셉트 환유의 풍경(motonymic landscape)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여러 가지 측면의 논쟁을 야기했다. 첫째, 역사적 측면이다. DDP 건설을 위해 국내 최초의 근대 체육 시설이자 한국 스포츠의 성지인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해야 하자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일었다. 1925년 10월 15일 경성운동장이라는 이름으로 육상 전용 경기장인 주경기장(이후 축구장 기능 추가)과 야구장, 정구장이 건립됐다. 1928년 연희전문학교 소속의 이영민이 첫 홈런을 기록했고, 1929년에는 최초의 전국 종합 체육 대회인 전全조선종합경기대회가 열렸다. 1977년 박스컵 축구대회에서는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종료 7분을 남기고 차범근이 세 골을 넣었고, 1982년 프로 야구 개막전과 1983년 프로 축구 개막전이 개최되는 등 한국 스포츠의 역사적 순간들이 운동장에 담겨 있었다. 둘째, 사회적 측면이다. 과거 이명박 시장이 추진한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인해 황학동에서 영업하던 노점 상인들이 동대문운동장으로 반강제로 이동해야 했고, 결국 운동장 안에 풍물시장을 새롭게 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오세훈 전 서울 시장이 제2의 청계천 격으로 DDP를 건설하고자 노점상들을 더 먼 외곽 지역(현재의 신설동 풍물시장)으로 이동시키면서 도시 정책에 의해 하위 계층은 도심 공간에서 지속해서 배제됐다. 셋째, 지역 발전의 측면이다. 1990년대부터 동대문시장 상인들은 시장 한복판에 위치한 동대문운동장을 지역 발전에 도움이 안 되는 불필요한 시설로 인식했다. 2000년대 이후 상권이 침체되자 동대문운동장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돔 야구장, 시민공원 등 여러 개발안이 제시되었다. DDP 건설을 지지한 지역 상인들은 풍물시장의 신설동 이전을 요구하면서, 사회적 가치와 지역 발전의 가치가 충돌하게 됐다. 넷째, 건축적 측면이다. 건축가 고故 정기용이 DDP를 매미처럼 생겼다며 주변 지역과의 부조화를 강하게 비판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언론, 시민 사회, 건축 전문가들의 디자인에 대한 비판 또한 논쟁의 한 축을 이루었다. 당시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서울을 세계도시로 만들고자 한 오세훈 시장은 세계적 명성을 가진 자하 하디드의 설계안을 받아들이고, 동대문의 지역성은 설계에서 고려하지 않았다1. 이러한 DDP에 대한 논쟁은 시민 사회, 언론, 전문가들이 다층적으로 활발하게 참여했다는 점에서 도시 공공 건축물에 관한 한국 사회의 공론장의 발전 사례로볼 수 있다. 하지만 DDP는 결국 완공됐고, 가열찼던 논쟁의 태풍은 찻잔 속으로 잦아들었다. 완공 전의 우려와 달리,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매미 같은 독특한 외관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DDP를 찾고 있다. 2017년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와 같은 수준 높은 전시회가 열리고 서울패션위크, 밤도깨비 야시장 등을 비롯한 여러 행사가 꾸준히 개최되면서 DDP는 동대문 지역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자리 매김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행사의 일시성 때문인지 DDP는 어떤 기의(signifie)와 장소성으로 채워져 있는지가 모호하며, 텅빈 기표(floating signifiant)이며 무장소적이라 여겨진다. 필자들은 DDP 공간에 글로컬리티(glocality)서사를 불어넣는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1.Hwang Jin Tae, “Territorialized urban mega-projectsbeyond global convergence: The case ofDongdaemun Design Plaza & Park Project, Seoul”,Cities 40, 2014, pp. 82~89. 황진태는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동아시아 발전주의 도시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하기』(동녘, 2017), 『대치동: 사교육 일번지』(서울역사박물관, 2018) 등의 연구서를 펴냈다. 김가우는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를 거쳐, 서울대학교 환경조경학 석사 과정에 재학하며 생태 계획, 생태계 서비스, 둘레길, 환경 DNA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립공원공단 북한산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다.
더스트 캡처
지난 2월 25일 ‘서울형 저이용 도시공간 혁신 아이디어 공모’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서울시가 주최한 이번 공모는 이용도가 낮은 도시 공간의 창의적·혁신적 활용 방법을 모색하고자 개최됐다. 고가 상부, 간선 도로, 지하철역, 지하 차도 상부 등 활용도가 낮은 공간 12개소1와 그 일대가 대상지로 주어졌으며, 참가자들은 이중 한 곳을 선정해 도시 기반 시설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했다. 시는 작년 12월 28일부터 올해 2월 15일까지 약 한 달간 공모전을 진행했고, 참가 등록한 491팀 중 179팀의 작품이 접수됐다. 2월 20일 진행된 심사에는 이영석 대표(어반인덱스랩), 이장환 대표(어반오퍼레이션즈), 정재희 교수(홍익대학교), 차성민 대표(씨오에스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홍성용 대표(건축사사무소 NCS 랩)가 참여했다. 다수의 대상지가 주어진 만큼 수상작은 대상지별로 나눠 선정되었다. 그 결과 최우수상 7점, 우수상 41점, 입선 81점이 선정됐으며, 최우수 작품 중 조용준·장서희·김수린의 ‘더스트 캡처(Dust Capture)’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더스트 캡처는 하늘공원과 난지한강공원 사이 강변북로 상부에 미세 먼지에 대응하는 그린 인프라스트럭처를 제안한다. 미세 먼지를 흡착하고 정화하는 거미 모양의 구조물을 통해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단절된 대상지를 주변 지역과 연결하고자 했다. 더스트 캡처 대한민국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2017년 기준 연평균25.1ug/m3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OECD 평균의 약 두 배가 넘는다.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 먼지는 새로운 도시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유형의 기반 시설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상지는 하늘공원, 강변북로, 난지한강 공원에 이르는 구간이다. 하늘공원과 난지한강공원은 강변북로로 인해 서로 단절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도시 지역과 수변 공간 간 자유로운 통행이 제한되고 녹지 체계도 끊어졌다. 하지만 이 일대에는 하늘공원, 월드컵공원, 난지천, 한강 등 다양한 생태 자원뿐만 아니라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수소스테이션, 마포자원회수시설, 연료전지발전소 등 재생 에너지 관련 시설이 분포한다. 환경 보존에 앞장서는 대상지의 정체성을 극대화해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시설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로써 단절된 지역을 연결하고 인근의 자연 자원 및 기반 시설과 어우러지는 새로운 공공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72호(2019년 4월호) 수록본 일부 각주 1.12개소 대상지는 다음과 같다. 효령로 고가 상부, 연희IC,남산1호터널요금소 상부, 회기로5길(공지+적환장),북부간선도로(우이천~석계역), 한남제1고가차도, 도봉산역,연희지하차도 상부, 강변북로-하늘공원, 뚝섬로-응봉산, 이촌역 앞도로-철도 상부, 용산동2가 주민 센터 인근.
[이달의 질문] 당신이 『환경과조경』을 읽는, 혹은 읽지 않는 이유는?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스스로가 빈껍데기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쌓여가는 일과,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는 때때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매달『 환경과조경』을 읽는 동안에는 “나는 사람을 위한 공간 만드는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길을 잃었을 때 펼쳐보는 지도처럼 내가 있는 곳, 걸어갈 곳을 깨닫게 해준다. 지금 마주한 숫자 하나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걸 잊고 싶지 않아 『환경과조경』을 읽는다. 성문현 현대엔지니어링 긴 글을 좀처럼 잘 읽지 않는다. 그런 글이 잘 써지지 않는 것처럼. 글이 친근했던 때도 벌써 오래전이다. 이제 이미지가 그 뒤를 따르고, 최근에는 영상이 그 길 위에 섰다. 글자보다 그림이, 그림보다 영상을 보는 것이 편하다. 대형 서점에서 조경학 코너는 사라졌고, 이제는 누군가가 정성 들인 노력을 발굴하는 일도 귀찮고 의미 없게 느껴진다. 생각이 필요한 읽기는 지루하다. 외래어를 지나치게 사용해 혼란을 야기하는 보그체는 기분마저 망친다. 그래서 나는『 환경과조경』뿐만 아니라 다른 잡지도 거의 보지 않는다. 물론『 환경과조경』의 고유한 색과 깊이를 존중한다. 하지만 하루 수차례 웹 페이지를 들락거려도 인쇄된 잡지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잡지를 본다는 핑계로 들르던 서점에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이 질문에 답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왜 그런지 스스로 돌아보고자 기록해 본다. 안명준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소장 불안감. 아싸(아웃사이더)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작은 사무실에 앉아 홀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혼자만의 생각의 늪에 빠져 유행에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환경과조경』을 읽는다. 다른 사람은 어떤 설계로 공간을 풀어낼까? 이 시대의 조경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길을 찾아가고 있는가? 이 시대의 이슈는 무엇인가? 동시대의 조경하는 여러 사람을 보며, 내가 찾아가는 길이 맞을 것이라 위안하고 스스로를 독려하기 위해 『환경과조경』을 읽는다. 이상수 스튜디오이공일 소장 1. 환경과조경 통신원이라서. 2. 조경 꿈나래라서. 3. 표지 디자인이 예뻐서. 4. 생각보다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서. 5. 조경 전문지라고 하면 『환경과조경』이 최고라서. 김선미 공주대학교 조경학과 『환경과조경』 의 콘텐츠는 학술적 측면에서는 풍부하지만, 현장에서 설계하는 내겐 잘 와닿지 않는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았으면 한다. 조경사무소에서 보기에는 실무적인 내용이 적은 편이다. 주로 턴키 방식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소개되어 참고할 만한 이미지가 없다. 김종우 디자인그룹 모빌 과장 『환경과조경』 을 처음 접한 건 2년 전 학교에 복학했을 때다. 조경학과에 재학 중이었고 군대에서 제대한 후 막연하게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학업에 매진하던 때였다. 학과 선배가『 환경과조경』을 추천해 주었다. 조경시공학, 조경설계론, 조경관리학 등 학문적으로만 떠올렸던 조경에 대한 이미지가 잡지를 읽으면서 많이 바뀌었다. 특히 ‘그들이 설계하는 법’ 연재는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그들의 신선한 설계법과 아이디어는 조경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조경 설계를 더 제대로, 깊게 배워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좀 더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조경학과로 편입하게 됐다. 또한 영화 속 장소를 조경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흥미롭게 풀어낸 ‘시네마 스케이프’와 각종 설계공모 당선작을 수록해 놓은 ‘컴피티션’ 섹션은 내가 왜 조경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상기시켜준다. 김영찬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영상 매체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큰 노력 없이도 많은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책으로만 얻던 고급 정보 또한 다른 방식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제 정보 전달의 역할은 책에만국한되어 있지 않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던 때도 지났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과조경』 을 읽지 않는다. 대신 인터넷을 사용한다. 내겐 e-환경과조경만으로 충분하다. 임지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1. 최신 조경 트렌드를 알 수 있다. 2. 사진 등의 자료가 감각적이다. 3. 학과 수업과 연계되는 깊이 있는 콘텐츠가 있어 참고 도서로도 좋다. 4. 구독자와의 소통이 잦다. 5. 환경과조경 통신원이라서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6. 책장에 진열하면 간지난다. 안건희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환경과조경』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직무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취업을 준비하는 나는 간접 경험을 쌓는 수단으로 『환경과조경』 구독을 선택했다. 인터넷 뉴스나 다른 자료를 통해서 조경 관련 지식을 얻을 수 있지만 양이 많고 복잡해 필요한 내용만을 선별하기가 쉽지 않다. 『환경과조경』 은 수많은 정보 중 중요한 몇 가지만을 골라 정리해준다. 홀로 정보의 바다에서 헤매는 것보다 여러 명의 편집자가 고심해서 만든 요약본을 구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각종 공모전의 수상작을 감상하면서 설계 공부를 할 수 있어 유용하고, 표지 디자인이 세련돼 소장하고 싶은 점도 『환경과조경』을 읽는 이유 중 하나다. 매월 신선한 디자인을 기대하는 재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조경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환경과조경』을 추천한다. 조경 잡지 구독과 같은 작은 관심이 모여, 우리나라 조경 분야의 발전에 큰 힘이 되었으면 한다. 박지원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환경과조경설계』로 제호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환경과조경』이 다루는 내용의 80%가 설계나 디자인, 나머지 20%가 다른 조경 분야에 대한 콘텐츠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 구독을 멈췄다. 조경에서 설계 외 다른 분야에 대한 정보는 일반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것이 유용하다. 정혜승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실무를 경험하면서 학문과 멀어짐을 느끼는데,『 환경과조경』은 이 간극을 메워준다. 또 뛰어난 조경가의 경험이나 다른 나라의 조경 이야기는 현재에 안주하려는 나를 일깨우는 자극제다. 설계에 참고할 수 있는 알찬 내용이 담겨 있어 과월호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 가볍게 보기도 좋고, 깊게 읽기도 좋다. 『환경과조경』은 조경을 배우고 경험하는 모든 조경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잡지다. 김기웅 강산어소시에이트 1. 읽다 보면 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2.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서. 3. 재미있어서. 4. 그림과 사진이 많아 빠르게 읽을 수 있어서. 5.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잡지라서. 남수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조경을 잡고 싶어서, 조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환경과조경』을 읽는다. 이대영 스튜디오 엘 소장 주로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환경과조경』의 콘텐츠를 접한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페이스북만으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고 본다. 『환경과조경』을 본 경험이 많지 않지만, 페이스북의 콘텐츠와 인쇄 매체의 콘텐츠가 똑같다면 굳이 잡지를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의 정보 전달 방식은 매체의 성격에 따라 달라야 한다. 예를 들면 SNS에서는 인쇄 매체에서 구현이 불가능한 동영상 같은 콘텐츠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 독자들의 니즈를 좀 더 분석하고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조경 콘텐츠를 좀 더 늘려,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즐길 수 있는 잡지를 만드는 시도도 필요하다. 이제는 주변의 카페나 공공 공간, 건물 등에서 조경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심 속 콘크리트 정글 속에 사는 시민들은 본능적으로 자연과 함께하고픈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제 상명대학교 교수 2011년 여름, 강남역 서점에서 처음 뽑아 들었던『 환경과조경』. 그 재미있는 잡지는 나를 조경의 길로 이끌었다. 이 우연한 계기로 지리교육과 새내기의 관심사는 공간을 탐구하는 지리학의 영역에서 공간을 구현하는 조경의 영역으로 확장되었고, 그 설렘에 매료되어 업으로까지 삼게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환경과조경』은 조경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러주고 또 마음 한켠에 고민을 던져준다. 일상과 업무에 치여 문득 회의가 몰려올 때면 잡지를 다시 펼쳐보곤 한다. 그 안에는 그동안 잊고 지낸 설렘이 있다. 엄호정 현대엔지니어링
[편집자의 서재] 백의 그림자
평일 낮의 을지로는 처음이었다. 을지로 재개발을 다룬 전시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눈앞에 펼쳐진 을지로3가의 풍경은 조금 생경했다. 주말에 종종 이곳을 지난 적 있지만 그때마다 뭐랄까, 도심이라기엔 다소 고요하고 적적했다. 주말과는 달리 이 시간의 을지로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가게들은 문을 활짝 열어 두고 있었다. 큰 길을 따라 몇 걸음만 가면 금방 목적지였으나 조금 돌아가기로 했다. 좀 더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건물 틈새로 난 골목에 들어가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에도 불편한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제작, 용접, 절단, 프레스 등이 적힌 간판이 내걸린 작은 공구상과 공장이 즐비했다. 볼트 너트 전문, 앵글 전문, 체인 전문, 용수철만 잔뜩 모아 놓은 곳도 보였으며, 위잉, 지잉, 땅땅땅, 쉬익, 큰 길에서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어 나왔다. 사람들은 저마다 분주하게 움직이며 크고 작은 기계로 무언가를 손보거나 만들고 있었다. 도심부 제조업의 중심지라는 수식어가 피부로 와닿았다. 한 가게 앞에서 발길이 멈췄다. 간판에는 ‘OO볼트사’, 창문에는 ‘낫트’가 붓글씨로 쓰인 가게였다. 약 1.5m 높이로 쌓인 작은 쇠붙이들이 두세 평 남짓한 점포를 빽빽하게 채웠고, 한 노인이 그 쇠산 위에 돌처럼 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인지 『백의 그림자』의 ‘오무사’가 떠올랐다. “왼쪽으로는 주차장을, 오른쪽으로는 조명 가게나 공구 상점들을 두고 걷다가 오른쪽으로 첫 번째 골목이 나타날 때 발길을 틀어서 그 길로 접어들면, … 그 맞은편에 오무사가 있었다. … 빽빽하다라는 말의 이미지 사전을 만든다면 아마도 그런 광경일 것이 틀림없었다.”2이내 주인과 눈이 마주치자 머쓱한 마음에 고갯짓으로 인사를 건네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백의 그림자』는 세운상가에서 일하는 두 남녀(은교, 무재)가 주인공인 소설이지만 작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만큼 작은 전구 가게인 오무사를 공들여 묘사했고, 나는 그런 천천한 문장에 마음이 동하곤 했다. “흔히 사용되는 알전구 같은 것이 아니고, 한 개에 이십 원, 오십 원, 백 원가량 하는,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조그만 전구들을 파는 곳”, “손님이 찾아와서 어떤 종류의 전구를 달라고 말하면 … 서두르는 법 없이 그렇다고 망설이는 법도 없이 선반의 한 지점으로 부들거리며 다가가서, 어느 것 하나 새 것이 아닌 골판지나 마분지 상자들 틈에서 벽돌을 뽑아내듯 천천히 상자 하나를 뽑아내고 그것을 책상으로 가져와서 일단 내려 둔 뒤엔 너덜너덜한 뚜껑을 젖혀 두고 ….”2 을지로의 골목을 엿보고 나서는 오무사가 어딘가 존재하거나, 존재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3들고 가는 길에 전구가 깨지거나 불량품이 있을 수 있으니 스무 개를 사면 스물한 개, 마흔 개를 사면 마흔한 개, 꼭 하나씩 더 넣어 준다던 주인 할아버지도. 청계천이 그랬고 DDP가 그랬듯 서울은 계속 변해왔지만 이번에는 조금 이상스러웠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만들고, 모아 놓고, 팔고, 사고, 맡기고, 찾아가는데, 세상 물건을 이루는 부속품은 다 여기서 나올 것만 같고, 이런 곳이라면 인공위성4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래되고 낡아서 없어지는 게. 뒤늦게 을지로 재개발에 대한 기사를 찾아봤다. 기사 속 공공의 용어는 너무나 간결했고 그래서 더 폭력적이었다. 청계천-을지로 일대를 ‘세운재정비촉진지구’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 지칭하는 것도, 거대한 제조업 생태계를 2구역, 3구역 등으로 찢어 규정하는 것도, 한 사람의 삶과 공동체의 내력이 퇴적된 시간의 지층을 슬럼이라 부르는 것도. 은교와 무재의 대화가 계속 맴돌았다. “이 부근이 슬럼이래요. 누가요? 신문이며, 사람들이. 슬럼? 좀 이상하죠. … 언제고 밀어 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 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걸까요. 슬럼, 하고.” 슬럼, 곱씹을수록 얄궂은 말이다. 각주 정리 1. 황정은, 『백의 그림자』, 민음사, 2017. 2. 위의 책, pp.101~103. 3. 실제로 황정은의 부친은 세운상가에서 삼십 년 넘게 일해 왔고, 황정은 또한그를 도와 일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에는 세운상가 일대가구체적인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4. 예술가 최황은 을지로 재개발을 반대하기 위해 실제로 을지로 공구 상가에서인공위성을 만들어 지구를 촬영했다(최황, “을지로에서는 인공위성도 만들수 있다”, 「오마이뉴스」 2019년 2월 8일).
[CODA] 사이버펑크의 도시, 서울
줄곧 땅속을 달리던 출근길 지하철이 단 한 번 지상에 오르는 순간이 있다.온종일 사람으로 북적이는 건대입구를 지나 뚝섬유원지에 돌입한 지하철은 어두컴컴한 지하 대신 한강 위 청담대교를 달린다.길어야5분,해를 마주할 수 있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과 책에서 시선을 떼고 창밖을 바라본다.아침 햇빛에 반짝이는 한강과 탁 트인 전망,발밑을 울리는 지하철의 경쾌한 리듬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다.그런데 요즘은 그 풍경을 감상하는 일이 마냥 즐겁지는 않다.지하철에는 마스크로 중무장한 사람이 가득하고,한강 저편 고층 빌딩의 등허리는 미세 먼지로 부옇다.빌딩들의 형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로도 하늘이 잿빛인 날에는 꼭 디스토피아를 그린SF영화를 보는 착각이 인다. 밤낮없이 어두운 하늘은 디스토피아 도시를 묘사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하늘을 뒤덮을 기세로 복잡하게 얽힌 전깃줄,그 아래 지저분하고 비좁은 골목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는 덤이다.그리고 그 어두움과 대조되는 현란한 네온사인은 소비와 향락에 물든 도시의 단면이다.비가 오면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빗물에 젖어 반질반질해진 아스팔트 도로가 반사하는 도시의 불빛은 현기증을 일으킨다.그런데 어쩐지 이 모습이 낯설지 않다.한때 서울의 중심지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쇠퇴한 번화가 대부분이 이러한 모습이다. 대표적 예가 종로다.실제로 구글에서 사이버펑크(cyberpunk)1를 검색하면 종로 밤거리의 사진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사진의 주인이 한국에 관광차 들른 외국인인 경우도 많다.이들은 어떤 요소에 매혹되어 이토록 많은 사진을 남겼을까.마우스 휠을 돌리며 집요히 사진을 뜯어보다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높이 솟은 건물 밖으로 앞다투어 튀어나온,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최대한 크고 화려하게 디자인된 간판이 그 주인공이다.한국은 홍콩,일본과 더불어 간판이 많기로 유명하다.눈길을 끌기 위한 높은 채도의 간판,가독성에만 집중해 투박한 서체를 크게 박아 넣은 간판,눈을 아프게 하는LED간판과 네온사인은 디스토피아 도시 경관의 주범이다.간판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주변 상점과의 경쟁이 낳은 당연한 결과다.하지만 이 못생긴 간판들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 취급을 받게 됐고, 2007년‘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며 정비 및 개선이 필요한 대상이 됐다. 학부생 시절,곧잘 놀러 가던 대학가에 간판정비사업 안내 현수막이 걸렸다.익숙해진 거리의 풍경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서운하기도 했지만,서울시가 내세운 유럽 유명 관광지의 멋들어진 사진을 보니 내심 기대도 됐다.일 년여 뒤 정비를 마친 대학가의 모습은 한층 단정해졌다.그뿐이었다.몇 안 되는 색상,형태,서체로 통일된 간판들이 조금은 촌스럽게 보이기도 했다.분명 전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디자인되었는데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모습이 기이하기까지 했다. 이 괴상한 풍경이 취재를 위해 방문한 청계천의 모습과 겹쳐졌다.정부에서 지정한 서체를 사용해 똑같은 돌출 문자 방식으로 디자인된 간판들은 마치 아파트 문마다 달려 있는 호수 표시판을 연상시킨다.업종에 따라 픽토그램을 넣어 시인성을 향상하려 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과연 사람들이 방문하고자 하는 상가를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게다가 한꺼번에 교체된 새 간판들이 기존의 노후한 건물에 녹아들지 못해 이질감까지 느껴진다.간판 정비 전의 청계천이 어수선하고 너저분하지만 정감이 느껴지는 상가였다면,정비 후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공간이다.지역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디자인 지침이 아름답지 않을 뿐 아니라 재미없는 도시 경관을 만들고 있다.쉴 새 없이 번쩍이는 못생긴 간판은 사라졌지만,여전히 서울은 사이버펑크와 디스토피아의 도시다.
[PRODUCT] 경관 옹벽 블록 ‘리콘월’
친환경 블록의 선두주자 이노블록INO BLOCK이 새로운 경관 옹벽 블록을 출시했다. ‘리콘월ReCon Wall’은 다양한 높이의 옹벽을 안전하면서 쉽고 빠르게 설치하는 데 적합한 제품이다. 경사도 3.6도 기준, 높이 5m 이상의 옹벽도 간편하게 시공할 수 있으며, 성토부와 절토부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리콘월은 전면 습식 블록으로 높은 내구성을 자랑한다. 접지 면적도 넓어 부등 침하를 방지하고 동하중에 잘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천연석의 자연스러운 색상과 질감을 그대로 구현해낸 이 제품은 주택, 도로, 공원, 아파트, 수변 등 다양한 외부 공간에 이용할 수 있어 활용도 또한 높다. 기본 재질은 라임 스톤lime stone이며, 러스틱rustic 스톤, 장대석(화강석), 캐슬castle 스톤 등 특수 재질로도 변경이 가능하다. TEL. 031-358-4711 WEB. www.inobl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