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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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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거진 가격 9,000

기사리스트

[에디토리얼] 바탕과 꾸밈이 어우러질 때
새롭게 변모한1월호,즐겁게 읽고 계신지요.리뉴얼 이후5년 만에 변화를 시도했습니다.매달 빠듯하게 마감을 쳐내는 스케줄,디자인을 대폭 개편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이번에는 팽선민 디자이너가 작심하고 능력을 발휘해 표지는 물론 본문 곳곳의 편집 디자인을 빛의 속도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새 디자인의 키워드를 물으니,언젠가 어느 잡지의‘에디토리얼’에서 읽고 공감한‘문질빈빈(文質彬彬’)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문질빈빈’은『논어』의‘옹야(雍也)’에 나오는 말로 내용과 형식이 충실하게 조화에 이른 상태라고 합니다.바탕내면이 꾸밈외형을 이기면 촌스러워지고,꾸밈이 바탕을 누르면 허세가 된다는 뜻도 품고 있습니다.과월호를 뒤져보니, 2015년1월호‘에디토리얼’에‘아름다운 잡지’라는 지향점을 말씀드린 적이 있군요.까마득히 잊고 있던4년 전의 다짐을 다시 새겨“내용과 형식이 적절하게 호응하는,텍스트의 메시지와 이미지의 효과가 하나로 움직이는,디자인이 콘텐츠를 지배하지 않고 콘텐츠의 본질을 드러내는‘아름다운 잡지’에 한 걸음씩 다가서기 위해”문질빈빈의 정신으로 늘 연구하고 실험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새해 첫 호에는 디자인의 변화만 있는 게 아닙니다.네 개 꼭지를 새로 기획해보았습니다.이명준 박사(기술사사무소 이수)가1년간 연재할‘그리는,조경’은 조경 설계에서 사용되어 온 다양한 드로잉 유형,매체,기법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드로잉의 도구성과 상상성이 작동하는 양상을 살펴보는 기획입니다.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추적하고 진화 방향을 예감하는 지면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김충호 교수(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는‘공간의 탄생, 1968~2018’을1년간 연재할 예정입니다.대한민국의 공간을 탄생시키고 변화시킨 거대한 힘과 물리적 세계의 단절적 전환,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생태적 영향을 리질리언스(resilience)의 렌즈로 탐사할 계획입니다.한국의 도시화50년사에 대한 공간.문화 비평을 시도하는 야심 찬 지면입니다. ‘도면으로 말하기,디테일로 짓기’는 한 명의 조경가가 석 달 동안 자신의 도면과 디테일을 소개하는 꼭지입니다.유용한 정보뿐만 아니라 실험적 아이디어와 독특한 설계 해법을 독자들과 공유할 이 지면의 첫 필자는 나성진 소장(얼라이브어스)입니다. ‘당신의 사물(思物)들’은 설계할 때 주로 쓰는 도구,설계에 영감을 준 사물,조경가의 일상을 드러내는 물건 등에 얽힌 짧은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구성하는 지면입니다.매달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될 이 꼭지의 첫 주자는 박경탁 소장(동심원 조경)입니다. 프로젝트 지면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국내외의 근작과 설계공모를 엄선해 싣겠습니다.이번 호에는 최정민 교수(순천대학교 조경학과)의 비평과 함께‘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의 당선작과 가작들을 소개합니다.제주도의 대표적 지질 유산인 주상절리대의 경관 잠재력을 창의적으로 회복시키고자 한 여섯 팀의 작품,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평가하실지 궁금합니다. 2019년1월호는‘제1회 젊은 조경가’수상자인 김호윤 소장(조경설계 호원)특집호이기도 합니다.디자인과 현장의 균형,기술적 사고와 디자인의 조화에 방점을 둔 그의 작업 성향을 에세이,작품,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2월호는 공동 수상자인 이호영·이해인 소장(HLD)특집호로 꾸릴 예정입니다.한국 조경의 내일을 설계해나가길 기원하며,다시 한 번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조경가 김호윤
지난해12월,본지는‘제1회 젊은 조경가’수상자를 발표하며 그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특집을 예고했다.그 첫 번째 순서로1월호 특집에서 조경가 김호윤을 탐구한다.현실 조경과 이상 조경의 간극이 사라지는 순간을 꿈꾸는 그는 실험 정신과 진중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이번 지면에서는 드로잉부터 설계공모 패널까지 결이 다른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열 개의 작업을 소개한다.이미지는 물론 디자인 전략과 일상의 에피소드를 담은 단상에서 설계 철학을 비롯해 그의 삶과 취향을 엿볼 수 있다. 특집을 열고 닫는 두 편의 에세이에는 스스로가 바라본 김호윤과 그의 선배이자 동료가 바라본 김호윤,다르지만 비슷한 그의 오늘이 오롯이 담겨 있다.두 글을 나란히 읽다보면 현장을 중시하는 그의 일면이 드러난다.배정한의 인터뷰는 김호윤이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독자들이 그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조경가를 넘어 설계사무소의 경영자이자 새로운 시스템을 꿈꾸는 리더로서의 면모가 입체적으로 전해진다. ‘젊은 조경가’특집이 내일의 조경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달콤한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진행배정한,남기준,김모아,윤정훈디자인팽선민자료제공김호윤
설계의 끝은 또 다른 시작
기술적 사고가 부족한 디자인은 설득력이 없다 설계할 때 항상 염두에 두는 생각이다.나의 일을 거창한 개념으로 포장해서 전문적 사고가 부족한 결과물로 만들고 싶지 않다.설계의 기본은 기술 교육에서 시작하고,설계에 기술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가 효과적으로 조합될 때 추구하는 가치가 구현될 수 있다.나는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재산이라고 여긴다.형태를 디자인하기보다 공간의 감성을 만들고자 한다. 도면의 끝과 현장의 시작에는 경계가 없다.조경가의 의도와 클라이언트의 요구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중요하다.설계사무소를 시작하기 전과 지금,나의 조경에는 변함이 없다.어떤 경우는 공장처럼 설계를 뽑아내는 작업을 하고,이상적인 설계를 하기도 한다.현실과 이상의 접점을 찾는 일은 예전과 다름없이 어렵다.작품으로 받아들여지는 조경,가능한 일일까? 3년간 우리 사무소가 수주한 프로젝트 수가70개를 넘어서고 있다.신생 사무소의 젊은 소장은 프로젝트를 선별하지 않는다.아니,할 수가 없다.이상을 바라보며 작품성만 지향할 수는 없다.설계사무소의 소장은 조경가이기 전에 사업가라는 자세가 필요하다.함께하는 이들의 가정도 생각해야 한다.사무실을 성장시켜야 하고,성장을 위해 무엇이든 해내야 한다.프로젝트 수주량만 늘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수준있는 결과물도 만들어내야 한다.사업 속도,인력 구성,기술적 사고가 반영된 안정적 결과물의 생산,영업 능력,안정적 재무 구조 등 현실의 조경설계사무소는 작품성 외에 신경을 쓸 부분이 많다. 설계사무소를 하는 것은 당연히 설계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작품성이 있다,없다를 논하기보다 우선 사무소에서 생산한 결과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언제까지 해외 설계 시장의 여건만 부러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조경의 제도적 문제에 아직 대응할 여력은 없지만,우리 사무소의 노력이 어떤 방향이든 조금이라도 조경의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는다....(중략)... *환경과조경369호(2019년1월호)수록본 일부 김호윤은 청주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를 받았다.기술사사무소 아텍과 삼성에버랜드 디자인 그룹에서 영업,설계,공사의 관계를 조율하며 다양한 성격의 조경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5년에 조경설계 호원을 설립했으며 진정성 있는 설계를 통해 이상 조경과 현실 조경의 간극을 좁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http://howondesign.com/
열 개의 작품, 열 가지 단상
01○○○공동주택 드로잉김호윤 디자인2005 설계사무소 막내 시절,이제는 기억에도 없는 프로젝트의 초기 계획 단계에서 혼자A3에 그려본 아이디어 스케치다.당시 키보드 아래에는 항상A3용지가 놓여 있었다.누가 드로잉을 가르쳐주진 않았으나 선배들의 어깨너머로 드로잉을 배워 조금씩 재미를 붙일 즈음으로 기억된다.무엇을 그리려 했는지 알 수 없다.그냥 손그림 연습이었으며,선배들이 하는 드로잉의 카피였다.당시의 계획과 드로잉에 대한 갈증과 선망에서부터 시작된 듯하다.본래 업무는 따로 있었다.설계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집중력과 열정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중략)... *환경과조경369호(2019년1월호)수록본 일부
이상 조경과 현실 조경의 경계에서
제1회‘젊은 조경가’수상자 김호윤 소장의‘조경설계 호원’을 찾아가는 길,인터뷰를 자청한 걸 약간은 후회했다.인터뷰‘이’만 해보다가 인터뷰‘어’로는 첫 경험,긴장감 섞인 부담감이 생각보다 컸다.남기준 편집장이2009년에12회에 걸쳐 진행한“조경가 인터뷰”를 먼지 쌓인 과월호를 뒤져 다시 읽었다.인터뷰계의 대가『씨네21』김혜리 기자의 책을 재독하고,「한겨레」토요판 고정 꼭지를 통해5년2개월간122명과 대화한 이진순 박사의 인터뷰를 여러 번 들춰보며 묘책과 비법을 찾아봤으나… 강남치고는 수더분하고 어수선한 개포동 주택가 골목,붉은 벽돌의 전형적인‘집 장사 집’들 사이에 단아한 백색 콘크리트 건물이 이채롭게 끼어 있다.밖에서 얼핏 보면 정갈한 카페 같은 김호윤 소장의 오피스는 이 건물1층에 있다. “인터뷰 걱정에 두 시간 전부터 일손을 놓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김 소장이 김모아 기자와 나를 맞았다.커피가 맛있어 한 잔을 더 청했다. “직원들의 커피 값이 걱정돼 사무실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뒀어요.테라로사 원두를 씁니다.한 잔에4, 5천원,너무 아깝습니다.”서로 긴장한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마주 보지 않고 같은 방향을 보며 소장 방의 사이드 테이블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슬쩍 옆을 보니,김 소장은 내가 미리 보낸 예상 질문지에 빼곡히 메모를 해놓았다.원래 구상한 순서대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발동했다. 설계사무소를 시작한다는 것 -축하합니다.주변의 반응이 어떤가요. “감사합니다.사무실 회식 중에 선정 소식을 들었어요.덕분에 회식이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죠.정말 기쁘지만, 1회라서 엄청난 부담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주변에서도 참 기뻐하시고요.특히 발주처나 클라이언트들에게 효과가 큽니다.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평소에‘젊은 건축가상’이 참 부러웠어요.” -네,이 상이 젊은 건축가상이나 뉴욕의 영 아키텍트 어워드Young Architect Award못지않은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리『환경과조경』도 애쓸게요.호원 시작한 지3년 정도 됐죠? 2015년 말? “네, 2015년11월에 시작했습니다.딱 만3년 지났어요.” -그 무렵에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지 않았던가요?서래마을에선가,우연히. “네,맞습니다.그 자리에 이번에 같이 상 받은HLD의 이호영 소장도 있었고,그 후에 얼라이브어스를 시작한 강한솔,나성진 소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3년이 참 빨리 흘렀어요.” -설계사무소를 연다는 것,참 막막하지 않았나요? “설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자기 사무실 열어서 소장 하는게 꿈이죠.그런데 원래 그때 시작하려던 건 아니었어요.갑자기 회사(삼성에버랜드)에서 좋은 퇴직 조건이 생겨서 나왔는데,일주일 만에 바로 제 사무실을 차리게 됐어요.원래는 공부도 좀 하고 여유를 가지고 시작하려고 했는데,마음이 갑자기 급해졌어요.거의 전투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바로 스태프를 채용했나요? “첫 한 달은 혼자 했고,바로 두 명과 함께 했어요.” -그래도 월급 줄 만큼은 일이 있었나 보네요. “이것저것 안 가리고 다 했어요.뭐라도 해서 우선 궤도에 올라야 하니까.지금도 일을 가리지 않습니다.처음 시작하는 사무실들이 다 그럴 테죠.”...(중략)... *환경과조경369호(2019년1월호)수록본 일부
도면과 현장을 오가는 열정 혹은 고집
김호윤 소장과의 인연은2010년 삼성에버랜드 디자인그룹에 재직하면서부터 시작됐다.당시 디자인그룹의 주된 업무는 조경 시공과 영업이었으며,대부분의 구성원은 시공,영업,관리 등 각 부서의 지원 인력이었다.디자인이 모든 영역의 화두로 대두되던 시점이었다.트렌드를 이끄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던 삼성에버랜드 역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영화를 누리던 시절의 흔적으로 남아 있던 디자인그룹을 다시 강화하는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각 부서에 흩어져 있던 조경가들을 모아 디자인그룹으로 통합했다.이때 영업 부서에서 설계를 담당하고 있던 김호윤 대리도 디자인그룹에 합류하게 되었다. 젊은 조경가 김호윤,그의 조경에 대한 열정이나 능력을 설명하는 데 별도의 수식어는 필요치 않다.그러나 그의 능력과 가능성이 낯선 이들에게 인정받고 인지되어‘젊은 조경가’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된 사실은 매우 반갑다.함께 디자인그룹에서 근무하던 시절 맡은 일에 늘 적극적이고 항상 더 나은 안을 마련하기 위해 수없이 그리고 만들고 고민하고 노력하던 책임디자이너로서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설계와 현장이 동시에,때론 현장이 몇 발짝씩 앞서가던 업무 환경.조경가 입장에서는 불평부터 하기 십상이지만,그는 오히려 담당한 작업 현장을 수시로 다니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발로 뛰며 현장의 진척 상황을 숙지하고 시공 팀의 어려움을 살피며,현장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고 현장을 이해하는 설계자라는 신뢰를 쌓아갔다.그의 노력은 현장 시공 팀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 보다 설계안에 충실하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완성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서로 다른 길로 떠난 지 어느덧5년이 다 되어 가지만,조경가 김호윤은 아직도 마음 깊이 정이 가는 후배이자 동료다....(중략)... *환경과조경369호(2019년1월호)수록본 일부 김준연은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대학(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조경학 석사를 받았다.보스턴의 하그리브스 어소시에이츠,뉴욕의 토마스 바슬리 어소시에이츠에서21세기 채터누가 워터프런트(21st Century Chattanooga Waterfront),로스엔젤레스 윌밍턴 항구 워터프런트(Port of Los Angeles Wilmington Waterfront),뉴욕 헌터스 포인트 사우스 파크(New York Hunters Point South Parks)등 포스트 인더스트리얼 사이트 재생,도시 및 수변 공원 등 도시 그린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했다.삼성에버랜드 디자인그룹장을 거쳐,현재는 보스턴의 스토스(Stoss)의 디렉터로 재직하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도시 리질리언스 프로젝트,도시 그린 인프라 조성 등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
설계공모 경과와 심사평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를 자연 유산으로서 가치를 보존하면서 장소 체험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지질 공원으로 만들 밑그림이 마련됐다.서귀포시와 한국조경학회는 지난해8월13일부터11월26일까지‘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이하 주상절리대 공모)’를 진행했다.참가의향서 모집에 따른 국제 지명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설계공모에는 총23개 팀이 참가 신청을 했으며,컨소시엄 구성의 적절성,대상지 이해와 경관 설계 방향 제안의 우수성을 평가해6개 팀이 지명 초청되었다.심사위원회는 지난11월30일 당선작1점과 가작5점을 최종 선정했다.기본 및 실시설계권이 주어지는 당선작에는‘아뜰리에나무+김아연+엠더블유디랩+김봉찬+김종규+건축사사무소 엠에이알유+건축사사무소 엔아이에이’팀의‘수평적 깊이와 트멍 경관’이 선정되었다. 제주도 제대로 활용하기,공모 기틀을 마련하기까지 화산 활동으로 빚어진 제주도는 독특한 지형과 풍부한 자연 유산을 지닌 섬으로,자연환경에 의해 지역 특유의 생활 양식이 형성된 곳이다.세계적으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2002년),세계자연유산(2007년)으로 지정되었으며, 2010년에는 섬 전역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어 제주도의 미적,고고학적,역사·문화적,생태학적,지질학적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처럼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제주도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을까? 1980년대부터 다양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되며 제주도 고유의 경관이 파괴되기 시작했고,주요 관광지에는 제주도와 관계없는 관광 콘텐츠들이 난립하고 있다.이러한 이질적 풍경은 제주도를 여느 관광지와 다름없는 평범한 장소로 만들고 있다....(중략)... *환경과조경369호(2019년1월호)수록본 일부 당선작 수평적 깊이와 트멍 경관Thickened Horizon and Landscape of Crevice 아뜰리에나무+김아연(서울시립대학교 교수) + MWDlab +김봉찬(더가든) +김종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건축사사무소MARU + NIA 가작 인건이 기정의 기억과 조망Living Heritage HLD +정해준(계명대학교 교수) +오피스Ou +신재열(경상대학교 교수) 가작 기둥 위의 여정A Discovering Journey Across Authentic Landscape Laboratory D+H + SoA +김형진(워크룸프레스) +신영호(명지대학교 교수) 가작 삼각주 지형Geological Delta Arkitekt Kristine Jensen Tegnestue 크리스틴 옌센+라스 뉘뷔에+피터S.몰레르+ 리네 크라트+사라 위헬위 가작 시간풍경Timescape 원오원 아키텍츠+이석창(자연제주) +인나미 히로시(시가 대학교 교수) 가작 걷기,생각하기,그리고 경관 만들기Walking, Thinking and Making Landscape OBRA아키텍츠+정우건(감이디자인랩) + Vogt Landscape Architects +제공건축사사무소 주최 및 주관서귀포시,한국조경학회 대상지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문동2767일대(약22,300m2) 예상 공사비약135억 원 예상 설계비약8억 원 설계 대상주상절리대 상부 공원 및 기타 건축물 공모 방식참가의향서 모집에 따른 국제 지명 설계공모 전문위원정욱주(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심사위원장민현식(기오헌 건축사사무소 대표) 심사위원 김석윤(건축사사무소 김건축 대표) 유홍준(명지대학교 석좌교수) 정영선(조경설계 서안 대표) 제니퍼 거스리(Jennifer Guthrie, Gustafson Guthrie Nichol대표) 조경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예비 심사위원) 시상 당선(1팀):기본 및 실시설계권,약8억 원 가작(5팀):지명 초청비4,000만 원 진행김모아,윤정훈 디자인 팽선민 자료제공한국조경학회 및 수상팀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 걷기, 생각하기, 그리고 경관 만들기
땅은 우리를 걷게 하고, 가까이에서 관찰하게 한다. 땅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순간에 다다르면 땅은 경관으로 변화한다. 즉 땅을 경관으로 만드는 것은 땅에 대한 우리의 이해다. 설계는 지난 몇십 년간 설치된 구조물, 테마파크를 연상케 하는 공간과 이국적인 식물을 제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는 대상지 본연의 자연스러운 경관을 회복하는 과정이고, 주상절리대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내는 행위다. 새롭고 멋진 디자인을 하기보다 겸손한 자세로 주상절리대 경관을 마주하고자 한다. 대상지의 진정한 가치를 체험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자연 경관을 회복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구조물을 조심스럽고 주의깊게 배치하여, 장소의 중심을 경관과 바다에게다시 돌려준다. 전략 및 공간 구성 기존 식생과 지형 구조에 맞추어 마련한 공간 구성과 경관 계획에 따라 자생 식물로 이루어진 긴 형태의 숲을 조성한다. 관람객들은 대상지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관람로를 따라 걸으며 주상절리대를 멀리 혹은 가까이에서 감상하고, 다채로운 식물로 이루어진 숲과 공원을 경험한다. 외곽부를 따라 조성된 숲은 인근 대규모 개발지를 가리는 역할을 한다. 주 관람로는 공원을 가로지르는 넓은 산책로로 계획하고, 해안선을 자연스럽게 따르는 해안 관람로를 낸다. 지형을 해치지 않도록 암석의 경계를 따라 전망대를 배치하여 주상절리대가 원형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 시간풍경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는 제주도 고유의 농촌 및 어업 경관을 형성했던 곳이다. 하지만 현재 대상지는 지질학적은 물론 문화적으로도 의미가 없는 장식적 시설물, 외래 식생, 포장으로 덮여 있다. 이를 덜어내 고유한 지질 및 문화 자원을 극대화하고, 본래의 경관을 회복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지질 유산과 문화 경관의 가치를 되찾기 위한 관람 및 교육 방식을 제안하고, 주민 참여를 통해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관광 자원화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도모한다. 전략 설계는 문화적 맥락이 결여된 이질적인 요소를 걷어내면서 출발한다. 대지에 축적된 역사를 살펴 문화·경관·지질 유산의 잠재력을 드러내고 지속가능한 지역 환경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한다. 지역성의 회복: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기존 공원의 경관 요소를 걷어내고, 대상지의 전통 농업 및 어업 경관인 너백이와 몽돌 해변의 해녀불턱을 재해석한다. 또한 주상절리대 상부의 표토를 일부 덜어내 클링커(clinker)층을 노출시켜 방문객들이 밟고 있는땅이 주상절리대임을 인식하게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 삼각주 지형
다채로운 지질 작용이 빚어낸 제주도 해안은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해안선이자 지질 형성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약 14만~25만 년 전, 제주 남부의 원추형 화산인 녹하지악에서 분출된 거대한 용암이 바다를 향해 ‘혀를 내민 듯한 모양(tongue of lava)(용암의 혀)’으로 밀려나 급속히 냉각되면서 중문대포 주상절리대를 형성했다. 거대한 검은 기둥 형태의 결정체로 구성된 주상절리대는 미적, 지질학적으로 장엄하고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이다. 하지만 주상절리대 상부에 위치한 공원은 주변 자연 지형과는 무관한 형태로, 매우 이질적이다. 지형 경관을 가리던 모든 레이어를 제거하고, 대상지의 자연스런 풍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한다. 지질학적 문화유산과의 만남 설계는 대상지 주변의 지질학적 문화유산―한라산, 중문대포해안, 녹하지악―과의 연계성으로부터 출발한다. 대상지를 관통하는 세 가지 축을 고려해 한라산과 바다의 시각적 연결, 남북 방향으로 녹하지악과 해안의 연결, 동서 방향으로 용암의 혀의 최고점과 최저점의 시각적 연결을 제안한다. 이러한 방향성을 토대로 디자인을 진행했으며, 방문객들은 주차장이나 입구에 닿기 전부터 한라산과 바다를 잇는 축을 인식하고 탁 트인 해안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 기둥 위의 여정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는 지각 운동이라는 원시적 요소 위에 경작된 자연으로, 인문 경관의 시간성이 내재된 대지다. 대지에 담긴 여러 시간대의 다양성이 드러나도록 대지를 재구성하고, 그 다양성이 풍부한 경험으로 전환되는 여정을 제안한다. 대지를 가로지르며 엮이는 새로운 여정은 주상절리대를 단순히 지질 경관을 일정한 지점에서 감상하는 명소가 아닌, 대지의 시간성을 인지하고 감각적 경험이 확장되는 장소로 재탄생시킬 것이다. 설계는 주상절리대 상부 공원을 차지한 경관의 장애물을 걷어내고, 경관을 녹하지악에서부터 내려와 남해안의 수평선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막힘없이 해방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억새들녘은 수직 경관과 수평 경관의 접점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며 원 경관의 아름다움을 다시 드러낼 것이다. 주상절리대 주두를 노출시킨 근접 관찰 구간은 전시관과 함께 지질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대상지 북서편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농경 경관은 대지의 역사를 되새기는 동시에 지역 주민 참여의 촉매이자 개발지와의 버퍼 역할을 할 것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 인건이 기정의 기억과 조망
수십 년 전부터 제주에 새롭게 들어온 것들이 만든 변화는 섬 사람과 경관 사이의 오래된 관계들을 무색하게 했다. 섬을 찾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이질적인 요소들과 만났다. 새로운 관계망이 급격히 만들어지는 사이, 오랫동안 섬에 있던 것들은 연결고리를 잃은 채 쓸쓸해졌다. 대포 바당(바다의 방언)과 중문 바당의 인건이 기정1과 너백이들(넓은 들) 역시 그러하다. 설계는 외롭게 남겨진 이곳이 마을과 사람, 바람과 바다, 땅과 생물들과 나누던 잊힌 이야기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이야기들은 경관 속 물리적 요소나 그것 사이의 관계 혹은 이야기 자체로 이곳에 담긴다. 단순히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 진공관 속 유물처럼 만드려는 것이 아니다. 인건이 기정과 너백이들에 다시 드러나게 될 오래된 유산들은 이곳이 당면한 요구들과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이곳다운’ 방식으로 답한다. 이 오래된 유산들이 제주의 새로운 관계망과 이어져 요구와 변화에 답할 수 있게 될 때야 대상지는 진정성을 갖춘 살아있는 유산으로서, 현재와 미래와 대화하며 진화할 수 있게 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 수평적 깊이와 트멍 경관
제주도는 용암이 만들고 바람이 깎아 만든 풍경이다. 그리고 주상절리대는 제주도의 지질학적 사건을 보여주는 기억이며 증거다. 우리는 제주 고유의 지질 경관을 재구성하는 새로운 문명의 과정을 통해 수평적 깊이로서 공원을 제안한다. 고고학자의 자세로 부지를 덮고 있는 흙을 걷어내면 응고된 지구의 속살이 수평적으로 드러난다. 용암이 흘러내린 방향으로 주상절리의 수평과 수직면을 연결하여 하나의 덩어리로 드러낸다. 수직 경관으로만 바라보던 주상절리를 맨발로 걷는 일은 대자연과 만나는 가장 친밀하고 근원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수평적 깊이’로서 상부 공원은 주상절리의 수직성을만나는 조형 언어이자 대지의 존재 방식이다. 그 앞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소케팔리isocephaly의 경관은 대자연 앞에서 인간 세계의 높낮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지질학적 숭고미를 생성한다. 주상절리대는 액체 상태의 덩어리가 고체로 성상이 바뀌면서 발생한 틈의 경관이다. 틈은 빈 공간을 만들고 빈 공간은 새로운 생명이 점유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지질학적 시간이 만든 틈새를 서서히 메꿔가는 생태계와 문명의 시간을 수평적 공간으로 번역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비평: 여운으로 남는 다섯 가지 쟁점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소식을 전한 이는 스페인의 한 건축가였다.그는 공모전에 같이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이메일로 물어 왔다. 흥미로웠다.정원도 아니고 공원도 아니며 건축도 아닌 경관을 설계하는 것이,그것도 국제 공모로 진행하는 것이,이메일을 통해 이름을 알게 된 스페인 건축가가 참여하고 싶어 애달아 하는 것이.아쉬웠다.그와 같이 경관을 설계하는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지난8월은 연구년을 보내기 위한 출국 준비로 분주했기 때문이다.기대도 됐다.참가자들은 경관 설계에 어떻게 접근하고 풀어나갈까.정원,공원 같은 영역별 접근이 아니라 경관이라는 포괄적 접근은 다른 결과를 보여줄까.경관 설계를 평가하는 심사위원은 어떤 관점으로 참가작을 바라볼까.걱정도 있었다.주상절리는 좀 놔두면 안 되나?주상절리를 좀 더 가깝게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이유로 제거하기 어려운 시설을 설치하는,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건 아닐까?더는 가기 싫게 만들던 조악한 목재 데크를 교체하는 정도에서 머무는 것은 아닐까?흥미와 아쉬움,기대와 걱정이 뒤섞여 다가왔다. 경관 설계인가,공원 설계인가 주상절리대 상부 공간의 녹지,산책,전망,전시와 체험 등을 다루는 일은 공원 설계와 다르지 않다.통상적이라면 지질 공원 설계 공모전이었을 것이다.산림청의 후원이 있었다면 지질 정원 설계 공모전이 될 수도 있겠다.공모전을 기획한 이가 건축 우선주의자였다면,건축이 지배적 경관 요소이고 공사비 비중과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측면에서 건축 설계 공모전이 되었을 수도 있다.이 모두를 어떻게 극복하여 경관 설계 공모가 열릴 수 있었을까? 경관은 그 자체가 지역의 과거와 현재,미래의 집적체이며 이를 서로 연계하려는 관성을 가진다.시간적 누적의 결과물인 경관은 지역적 가치이자 땅에 관한 문제다.땅의 기억과 조건이 다른 대상지는 모두 다른 정체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정원,공원,건축 전문가들은 대상지의 기억이나 성격과 관계없이 작가의 아이디어를 투사해 왔다.각기 다른 대상지에 작가의 의도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정체성을 만든다.개성이 사라진 얼굴을 어느 성형외과 출신이냐로 구분하듯이,디자인된 대상지는 설계자(설계사무소)에 의해 균질화되어 왔다. 이런 측면에서 경관 설계는 대상지 그 자체가 정체성임을 강조하여 작가의 의도를 적절하게 제어하는 효과가 있다.경관 설계라는 포괄적 접근이 정원,수목원,공원 같은 각론으로 영역화하는 탐욕을 제어하는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그리하여 경관 설계가 상처받고 점점 더 파편화되어 가는 경관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그런 기대가 섣부르다는 것을 심사평이 일깨운다.심사평은 주상절리대 경관 설계 프로젝트를 제주 섬이라는 지질 공원(geo-park)의 한 부분으로 본다.공원이라는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심사평은 장소의 스토리텔링 구현,자연 풍경과 인공 구조물의 관계 설정,주변 지역이나 자원과 적절한 관계 맺기,주상절리를 경험하는 다양한 방식 제안,운영·관리 측면에서 풍부한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제시 등이 평가 기준이었다고 밝히고 있다.어느 공원 설계 공모전에나 적용할 수 있는 기준들이다....(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최정민은 순천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로,설계 실천과 교육 사이의 간극을 고민 중이다.대한주택공사에서 판교신도시 조경설계 총괄 등의 일을 했고,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다양한 프로젝트와 설계공모에 참여했다.제주 서귀포 혁신도시,잠실 한강공원,화성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 마스터플랜 등의 설계공모에 당선되었다.조경비평‘봄’동인으로 현실 조경 비평을 통해 조경 담론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싶어한다.
[공간의 탄생, 1968~2018] 한국의 도시화 50년, 그 공간 문화 비평에 들어가며
2019년 새해가 시작된다. 나는 이제 만으로 마흔 살이 된다. 대학을 가기 전까지 20년이었고, 대학 입학 후 20년이 지났다. 40여 년의 시간을 살면서 언제부턴가 나의 개인적인 삶이 사회와 역사의 도도한 흐름과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특별히 뛰어나거나 독특한 존재여서가 아니다. 오히려, 나의 삶이 지극히 평범하고 전형적이라는 일종의 깨달음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가 사회와 역사에 밀어붙이는 힘보다 거대한 사회 시스템과 격동하는 역사가 나를 주조하는 힘이 지금까지 훨씬 컸다. 흥미롭게도 사회와 역사의 거대한 힘은 일상적이고 지속적이었지만, 때때로 개인의 삶과 사회의 물결을 되돌릴 수 없이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중요한 시점들이 있던 것 같다. 이를테면 내가 태어난 1979년에는 대통령이 암살되면서 정치적 체제 변환이 일어났으며, 고3이던 1997년에는 외환 위기로 경제 체제의 변환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박사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2017년에는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이후로 사회 체제의 변환 역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체제 변환은 사건 이전과 이후가 확연하게 다른 단절적 전환이었다. 이 연재는 우리 사회와 역사가 가졌던 거대한 힘과 이것이 초래한 여러 단절적 전환이 어떻게 오늘날의 물리적 세계에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이 연재는 시간적으로 지난 50여 년을, 공간적으로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물리적 세계의 변화를 ‘한국의 도시화 50년’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일어난 대한민국 공간의 탄생과 변화를 비평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한국의 도시화는 일견 사회적 현상이자 역사의 기록으로만 여겨질 수 있지만, 사실은 내 부모 세대의 이야기이자 내 세대의 이야기이며 내 자식 세대의 이야기다. 따라서 내가 듣고 보고 경험한 것은 우리 사회의 편린을 넘어 우리 역사의 단면과 전형을 증언하는 중요한 도구라 할 수 있으므로, 사회적 통계나 역사적 기록물 못지않게 활용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 자료와 과학적 논증을 지향하는 일반적인 연구 저작물과는 다른, 직관적 경험과 풍부한 영감을 전달하는 자유롭고 탐색적인 글쓰기를 하고자 한다. 최종적으로, 이 연재를 통해 나 스스로 대학 입학 이후 오랫동안 품었던 ‘나는 누구이며, 여기는 어디인가’에 대한 본질적 물음에 공간적으로 답을 내리고자 한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김충호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도시설계 전공 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우설계와 해안건축에서 실무 건축가로 일했으며,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워싱턴 대학교, 중국의 쓰촨 대학교, 한국의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건축과 도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수행했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건축,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해석과 현실적 대안을 꿈꾸고 있다.
[그리는, 조경] 드로잉, 도구와 상상을 품다
공들여 채색된 이 그림은 험프리 렙턴(Humphry Repton)(1752~1818)이 영국 노팅엄셔(Nottinghamshire)의 웰벡 영지(Welbeck Estate)의 설계 이전과 이후 모습을 그린 것이다(그림 1). 서양 조경사에서 렙턴은 설계 전후의 경관을 덮개를 이용해 보여주는 테크닉과 높은 완성도의 조경 드로잉을 선보인 조경가로 소개된다. 그는 최초의 전문 정원가(landscape gardener)로 평가되기도 한다. 가로로 긴 파노라마 형식의 이 드로잉에서 렙턴은 양쪽 전경에 잎이 풍성한 교목으로 화면 전체의 프레임을 만들어 안정감을 주고, 그 사이로 넓은 영지의 모습이 점점 후퇴하는 것처럼 묘사해 그림에 깊이감을 부여했다. 중앙에는 자신의 장기인 덮개를 설치해 설계 이전과 이후의 변화된 경관의 모습을 극적으로 연출했다. 흥미로운 건 드로잉의 주제인 경관의 개선보다 드로잉 앞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오른편에 위치한 활엽 교목 한 그루 아래에 두 쌍의 인물이 있다. 왼편에는 토지 측량 기구를 든 사람이 그의 조수와 함께 토지를 측량하고, 그 반대편에는 또 다른 신사가 그의 조수와 풍경을 스케치하고 있다. 이 인물들은 가까스로 덮개에 가려지지 않도록 신중히 배치되어 설계 전후의 장면에 동시에 등장하도록 연출되어 있다. 렙턴은 왜 두 쌍의 사람들을 그림 전경에 그려 넣었을까. 보통 조경 설계 드로잉에는 설계된 경관의 이용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하게 그 경관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배치하기 마련이다. 렙턴이 경관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측량하고 스케치하는 사람을 등장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조경가는 그리면서 설계한다 질문에 답하기 전에, 조경에서 드로잉이 중요한 이유를 우선 이야기해 보자. 조경학과에 들어와 본격적인 설계보다 먼저 배우는 건 드로잉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혹은 조경학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서 “조경을 하려면 그림을 잘 그려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가 많다. 물론 그렇지 않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조경 설계를 잘하는 것은 아니며, 조경을 하기 위해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조경은 경관을 조성하는 것이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조경 설계 과정에서 드로잉은 반드시 포함되고 또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경관을 설계하고 조성하기 전에 설계가의 머릿속에 설계된 경관은 오로지 드로잉의 형태로 물질화되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선택이라기보다 필연인 셈이다....(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와 계획, 역사와 이론, 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현대 조경 설계 실무와 교육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조경 설계에서 산업 폐허의 활용 양상, 조경 아카이브 구축, 20세기 전후의 한국 조경사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가천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조경비평 봄’과 ‘조경연구회 보라(BoLA)’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도면으로 말하기, 디테일로 짓기] 파라메트릭 정원
사실은 하고 싶었던 얘기가 바다 위의 거품만큼 많았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전통적인 하드록 밴드 구성으로 정원박람회라는 무대에 오를 때, 혼자서 미디 컨트롤러(MIDI controller)를 들고 드럼 앤 베이스(장르)를 연주하러 올라갔으니까. 우리가 ‘설계 도면’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전형적인 플랫 베이스를 생각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건, 디자이너 스스로 그의 가능성을 오랜 아날로그의 가동 범위 안에 제한하며 시작한다는 말과 같다. 라디오헤드가 ‘오케이 컴퓨터(Ok Computer)’ 앨범 이후 밴드의 근본적인 방법론을 바꾸지 않았다면, 우리는 3집 이후 쇠락해가는 흔한 뮤지션의 자기 소모를 지켜봐야 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숙련된 전문가라는 말이 갖는 양가적 모순을 지향하기보다, 새로운 이해의 영역에서 시작하는 노력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즐겁게 구성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전적인 정원 설계는 본래 단순 미학을 지향했다. 패턴과 밀도, 볼륨, 색채의 조합은 디자이너의 세심한 조정을 거쳐 보편적인 아름다움으로 새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념의 시대에 그 단순한 디자인 구조를 탈피하려는 노력이 이제는 다소 과해져, 정원의 본질과 변형들을 되려 오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공간을 실제적으로 디자인하는 노력보다 전시적 주제를 백일장처럼 구현하는 유행이 정원박람회장마다 흘러넘쳤고, 쇼가든은 해변을 가득 메운 산란기의 바다거북만큼이나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정원박람회장의 무대에 서기로 했다. 텔레캐스터(telecaster)가 아닌 미디 컨트롤러를 등에 메고, 고전적인 정원 설계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며 누가 시키지도 않은 사명을 홀로 작성해서. 프로세스 설계는 하나의 중심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오픈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변수들을 매개하여 여러 가능성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나성진은 서울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졸업 후 한국의 디자인엘, 뉴욕의 발모리 어소시에이츠(Balmori Associates)와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CFO)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West 8 로테르담과 서울 지사를 오가며 용산공원 기본설계를 수행했다. 한국, 미국, 유럽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파트너들과 함께 얼라이브어스(ALIVEUS)라는 대안적 그룹을 시작했다.
[당신의 사물들] 바람
‘사물’은 물질세계에 있는 모든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존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자연물과 인공물, 보이는 물질과 보이지 않는 물질로 이루어진 모든 것이 사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과학은 물질을 계속 파고들어 그 밑바닥까지 도달했다.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물질의 최소 단위인 양자(quantum)는 입자이자 파동이다. 즉 모든 사물은 물질이자 에너지다. ‘당신의 사물들’ 덕택에 조경을 접한 지 20년 만에 처음, 머릿속으로 내가 설계를 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됐다. 떠오르는 장면 속에는 익숙한 프리즈마 컬러 색연필과 지우개, 트레이싱지, 아내가 선물해 준 소중한 어린 왕자 볼펜도 보였지만, 장면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난 설계의 결정적 순간(inspiring moment)은 ‘집중에서 이완으로 이어지는 에너지의 변화 과정 사이,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사이의 틈(공기)’에 있었다. 파동과 에너지 그리고 공기에 관한 이야기는 나만의 비밀이 아니라 많은 누군가의 비밀이며, 설계만의 비밀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많은 사건과 그 과정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비밀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박경탁은 동심원 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으로, 서울시립대학교와 하버드 GSD에서 조경을 공부했다. 민우건축사사무소, O3scope, SWA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 설계 실무를 경험하고 2016년 동심원에 합류했다. ‘생각하기와 만들기는 분리할 수 없다(Thinking andmaking are inseparable)’는 철학으로 노들꿈섬, 이사부 독도 기념공원, 용산4구역 문화 공원, 인스파이어 복합카지노리조트 등의 조경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지 스케이프] 언제나 예상은 빗나간다
“야구 몰라요.” 이제는 고인이 된 하일성 해설위원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입니다. 뭔가 예상대로 경기가 진행되지 않을 때, 아니면 거의 가능성이 없는 상황을 기대할 때마다 특유의 억양에 실어 어김없이 외치던 대사였죠. 가끔은 거기에 뒷얘기가 붙을 때도 있었죠. 둥근 공과 둥근 배트가 만나는 경기라 공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이번 사진의 주인공은 낡은 야구공, 그리고 제 이야기도 야구 이야기입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제가 야구를 상당히 좋아합니다. 고교 야구가 한창이던 때부터 보긴 했지만, 역시 본격적으로 야구에 관심을 두게 된 건 프로 야구가 출범하면서부터입니다. 어린이 회원이 되면 예쁜 OB 베어스의 유니폼을 준다고 해서 베어스의 팬이 되긴 했지만, 역시 결정적인 이유는 박철순 투수였습니다. 늘씬하고 잘생긴 외모에 너클볼을 던지는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어 야구에 푹 빠지게 되었죠. 원년 우승 이후 수차례 등락이 있었습니다만, 지금까지 꾸준히 베어스의 팬으로 야구를 즐기고 있습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주신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거쳐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문엔지니어링, 가원조경, 도시건축 소도에서 조경과 도시계획 실무를 담당했고,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경 계획과 경관 계획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있다.
[이달의 질문] 공모전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크게 한숨을 쉰다. 한숨의 의미는 복합적이다. 또 한 고개를 넘었구나. 하지만 이내 앞으로 이 고개를 또 어떻게 넘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어느 교수님이 말하길 공모에 당선되면 딱 사흘만 좋고 그 후부터는 전쟁이라고, 그 말이 딱 맞다. 김현민 스튜디오일공일 대표 때는 2012년, 근무하던 설계사무소가 ‘용산공원 설계 국제공모’ 지명팀으로 선정되어 미국의 조경회사와 손잡고(?) 설계공모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저는 찌끄레기 주임이었구요, 28살의 조경 꿈나무였고, 처자식도 없는 자유인 그 자체였죠. 그렇기에 우리 컨소시엄이 당선됐더라면 저는 후암동이든 이태원이든 대상지 주변으로 이사를 갔을 겁니다. 용산공원을 자주 접하고 주변을 살피며 깊이 있는 계획안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친구들을 불러 용산공원 주변에서 술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고, 철물점에 형광등도 사러 가고, 마트에서 장을 보며 외국인 구경도 하면서 말입니다. 대상지 주변에서 일상을 보내며 대상지의 현실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용산공원의 미래상에 반영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김지환조경작업장 라디오 작업반장 먼저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 가서 괴성을 질러대며 비밀스레 자축한 후, 사무실에 본부장을 포함한 3인 이상의 경영관리본부를 신설하며, 해당 발주처의 선금급 지급 절차를 확인하라는 첫 번째 지시 사항을 하달한다. 허대영조경설계 힘 소장 당선 이후의 모습을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소통하고 싶다. 첫 영상은 리액션 영상으로, “이게 당선이라고? 응?”, “와 쩐다” 등 당선작을 본 사람들의 솔직한 반응을 생생하게 담고 싶다. 다음 영상은 ‘내가 생각하는 당선 이유’, ‘공모전 리액션 영상 댓글 읽기’, ‘시공 현장 가봤더니 충격’ 등등,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이끌어 내고 싶다. 공모전 당선보다 이후 진행 과정이 더 중요하기도 하고, 요즘 유튜브에 푹 빠져 있어 떠올린 생각이다. 김명윤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 소장 공모전 상금을 받은 후 팀원들과 PC방에 가 상금을 걸고 배틀그라운드를 할 것이다. 공모전은 이 맛에 한다. 김규성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 그때부터가 전쟁이다. 프로젝트 계약 후 보통 15일 안에 착수 보고가 이루어진다. 시간이 없다. 최대한 빨리, 직원들을 총 동원해서, 회사 문을 하루 닫는 한이 있더라도, 착수 보고회 초안을 잡는 동시에 프로젝트 관련 해외 사례를 찾는다. 반드시 해외여야 하고 아직 가보지 않은 나라였으면 한다. 최대한 먼 곳, 직항으로 갈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 영국을 거쳐 갈 수 있는 곳이면 더 좋겠다. 정원과 책, 그리고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게 착수 보고회 전까지 일정을 꽉꽉 채워 해외 답사 계획을 짠다. 조경이라는 일을 하며 생애 처음으로 프로젝트 관련해 외국으로 떠나는 답사다. 마지막 하루 또는 이틀은 무조건 휴양지에 간다! 맞다, 절대 혼자 가지 않는다. 같이 갈 사람들을 모집한다. 회사 식구가 아닌 이상 경비는 1/n 이라는 것은 함정. 아, 꿈같은 상상을 해 버렸다. 윤영주디자인필드 대표 학기 중이어도 상관없이 팀원들과 즉흥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김재윤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이 맛에 조경하지!” 질문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말이네요. 그럼, 다음 프로젝트도 당선되기 위해 휴가 다녀오겠습니다. 정현욱그룹한어소시에이트 가족에게 보여주기. 학생 때 공모전과 과제로 밤샘 작업을 할 때면 가족이 걱정을 많이 했다. 설계사무소 신입인 지금, 늦은 퇴근과 잦은 야근으로 고생하는 나를 보면서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고생하는지, 회사에서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걱정한다. 가족들에게 작업한 투시도나 조감도를 보여주면 그제서야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하고, 정성들여 만든 이미지를 찬찬히 살펴보며 나름의 피드백도 해준다. “여기에 나무를 심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이건 이렇게 만들면 더 좋겠다.” 그러고 나서 내 자식, 내 가족이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더 나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자랑스러워한다. 설계공모를 준비하며 피곤해하는 나를 그저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고 응원하는 가족에게, 당선된 작품으로 “나 이렇게 사회에서 한 사람으로, 조경 디자이너로 잘 커가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대신하고 싶다. 박선영조경그룹 이작 주변에 뽐냄 오형석디자인 로직 소장 잠이나 자자 김선미공주대학교 조경학과 나에게 설계공모는 전부이자 낭만이다. 마감 시간까지, 작품이 내 손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끊임없이 되묻고 쓸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 사용한다. 그렇기에 때로는 아쉽고 한편으로는 후련하다. 작품을 제출하는 그 순간 전해지는 카타르시스는 느껴보지 못한 이들은 모른다. 함께 밤을 지새운 동료에 대한 고마움과 한걸음 더 내딛지 못한 아쉬움이 교차하는 그 순간, 며칠 푹 쉬면 묵은 스트레스가 다 날아갈 것처럼 “안녕”하고 돌아선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반성의 시간이 찾아오고, 생각은 쳇바퀴처럼 맴돈다. 당선이 되어도 다시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또 다른 설계공모를 위해 다시 몰두하고 있지 않을까? 공모전은 끊을 수 없는 사슬 같은 존재다. 윤호준조경하다 열음 소장 같이 고생한 팀원들과 이 기쁨을 나누지 않을까요? 밤샘 작업으로 지친 몸에 영양 보충도 할 겸 고기를 먹으며 신나게 뒤풀이를 할 것 같습니다. 상금이 있다면 좀 더 비싼 음식을 먹겠죠? 기회가 된다면 도움을 주신 다른 분들도 초대해서 다 같이 파티를 즐기고 싶네요. 김연재 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에 당선되면 올레길을 걸으려고 했다. 그래서 현황 답사를 갔을 때 즉흥적으로 제주올레 후원회원에 등록했다. 서명했을 때 제주올레 사무국 직원들이 환호와 함께 기립박수를 쳐주었는데, 참가의향서 단계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약속한 회비는 매달 나가고 있다. 대신 일 년에 한 번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에 무료 숙박이 가능하다는 문자가 왔다. 언제고 제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공모전에 당선된다면 대상지 한가운데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내는 건 어떨까. 우선 여행을 가겠다. 도미토리에서의 독서를 그리며. 서미경 해안건축 조경설계실 수석 상상만 해도 신이 나네요! 팀원들과 모여서 결과를 확인하고 서로 고생했다고 포옹할 것 같아요. 그 뒤에 자주 가는 술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맥주인 시나몬 가루를 뿌린 코젤다크를 한잔하고 싶네요. 생맥주를 마시며 한바탕 떠들고 나면 또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갈 힘이 날 테니까요! 서현우전북대학교 조경학과 어린 누에가 고치를 벗듯이 한 단계 성숙해진 나 자신과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맘껏 마시리라. 김원종 서안알앤디 디자인 팀장 누락된 부분이나 과도한 지시 사항 등 계약서 작성에 대비하여, 과업 지시서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꼼꼼하게 살펴본다. 송영탁 가이아글로벌 전무 먼저 상 받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상장을 스캔해 고이 보관해 둘 것이다. 제출한 작품과 관련 파일은 나중에 참고용으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 둔다. 정현진대구대학교 조경학과 *‘이달의 질문’은 매달 하나의 질문에 대한 독자분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이를 공유하고자 마련한 코너입니다. 시시콜콜한 조경 동네의 일상부터 조경을 둘러싼 법제도, 조경의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질문을 통해 조경 공론의 마당을 조금씩 넓혀가겠습니다.
[시네마 스케이프] 집의 시간들
‘집의 시간들’은 1980년에 지어진 후 재건축을 위해 2018년 철거와 이주가 진행된 둔촌주공아파트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제목이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143개 동5,930세대의 대단지 아파트를 다룬 영화지만 제목은 ‘아파트’가 아니고 ‘집’이다. 켜켜이 쌓인 시간과 집단의 기억을 기록하는 아카이브로서 삶과 집이 어떻게 관계 맺는지 생각하게 해 주는 영화다. 첫 장면, 어느 집의 거실이다. “집은 우리에게 가족이다. 이사를 자주 했더라면 돈을 더 벌었겠지만, 한집에 오래 살면서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컸다는 것에 만족한다.” 인터뷰가 흐르는 동안 거실 전경을 오래 비추던 카메라가 집안의 구석구석에 멈춘다. 색이 서로 다른 무거운 소파, 액자, 벽시계, 가족사진, 전화기, 신발장, 하회탈, 약이 놓여 있는 선반 등 집 안의 사물들을 사진첩 넘기듯 천천히 보여준다. 차례로 여러 집이 소개되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은 형식으로 들려준다.인터뷰이의 얼굴이나 정보를 알려주는 자막은 보여주지 않는다. 정보가 차단되니 말 하는 사람이 묘사하는 공간에 집중하게 된다. 마치 집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주인을 보여주진 않지만 침대 바로 옆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베란다에 화분이 얼마나 있는지, 책장에 어떤 책이 꽂혀있는지 보면서 그 집에 사는 사람을 상상할 수 있다.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물들을 이렇게 오래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이제 새해에 지킬 세 가지 다짐 같은 건 안 해야겠다. 2018년 첫날 결심한 자기 전 핸드폰 안 보기, 운동하기, 일기 쓰기 중 단 한 가지도 안 지켰다.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안 지켰다. 2019년 새해엔 이 중 한 가지를 시작이라도 해봐야겠다. 어떤 게 제일 쉬울지는 천천히 생각해 봐야지.
에버스케이프 어워드 2018
지난해 11월 30일 ‘에버스케이프 어워드 2018’의 심사 결과가 발표됐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조경사업팀이 주최하는 이번 공모전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시정원’이었다. 도시 속 자투리 공간, 광장과 소공원, 상업 및 업무 시설의 외부 공간 등을 혁신적 매체와 첨단 테크놀로지를 적용해 디자인하고, 이를 통해 대상지의 사회적·환경적 의미, 경제적 생산성 등을 확장시킬 수 있는 실험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공모의 주요 과제였다. 2018년 9월 14일까지 국내외 145개 팀이 참가 신청을 했고, 이 중 92개 팀이 최종 작품을 제출했다. 10월 16일 1차 심사를 거쳐 20개 팀이 2차 심사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이후 11월 23일 진행된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통해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후보가 가려졌다. 11월 30일 시상식에서 대상 1점, 최우수상 1점, 우수상 4점, 입선 14점 총 20개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심사에는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유승종 대표(라이브스케이프), 김진수 팀장(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차세대디자인팀), 전재현 그룹장(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조경사업팀 디자인그룹)이 참여했다. 대상(상금 1,000만원)은 고영준(홍익대학교)·이장희(연세대학교)의 ‘테헤란-루프 2048(Teheran-Roof 2048)’에게 돌아갔다. 대상작은 드론이 보편화될 2048년의 도시 경관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 외부 공간을 제시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도시 라이프스타일에 결합할 수 있는 ‘새로운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치밀한 리서치와 디자인 해법을 통해 탐구한 작품이며, 3차원 돔이좀(dom-i-zome)시스템을 구상한 점 또한 독창적이라는 평이다. 최우수상(상금 500만원)은 이상아·김명천(서울대학교)의 ‘샐러드 컨테이너(Salad Container)’가 차지했다. 경의선 광장의 공유지에 도시 농업 시스템 기반의 도시 재생 해법을 제시한 이 작품은 스마트 컨테이너 구조 및 시스템의 개발, 블록체인 에코 시스템, 퍼스널 푸드 컴퓨터 등의 테크놀로지를 제시한 점이 특징이며, 디자인의 완성도도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총 네 팀에게 수여되는 우수상(상금 각 300만원)에는 신경철·강현규·임익현(계명대학교)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이동식 버스정원’, 김동훈·최은수(고려대학교)의 ‘버추얼 모델링 디스플레이 스페이스(Virtual Modeling Display Space)’, 노승욱·정윤섭·마지석(연세대학교)의 ‘언더 더 브리지, 오버 더 리버(Under The Bridge, Over The River)’, 정예시·윤용환(가천대학교)의 ‘트랜스폼어(Transform-er)’가 선정됐다. ...(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ASLA Best Books 2018
미국조경가협회(American Society of Landscape Architects)(ASLA)는 매년 그해 출간된 환경, 도시, 조경 분야의 도서 중 주목할 만한 ‘올해의 책’ 10권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2018 올해의 책’ 10권을 소개한다. 1. 80그루의 나무와 함께하는 세계 일주 Jonathan Drori, Around the World in 80 Trees, Lawrence King Publishing, 2018. 나무는 변하지 않는 인류의 친구이자 다채로운 모습을 지닌 벗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는 나무를 통해 식량과 약품을 얻었으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책은 19세기 런던의 거리를 호화롭게 꾸미기 위해 호주에서부터 공수되어 바닥 포장으로 사용된 유칼립투스, 물 몇 방울만으로도 엄청난 높이로 자라는 미국삼나무 등 나무와 관련된 특별한 사실들을 소개한다....(중략)... * 환경과조경 369호(2019년 1월호) 수록본 일부
[편집자의 서재]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몇 년 전 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을 앞두고 있을 당시 나는 ‘제주스러운’ 경관에 목말라 있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제주의 자연을 보고 오겠다며, 마우스 스크롤을 바득바득 내리면서 수많은 여행자들의 블로그를 기웃거리고 있을 때, 지인이 사진가 김영갑의 갤러리 ‘두모악’을 추천했다. 걸핏하면 제주도로 훌쩍 떠나곤 했던 그는 꼭 가 봐야 하는 곳이라며 나를 부추겼다. 사진에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체질이고, ‘제주도까지 가서 사진이나 보고 올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에 미적거렸지만, 계획한 목적지가 외진 숲, 오름 같은 것들뿐이어서 한번쯤은 쉬어 가자는 마음으로 두모악에 들렀다. 폐교를 개조한 작은 갤러리에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제주의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뭍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섬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라지만, 김영갑은 동경하다 못해 그 풍경에 홀려 육지를 떠나 섬 토박이들 틈에서 살았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는 그가 루게릭병으로 죽기 전 남긴 마지막 책으로, 사진 뒤켠에 오래된 필름처럼 쌓여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다. 김영갑의 사진은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도의 자연을 고스란히 담는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빛, 바람, 색, 온도, 습기가 형형한 사진은 한 장 한 장 오랜 기다림으로 만들어졌다. 김영갑은 한 장소가 가장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하루 반나절, 며칠씩 기다리기도 하고 같은 곳을 몇 번이고 갔다. “내가 사진에 붙잡아두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다.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강렬한 그 순간을 위해 같은 장소를 헤아릴 수 없이 찾아가고 또 기다렸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그런 풍경이 아니라 대자연이 조화를 부려 내 눈앞에 삽시간에 펼쳐지는 풍경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 한순간을 위해 보고 느끼고, 찾고 깨닫고, 기다리기를 수없이 되풀이했다.”2 긴 기다림이 담겨 있는 탓인지 그의 사진앞에서는 자꾸만 오래 머무르게 된다. 김영갑은 6:17 비율의 파노라마 프레임을 고수했다. 중앙에는 지(수)평선, 위는 하늘, 밑은 초원(바다)인 그의 사진은 제주를 닮아 낮고 평평하다. 두모악을 다녀온 다음날, 버스 정류장을 찾아 걸으며 작은 오름 앞을 지나갈 때였다. 야트막한 오름 앞으로 온 천지 연보라색 갯무꽃이 쏟아져 있었고, 때마침 바람도 적당히 불었다. 넓게 펼쳐진 그 초원을 보며 내 시야의 폭이 한 뼘만이라도 더 넓었으면 했다. 지평선을 따라 길에 늘어진 풍경을 보며 김영갑이 왜 파노라마를 고집했는지 수긍하고, 이곳이 오래 남아 있기를 바랐다. 그의 사진은 그리운 감정을 몰고 온다. 사진 속 순간 이 너무 아름다워서, 어떤 곳은 사라져 더 이상 볼 수 없어서다. 그의 작품이 한 장의 사진 그 이상인 것은 제주의 오랜 경관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 ‘제주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경관설계 국제공모’ 수상작을 정리하면서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제주도의 경관은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떠올렸다. 있는 그대로가 가장 좋지만 이미 훼손된 주상절리대 일대에 필요한 것은, 프레임 속 풍경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한 장의 사진처럼, 주상절리대 본연의 경관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어떤 세심한 장치일지도 모른다. 낮은 자세로 주상절리대의 근원적 풍경으로 안내한다는 당선작의 내용을 떠올리며 이들이 앞으로 어떤 프레임을 제시할지, 그 속에 담긴 경관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그때의 내 몫은 풍경 속 순간의 아름다움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일지도. 각주 정리 1.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휴먼앤북스, 2013. 2. 위의 책, pp.180~181.
[CODA] 함께 만드는 잡지
한 해가 끝나갈 무렵이면 스팸 메일이 반가워진다. 실용성 따위 필요 없고 예쁜 게 최고라며 눈을 홀리는 다이어리 광고 때문이다. 즐거운 고민 끝에 선택한 다이어리는 암녹색 커버에 노트를 묶어 쓰는 형태, 받자마자 첫 일정을 기록했다. 1월 1일을 훌쩍 뛰어넘어, 1월의 마지막 날에서 시작된 화살표가 다음 장 2월 5일까지 길게 이어진다. 선 위에 목적지를 또박또박 적어 넣었다. 오사카,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다. 일정을 꾸린다는 명목으로, 몇 달간 내 일과는 유튜브에서 오사카 여행 브이로그를 찾아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교통 패스를 저렴하게 사는 방법이나 꼭 방문해야 하는 스팟을 확인하려던 것인데, 남의 일상을 구경하는 일이 어찌나 재밌는지 밤 늦은 줄 모르고 유튜브 추천 동영상 리스트를 헤매고 다녔다. 한참 전으로 돌아가면 ‘god의 육아일기’, 최근의 ‘전지적 참견 시점’, ‘나 혼자 산다’에 이르기까지, 허구가 아닌 실제 일상을 훔쳐보는 관찰형 예능은 수차례의 진화를 거듭해 각 방송사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몇 년째 계속되는 인기 요인은 대리만족, 공감대 형성, 일종의 사회적 관음증 충족, 자신과의 동일시를 통한 위로 얻기 등 다양하게 분석되지만, 그 기저에는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자리 잡고 있다. 옆집 숟가락 개수를 아느니 마느니 하는 말까지 있듯, 우리는 참 남의 삶에 관심이 많다. ‘이달의 질문’은 이처럼 다른 조경인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독자의 호기심을 해소하고자 기획된 코너다. 소소한 질문과 각양각색의 답변을 통해 독자의 일상을 엿보고 공유하고자 한다. 답변을 통해 싹튼 서로에 대한 관심이 또 다른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간결하지만 깊이 있는 질문이 이 지면을 작은 토론의 장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품고 있다. 모든 답변에는 소속과 이름이 함께 기재되니,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공감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독자가 누군가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을 편집부가 대신해서 묻는 지면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모색 중이니, ‘이달의 질문’이 편집부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동시에 독자 간의 소통을 도모하는 꼭지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종이 매체와 대중이 멀어지며 독자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은 선택 사항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겨레21』은 한동안 중단된 독자편집위원 활동을 재정비하며 독편3.0(독자편집위원회3.0)을 구성했다. 독편1.0, 독편2.0이 이따금 기사를 리뷰하는 소극적 독자였다면, 독편3.0은 콘텐츠 제작 과정에도 참여하는 적극적 독자다.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72명의 독편이 편집부와 함께 지난 호를 리뷰하고, 기삿거리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는 이야기를 읽으니 묘한 질투심이 고개를 든다. 독자와 함께 만드는 콘텐츠라니, 한 달에 많아야 열댓 편 도착하던 오피니언『( 환경과조경』 리뷰 글)을 생각하니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한겨레는 독편 시스템을 단순한 구색 맞추기가 아닌 독자 참여 저널리즘을 실험하는 과정이라 설명한다.1‘이달의 질문’도 리뉴얼과 더불어 하나의 실험을 시도한다. 독자와 함께, 이왕이면 재미있는 방식으로 잡지 만들기. 한두 쪽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실린 답변이 때로는 특집 아이템이 되고, 편집부를 깊은 고민에 빠뜨리기도 하고, 새로운 필자의 출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바로바로 대화를 이어나갈수 있는 인터넷 대신 왜 종이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지 의문이라면, 『환경과조경』에 입사해 내 이름 세 글자가 찍혀 나온 잡지를 받아들었을 때의 설렘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크진 않더라도 라디오 DJ가 내가 보낸 사연을 읽어줬을 때 정도의 기쁨은 느낄 수 있기를! 이런저런 상상으로 들뜬 마음과는 별개로 벌써 다음 달 질문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걱정이 한가득이다. 각주 1. 류이근, “독편3.0”, 『한겨레21』 2018년 9월 13일.
[PRODUCT] 터치 센서를 갖춘 스마트 놀이 시설 ‘메모’
어린이 놀이 기구, 야외 운동 기구, 공공 시설물 제작에 앞장서 온 에넥스트ENEXT가 이용자의 감각을 극대화하는 ‘대화형interactive야외 놀이 기구’ 시리즈를 선보인다. 대화형 야외 놀이 기구는 디지털 기술과 놀이 시설을 접목한 제품으로,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을 자극해 다채로운 활동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일반 놀이 기구를 이용할 때보다 이용자의 활동량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대화형 야외 놀이 기구 시리즈의 ‘메모MEMO’는 터치 센서가 내장된 포스트post시설물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놀이 시설이다. 아이들은 포스트를 터치하면서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운동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포스트에 내장된 게임은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교육적이다. 알파벳 순서대로 빨리 터치하기, 수학 연산 문제 풀기, 팀을 짜서 포스트의 색깔 바꾸기, 기억력 게임 등 네 가지 게임이 기본으로 제공되며, 향후 개발되는 다른 게임을 추가할 수 있다. 메모 외에도 카메라와 센서가 사용자의 활동량을 체크하는 동작 기반 놀이 기구(소나), 공을 차서 맞추면 반응하는 패널이 설치된 축구 놀이 시설(수투), 휴대폰의 음악을 친구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믹싱 테이블(포노)도 출시됐다. 대화형 야외 놀이 기구는 공원, 놀이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 다양한 외부 공간에 설치되어 보다 즐거운 야외 활동을 누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TEL. 1544-9611 WEB. www.e-nex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