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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조경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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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거진 가격 14,000

기사리스트

[에디토리얼] 용산공원에서 모던 타임즈까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역동의 2017년이 저물어 갑니다. 차디찬 겨울 풍경을 마주하고서야 과월호 열한 권을 다시 꺼내 듭니다. 용산공원으로 2017년의 문을 열었습니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용산공원 설계의 쟁점을 다룬 기획 ‘용산공원의 현재를 묻다’로 2016년을 시작했던 『환경과조경』은 올해 1월호에 ‘용산공원, 함께 이야기하자’를 다시 특집으로 올렸습니다. 용산공원 계획과 조성 과정에 지속가능한 참여와 소통이 동반되어야 함을 강조한 기획이었습니다.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수사와 구호로만 소비되고 있는 용산공원 계획, 비생산적인 정치 논쟁으로 치닫는 용산공원 담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했습니다. 다행히도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국토부 주최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한국조경학회 주관, 환경과조경 후원)을 통해 공론의 장이 열렸습니다. 공원 모색, 공원 산책, 공원 탐독, 공원 서평으로 이어진 여덟 차례의 라운드테이블에서 조경, 예술, 경영, 역사, 도시, 생태 등 다각적 주제를 놓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이 모여 용산공원의 미래를 토론했습니다. 특히 11월 마지막 행사에서는 여섯 명의 ‘청년 프로그래머’가 지난 일곱 달의 활동을 신선한 작품으로 정리해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용산공원 조성의 역사에서 2018년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 누가 어떻게 만들고 보살펴야 용산공원이 다음 세대를 위한 선물이 될 수 있을까요. 시민과 전문가의 지혜를 모을 참여의 장이 내년에도 계속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3월호 특집으로 ‘광장의 재발견’을 기획한 계기는 차디찬 광장을 뜨거운 촛불로 물들인 지난 겨울의 ‘광화문광장 현상’이었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래 최대의 인파가 모여 광장의 역사를 새로 쓴 날들, 우리는 광장을 뒤덮은 주체적 시민의 힘에 놀라고 그 축제적 가능성에 전율했습니다. 우리 시대 광장의 의미와 쓰임을 찾기를 기대하며 광장을 향한 다양한 시선을 특집 ‘광장의 재발견’에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이 기획은 월간 『환경과조경』이 공동 주최한 제14회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으로 확장됐습니다. 특집 제목과 똑같은 주제를 내건 이 공모전의 수상작들은 9월호에 수록됐습니다. 공모전 취지문의 마지막 구절을 옮깁니다. “광장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신선한 모색을 초대한다. 작아져만 가던 광장을 다시 호출한 슬프고도 우울한 시국은 ‘광장의 재발견’에서 절대적인 단서가 아니다. 우리는 이 엄중한 시기를 지나 다시 우리의 일상을 살아가야 하니까.” 도시, 환경, 디자인을 가로지르는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한 5월호 특집 ‘빅데이터와 도시’에도 많은 독자의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이 기획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최근의 다양한 시도가 도시의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어떤 통찰을 줄 수 있는가, 또 더 나은 도시 환경을 설계하는 데 어떤 방법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비롯됐습니다. 시각화와 맵핑의 아름다운 이미지들만 감상하고 일독을 미뤄둔 독자가 계시다면, 책장에서 5월호를 다시 꺼내보시길 권합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도시와 환경을 읽고 또 보여주는 것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시각화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계획과 설계에서 시각화의 가능성은 무엇인지, 작은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7월호 특집 ‘서울로 7017을 묻다’에서는 빛의 속도로 기획부터 완공까지 질주한 서울역 고가 공원 프로젝트를 다뤘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욕의 하이라인에 올라 서울역 고가를 서울판 하이라인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2014년 이후, 『환경과조경』은 여러 호에 걸쳐 이 사업의 중간 지점을 포착해 왔습니다. 특히 2015년 7월호에는 설계공모 당선작과 출품작에 대한 리뷰와 비평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 토론의 장을 열기도 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7월호 기획을 시작한 편집부는 서울시 담당자, 설계사 핵심 관계자, 시민 단체 리더, 자문위원, 관련 전문가들을 여러 차례 취재했습니다. 특집에 담은 설계자의 글과 인터뷰, 두 편의 비평, 편집자의 취재기는 어딘가 서로 어긋나 있습니다. 당위성, 지향점, 과정, 효과 등 여러 지점에서 갈팡질팡해 온 이 프로젝트의 민낯일 수도 있겠습니다. 서울역 고가의 미래를 긴 호흡으로 다시 토론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한 특집이었습니다. 역사와 이론을 중심에 두고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이 함께 만든 10월호 특집 ‘모던 타임즈’도 여러 독자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기획은 근대적 시간과 공간 개념이 우리 삶에 배치되던 시기에 도시 공간과 문화가 어떤 풍경을 그리며 전개되었는지 탐사합니다. ‘모던 타임즈’의 의도가 공원, 식물원, 유원지, 풍경 사진이라는 네 가지 렌즈를 통해 근대적 공간 문화의 양상을 조감하는 데 있던 것만은 아닙니다. 또 다른 목적은 최근 들어 부쩍 증가하고 있는 근대기 조경 역사·이론 연구를 대중적인 톤으로 소개하고, 나아가 근대기의 도시 공원과 공간을 다룬 최근 연구의 경향성과 지향점을 점검하는 데 있었습니다. 조경 문화 발전소 『환경과조경』을 매달 반겨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도시-환경-문화 담론과 조경 설계를 가로지르는 건강한 소통의 장으로 여러분 곁에 다가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렇게 2017년을 마감합니다. 아니, 통과합니다. 아티스트이자 기획자인 진나래 대표(일시합의기업 ETC, 잠복자들, www.jinnarae.com)의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이 이번 호로 막을 내립니다. 11회에 걸친 집필의 수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도시, 공간, 사회, 문화, 예술을 종횡무진 연합하며 도시 환경 읽기의 스펙트럼을 넓혀준 연재가 끝나 아쉬워하실 독자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설계하는 법’을 이어간 이수학, 백종현, 전진현, 이재연,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의 안동혁,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의 최이규, ‘명사의 정원 생활’의 성종상, ‘정원 탐독’의 오경아, ‘이미지 스케이프’의 주신하, ‘시네마 스케이프’의 서영애, ‘유청오의 이 한 컷’의 유청오 등 2017년의 여러 연재 필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칼럼] 조경계의 검은 코끼리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최근 『늦어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에서 기후 변화를 테크놀로지, 세계화와 함께 지구를 변화시키는 세 요소 중 하나로 언급했다. 특히 기후 변화를 누구나 방 안에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데도 못 본 척하며 코끼리가 집 안을 풍비박산 낼 때까지 행동을 미룬다는 의미의 ‘검은 코끼리black elephant’에 비유하고 있다. ‘검은 코끼리’는 ‘검은 백조’와 ‘방 안의 코끼리’를 합성한 말이다. 여기서 ‘검은 백조’는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몰고 온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이 전문가들조차도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실제로 벌어져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 NASA의 자료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어 매 10년마다 기온이 0.13ºC씩 상승하고 이 상태라면 2100년에는 지구 온도가 4.8ºC가 상승한다고 한다. 지구 기온이 4ºC 증가하면 세계 GDP가 2% 감소하고, 6ºC가 상승하면 전 세계 생물종의 90%가 멸종할 위기에 처한다고 하니 기후 변화야말로 모른 체하기엔 너무나 위협적인 검은 코끼리인 것이 분명하다. 지난 40년간 고도 성장기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 취해 우리 스스로 간과했던 조경계의 검은 코끼리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 조경가들은 서울시가 설계공모로 발주한 주요 공원 프로젝트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보행도시 서울’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국제 공모전까지 개최한 고가 공원 ‘서울로 7017’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의 비니 마스를 위시한 건축가들의 잔치로 끝났다. 도시재생 패러다임의 상징 격으로 진행된, 석유비축기지를 시민의 휴식과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한 문화 공원으로 전환하는 ‘문화비축기지’ 프로젝트에서도 조경가들은 주역이 되지 못했다. 당연히 조경의 영역이라고 여겨왔던 도시 오픈스페이스 설계가 건축가의 손으로 넘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올 한 해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 수주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민의 상상을 초월하는 이주비와 보상금, 과열된 영업 홍보전 등으로 부작용도 많았지만, 일감 부족에 시달리던 조경 설계 업계에는 모처럼 찾아온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아파트를 상품이라고 여기는 건설사들의 상술과 대중에게는 여전히 낯선 조경 분야의 낮은 위상 탓인지, 많은 프로젝트가 해외 작가들의 식탁 위에 올려졌다. 심지어 국내 조경가가 설계한 작품조차도 해외 작가의 이름으로 포장돼 홍보되기도 했다. 과연 우리 조경가들은 그들보다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일까? 나라 전체가 청년 취업난을 걱정한 지 오래다. 경기가 다소 나아진 올해는 기대도 컸지만 여전히 대다수 조경설계사무소는 미래의 조경가를 꿈꾸는 청년들의 취업 노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너나없이 모두 공무원이 되거나 공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성공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조경가가 되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꿈꾸던 열정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성공 신화를 보여주지 못한 우리 선배 조경가들의 책임일까? 한때 대부분의 학생이 조경가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다수 대학의 커리큘럼이 설계 위주로 짜였고, 학생들의 설계 수요에 발맞추어 설계를 하던 현업 조경가들이 대거 학교 강단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대학은 서열화니 평가니 하면서 교수 임용의 핵심 요건을 박사 학위나 논문만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SCI급 논문을 과도하게 요구하여 현직 교수들조차도 설계 수업을 등한시 할 수밖에 없고, 승진과 정년 보장을 위해 논문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우리가 조경학을 배울 때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모토 ‘종합과학예술’, 그것에 담긴 인문, 사회, 과학, 예술을 아우르는 ‘융복합적’ 조경의 정체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대다수 학교에서 설계 수업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어느 대학의 교수는 이런 조건 때문에 설계 전공 교수를 뽑으려 해도 적임자를 찾을 수 없어 몇 년째 포기하고 있다며 하소연하기도 한다. 조경 설계를 가르치는 교수도 사라지고 조경 설계를 하겠다는 학생도 줄어드는데 앞으로 한국의 조경 설계는 과연 누가 해야 할까? 조경계가 잘나가던 지난 세월, 어쩌면 우리는 방안에 찾아온 코끼리의 등장에 ‘나 아닌 누군가가 해결해 주겠지’ 하며 애써 침묵했는지 모른다. 건축, 도시, 임업 등 타 분야의 업역 확장 시도에 대응하는 아무런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지 못했고, 이른바 스타 조경가 한 명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 미래에 더욱 각광받을 분야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 길을 자랑스럽게 선택하는 후배 조경가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직도 조경이 과학인지 예술인지 오래된 논쟁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모호한 정체성이 자라고만 있다. 조경계의 검은 코끼리는 비단 설계 분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여전히 산림청과는 정원, 도시숲, 기술자 자격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국가공원’은 예산 문제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에 조경계가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아직 길머리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갖게 하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올해 9월 조경계의 숙원이던 국가 ‘조경진흥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조경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2년 8개월 만이다. 조경진흥기본계획은 조경 인프라의 양적·질적 제고, 조경 산업 및 교육 기반 마련, 조경 인식 개선 및 국제적 위상 제고 등 3대 추진 전략과 6개의 세부 정책 과제를 설정해 추진할 계획을 담고 있다. 또 그동안 삼삼오오 흩어져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조경계가 지난 3월 3일 ‘조경인의 날’에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을 결성했다. 조경계를 아우르는 20여 개 단체가 함께 모인, 조경계로서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총연합의 탄생으로 조경인이 바라는 미래 지향적인 조경 생태계를 구축할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제 새로운 제도와 조직을 바탕으로 그동안 알고도 모르는 척 방관했던 조경계 안의 검은 코끼리를 요리할 때가 왔다. 조직이 만들어져도 모든 구성원이 주체적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이 또한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다가오는 미래, 불확실성이 난무한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예측 가능한 내일을 준비하자. 이제 새롭게 만들어진 조직을 중심으로 우리 앞에 놓인 난제를 함께 토론하며 조경 분야의 ‘미래 문해력futures literacy’을 높이고, 더 이상 우리 방 안에서 검은 코끼리가 날뛰지 못하도록 힘을 모으자.
문화비축기지
장소 하나의 장소 하나의 공간이 시대와 사건을 연결한다. 40년, 그리 길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소는 나름 적지 않은 시대의 사건들과 이야기로 연결된다. 1973년 중동전쟁에서 야기된 제1차 석유 파동은 세계 경제를 강타한다. 3개월 만에 원유 값이 세 배로 폭등한다. 매봉산 남측 사면에도 암반을 굴착하여 석유비축기지가 구축된다. 40만 배럴의 유류를 비축한다.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1급 보안 시설로서 철망과 초소들로 경계가 이루어진다. 2002 한일 월드컵을 맞아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바로 앞에 건설된다. 장소는 지근거리의 위험물 저장 시설로서 안전의 이유로 폐쇄된다. 고유의 기능이 폐쇄되고 2014년까지 버스 주차장, 월드컵대교 현장 사무실 등으로 점유된다. ...(중략)... 건축 설계 허서구, RoA건축사사무소 조경 설계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김용택), 디스퀘어(신동석) 토목 설계 (주)정민지오테크 구조 설계 (주)센구조연구소 기계 설계 영동설비기술사사무소 전기 설계 해월엔지니어링 시공 (주)텍시빌, (주)SG신성건설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산53-1 일대 대지 면적 106,824.61m2 건축 면적 5,597.77m2 연면적 7,529.47m2 규모 지상2층, 지하3층 설계 기간 2014. 10. ~ 2015. 8. 시공 기간 2015. 12. ~ 2017. 9. 사진 유청오, 박세원, 서울시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비평: 디자인의 온도
조금은 오래된 유행 조경 설계에서 산업 유산을 재활용하는 디자인 전략은 실은 조금 오래된 유행이다. 몇몇 사례만 열거해 보더라도, 개스 워크 파크(1970년대), 뒤스부르크-노르트 공원(1990년대), 하이라인(2000년대), 국내에서도 선유도공원(2003년)과 서서울호수공원(2009년)을 비롯한 많은 산업 유산이 최소 지난 반세기 전부터 공원으로 재활용되어 왔다. 산업 기능이 소거된 건축물 잔해는 공원뿐 아니라 박물관, 미술관, 복합 문화 공간을 포함하는 새로운 기능을 자유자재로 탑재하여 변신하면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오래되었지만, 낡았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디자인 경향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러한 전략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증거이고, 우리는 그 궤적에서 산업 유산을 디자인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의 새로운 명소 스무 곳을 선정하여 소개하는 캠페인, ‘잘생겼다! 서울 20’을 내보내고 있다. 대체로 이들 장소는 산업 유산을 고쳐 쓰는 도시재생 철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산업 유산을 재활용하는 디자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중략)... 이명준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경 설계, 역사와 이론, 비평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는 조경 드로잉의 역사를 고찰하면서 현대 조경 설계에서 디지털 드로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고, 현재는 20세기 전후의 우리나라 조경사를 보다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 ‘조경비평 봄’의 회원으로도 활동한다. *환경과조경355호(2017년 11월호)수록본 일부
비평: 시공을 가르는 기예
문화비축기지에 대한 글은 쉽지가 않았다. 조각과 사회학 전공자로서 건축과 조경의 비평 글을 쓴다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했고, 석유비축기지에 터를 잡고 활동해오다 일종의 ‘행정 공백’으로 인해 공원화 계획과 함께 퇴거를 요구받은 바 있는 ‘문화로놀이짱’에 관한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예술계 언저리에서 활동하며 문화·예술 분야 주체들이 재개발이나 도시재생 사업 때마다 필요에 의해 불려갔다가 필요에 의해 쫓겨나곤 하는 모습을 종종 봐왔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기로 한 글이었고, 기왕이면 설계와 시행 과정에 참여한 관계자의 이야기, 특히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기에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다. 그런데 좀 더 나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의 실마리를 찾고자 택한 이같은 과정이 더욱더 부담스러운 미궁으로 빠지게 했다. 인터뷰와 기사를 통해, 서로 다른 시각과 기대를 가진 이들의 밀도 높은 애정이 모여들어 있는 곳이 문화비축기지임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략)... 진나래는 조각과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사회와 예술, 도시, 인류학과 기술·문화 등에서 발생하는 타자성과 윤리의 문제에 흥미를 느낀다. 2012년 ‘일시합의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하여 활동한 바 있다. 현재 학업과 작업을 병행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전주 에코시티 데시앙 4, 5블록
전주풍류 전주의 특색을 반영한 테마를 찾는 것에서 설계가 시작됐다. 유실수 정원을 테마로 기본 계획이 이루어졌으나, 전주가 지닌 전통적·한국적 색채와의 연결고리가 부족해 화계, 돌담, 송죽, 계류, 매화 등의 전통적 요소를 도입한 테마 공간이 추가로 계획됐다. 또한 걸음을 뗄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연출해, 자연스레 발걸음이 느려져 공간을 깊이 있게 느끼게 하고자 했다. 식재 개념 관목, 아교목, 교목을 다채롭게 식재해 눈높이에서 다양한 경관이 펼쳐지도록 했다. 특색 있는 공간에는 건물의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대형 팽나무나 장송을 심어 활력을 부여했다. 또한 남부 지방에서 자라는 은목서를 심어 가을에는 은은한 향기를 즐기게 하고, 겨울에도 붉은 열매를 맺는 호랑가시나무로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다. 대지 경계를 비롯해 건물 외곽에는 잔디 대신 맥문동을 심고, 초화류보다는 사초류를 주로 사용해 유지·관리의 편리함을 꾀했다. 건물 사이 그늘진 곳에는 음지에서 잘 자라는 대나무를 식재해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도 녹음이 우거지도록 했다.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된 올레길 주변에는 감나무, 매실나무 등을 심어 과수원길을 조성했다. ...(중략)... 발주 (주)태영건설 조경 기본 및 실시 설계 (주)태영건설 디자인팀,조경디자인 시선(구 CA압구정조경설계사무소) 조경 시공 삼성물산(주) 리조트사업부 조경사업팀(김경섭, 박철준 외 6인), (주)태영건설(전영) 시공 감리 (주)대흥종합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4블록),(주)길종합건축사사무소(5블록) 중앙 마당 특화 시공 순천가드너협동조합 휴게/놀이 시설 데오스웍스, (주)플레이잼 수경 시설 미류엘엔씨(주) 위치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2가 117-9 에코시티지구단위계획 내(4, 5블록) 대지 면적 38,050,10m2(4블록), 36,142.9m2(5블록) 조경 면적 16,924.31m2(4블록), 13,257.71m2(5블록) 완공 2018. 1.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당선작 LIGHT WALK(빛과 함께 걷다)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DPA(Dominique Perrault Architecture) +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 유신 + 태조엔지니어링 + 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2등작 A DROP IN THE GRID(혁신을 향한 파동의 진운) Zaha Hadid Architects +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3등작 URBAN PLAZA AWAKENING(새롭게 깨어나는 도시 광장) 혜원까치종합건축사사무소 + 디자인캠프문박디엠피 + KPF(Kohn Pedersen Fox Associates PC) + 동해종합기술공사 + 동일기술공사 + 선구엔지니어링 + 조경설계 해인 지명초청작 URBAN CENTRALITY BELOW GRADE(지하에 구축된 도시의 중심) AZPML +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 한국종합기술 + LUXIGON + Arqui9 + Blue Square 지명초청작 SEOUL SYNAPSE(서울 시냅스) 포스코에이앤씨+ 현대종합설계 + Nikken Sekkei + 경동엔지니어링 + 교우엔지니어링 + 이노션 + 도시방재안전연구소 + 현대오토에버 + 포스메이트 지명초청작 SEOUL GANGNAM PLATFORM(서울 강남 플랫폼)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 Snøhetta Overseas Architecture AS + 한섬건축사사무소 + 종합건축사사무소근정 + 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무소 + 도화엔지니어링 + 수성엔지니어링 + 서영엔지니어링 주최 서울시 위치 서울시 삼성역과 봉은사역을 포함하는 영동대로 일부 범위 삼성역~봉은사역 사이 구간(연장 630m, 폭 70m),9호선 봉은사역 및 2호선 삼성역 일대 대지 면적 56,000m2(70×800m) 규모 지하 6층 내외 시설 용도 철도통합역사, 버스환승정류장, 주차장,공공 및 상업 시설 등 복합 용도 공모 방식 1단계 국제지명초청설계공모 공모 구간 예정 공사비 약 1조608억원(예정 총공사비: 약 1조1,796억원) 총기본설계비 약 177억원(부가세 포함) 예정 착공일 2019년 예정 준공일 2023년 상금 당선팀: 기본설계권(177억원) 및 사후설계관리권(42억원) 초청팀: 참가보상비(1억원 내외) 심사위원 김기호(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시곤(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김영찬(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제해성(아주대학교 교수) 최문규(연세대학교 교수) David Chipperfield(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대표) Martin Wachs(UC Berkeley 명예교수) 전문위원 강병근(건국대학교 명예교수) 설계공모 경과와 심사평 지난 10월 23일 국토부와 서울시가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핵심 인프라로 조성 예정인 영동대로(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의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결과가 발표됐다. 당선작은 이화여대 캠퍼스센터ECC 설계자인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참여한 정림건축 설계 컨소시엄의 ‘빛과 함께 걷다Light Walk’다.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는 영동대로 하부에 5개 광역ㆍ지역철도를 탈 수 있는 통합역사와 버스환승정류장, 공공ㆍ상업 시설을 갖춘 광역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삼성역, 영동대로 일대는 기존 2, 9호선 외에 5개 신설 철도노선과 1개 검토노선이 계획, 추진 중으로 고속철도인 KTX, 광역철도인 삼성-동탄, GTX-A, GTX-C, 남부광역급행 그리고 도시철도인 위례-신사 경전철이 통합되어 계획 중이다. 대상지 서측에는 코엑스와 호텔, 업무 시설, 백화점이 위치하며, 지하에는 쇼핑몰과 상업 시설 및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고, 동측에는 업무 시설과 배후 중소형 상업 시설이 산재되어 있다. 또한 인접하여 업무, 컨벤션, 전시, 공연, 호텔, 상업 시설을 포함한 현대차그룹 신사옥GBC이 건립 예정되어 있다. 대상지 동측의 탄천 너머 잠실운동장 부지는 스포츠 및 MICE 산업단지로 개발해 국제교류복합지구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대상지인 영동대로는 강남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주동선축으로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이 연계되어 있는 폭 70m의 대로다. 도로의 기능과 함께 때에 따라 차로를 차단하고 거리 응원, K-Pop 공연 등이 벌어지는 강남 도심의 광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략)...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빛과 함께 걷다
빛과 함께 걷다Light Walk는 건축 행위에 국한하지 않은 도시적인 대지와 영역의 일부다. 대지 예술적 행위를 도입해 한강, 탄천 그리고 배경이 되는 지형과 대화하는 도시적 스케일에 속한다. 단순하지만 서울의 새롭고 중요한 역의 존재를 알리는 강력한 제스처다. 빛과 함께 걷다는 수평선을 만들어낸다. 대지에 뿌리를 두고, 보행 친화적이며 자연스러운 채광과 환기가 이루어지는 지하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그라운드스케이프ground-scape로서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영동대로 지상에 위치한 그린 랜드The Green Land는 약 28,000m2에 이르는 빈 공간으로 기존 서울의 광장과는 전혀 다른 스케일로 조성된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 또는 런던의 하이드 파크와 견줄 만한 국제 교류 복합 지구 녹색 네트워크의 중심이 된다. 또한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대규모 광장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일상생활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캐노피 기능을 하는 나무가 보행 친화적인 산책로를 덮고 있으며, 이러한 수목 프레임은 주변 도시 경관과 조화를 이룰 뿐만 아니라 도시의 소음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혁신을 향한 파동의 진운
대상지의 원 지명인 영동도는 강변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펼쳐진 하얀 모래 언덕과 갈대숲으로 둘러싸인 지역의 명소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개발이 이루어져 현재의 평탄한 그리드grid 형태의 도시로 진화했다. 도시의 역동적인 조경 경관을 창출하기 위해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GITC(Gangnam International Transit Center)에 새로운 지형의 흐름을 제안한다. 현존하는 그리드에 떨어진 하나의 물방울은 파동을 만들어내며 옛 기억을 소환할 것이다. 물방울 하나가 직선 그리드에 떨어져 만들어낸 파동에서 차용한 디자인은 기존 교통 중심의 도시 그리드를 변형한다. 이는 대지 경계 너머까지 유기적이고 자연적인 대지 고유의 질서를 전달한다. 역동적 형태의 지형은 새로운 문화 공간을 형성하고 도심 속의 생명력 넘치는 미래형 공공 공간의 기준을 제시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새롭게 깨어나는 도시 광장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GITC(Gangnam International Transit Center)는 교통과 녹지·보행축을 잇는 도시의 허브다. 영동대로는 GITC로 인해 전국적이며 세계적인 사통팔달지로 새롭게 정의된다. 또한 시민을 위한 대규모 광장이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심의 공원으로 색다른 경험과 놀이 공간을 제공하는 문화 공간이 될 것이다. 광장 대상지는 서울의 모든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한강과 그 지류인 탄천이 합류하는 장소로, 도시화 이전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물의 흐름이 새겨지던 곳이다. 강이 기억하는 물의 굽이침, 모래 언덕과 같은 부드러운 표피의 새 옷을 광장에 입혀 그 흔적을 기억하고자 했다. 섬, 모래톱, 조약돌, 초지 등 과거 대상지 경관을 구성했던 자연 요소를 디자인 모티브로 사용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지하에 구축된 도시의 중심
우리는 영동대로 축을 따라 연속적으로 구성된 녹지 아트리움을 통해, 미래의 교통 시설에 풍부한 자연광과 녹지를 지하 깊숙이 유입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수평 아치로 구성된 천창은 지하 공간의 구조적인 통합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자연 환기를 꾀하고 자연광, 녹지를 수직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아트리움은 자연 환기의 동력 그 자체로, 계절의 변화에 따라 공기의 흐름을 조절한다. 개구부 주변에 공기를 정화하는 식생을 계획해 동굴 같은 지하 공원을 섬세하면서 기념비적인 지하 공간으로 연출한다. 각기 다른 테마를 지닌 14개의 아트리움은 지하 쇼핑몰 전체를 도시 속 식물원처럼 느끼게 한다. 또한 공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쾌적한 습도를 만들고, 플랜터로 공급되는 물은 여름에 열섬 현상을 완화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서울 시냅스
살아있는 대지 경사진 도시 구조의 표면은 연속적인 접근이 가능하며 개개의 공간과 오브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커뮤니티를 연결해 도시적 흐름을 가능하게 한다. 지상과 지하, 도시와 공간을 잇는 경사로 사람들이 모이고 머물며 행위를 연결하는 교류와 화합의 장인 ‘살아있는 대지’가 된다. 다양한 빛과 시공의 소통을 체험하는 그랜드 루프 광장에 대규모 보이드를 설치해 지상 공간과 같은 수준으로 공간이 인지되도록 했다. 또한 광장의 접근성을 향상하고, 공간을 직관적으로 인지해 목표 공간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제안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 서울 강남 플랫폼
댄싱 플랫폼 21세기 도시는 빠른 속도와 연결을 요구하는 현대의 효율성을 만족시키며, 일상 생활과 연례 행사를 지원할 수 있는 우수한 공공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서울 강남 플랫폼은 서울의 새로운 공공성을 제시한다. 보행자를 우선하고 보행자의 속도에 맞는 가치를 제공해 자동차가 주는 불쾌함으로부터 보호한다. 다양성, 적응성, 유연성 등은 광장의 수평적 구조를 수직적 구조로 전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통근자, 여행자, 방문객 그리고 지역 주민이 새로운 도시 아이콘을 점유하고, 서울 강남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 생활을 위한 물리적 틀을 만든다.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제19회 올해의 조경인
학술분야 진양교 _ 홍익대학교 교수 산업분야 김재준 _ 방림이엘씨 대표 정책분야 이강문 _ 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경관단 단장 특 별 상 조정식 _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본지는 한 해 동안 조경 분야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분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98년부터 본지 독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매년 연말에 ‘올해의 조경인’을 발굴·선정하고 있다. 올해로 20회를 맞이한 ‘올해의 조경인’은 본지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 후 이메일, 팩스, 우편 등을 통해 독자와 관련 단체, 업체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는다. 수상자는 별도의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조경 관련 단체장+역대 올해의 조경인 수상자)’에서 주요 공적을 토대로 선정한다. 제20회 ‘올해의 조경인’은 지난 10월 11일부터 11월 1일까지 후보 추천을 받았으며, 11월 7일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최종 수상자로 학술분야에 진양교 교수(홍익대학교), 산업분야에 김재준 대표(방림이엘씨), 정책분야에 이강문 단장(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경관단), 특별상에 조정식 위원장(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을 선정했다. ‘올해의 조경인 선정위원회’에는 김남춘 교수(단국대학교, 15회 특별상), 노영일 대표(예건,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사장, 6회 특별상), 박명권 발행인(환경과조경,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대표, 10회 특별상), 서주환 회장(한국조경학회, 경희대학교 교수, 17회 특별상), 신경준 대표(장원조경, 18회 산업분야), 양덕석 처장(K-water 공간환경처, 공공기관조경협의회 회장), 임승빈 원장(환경조경나눔연구원, 7회 학술분야), 홍광표 교수(동국대학교, 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17회 학술분야)가 참여했다. 송년호 특집으로 수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주요 공적과 수상 소감을 들어보았다. 진행 편집부 사진 유청오 디자인 팽선민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상 학술분야 _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배운 게 설계였고, 가르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었다.” 강원대학교에서 4년, 서울시립대학교에서 7년, CA조경기술사사무소를 이끌고 있는 현재에도 홍익대학교 도시건축대학원에서 조경 설계를 가르치고 있는 진양교 교수가 설계 교육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그는 20여 년간 설계를 가르치며 후학 양성에 힘썼고, 『건축의 바깥』(2013), 『기억과 상징으로의 여행』(2010), 『청량리의 공간과 일상』(1998) 등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쳐 학문적 발전을 도모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는 한국조경학회 편집위원장으로 재임하며, 『한국조경학회지』가 한국연구재단의 우수등재학술지로 선정되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 건축심의위원, 도시·건축공동위원, 공공조경가, 대통령소속국가건축정책위원, 광화문포럼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조경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조경학회지, 우수등재학술지로 선정 1972년에 설립된 한국조경학회는 대한민국 조경을 선도하는 대표 학술 단체로, 조경 분야 연구를 권장하고 격려하기 위해 1973년 10월 『한국조경학회지』를 창간했다. 한국조경학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회가 학회지를 발간하는데 “학회지 출간은 학회의 주요 활동이며, 학회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 학회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은 국내 학술지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고자 매년 학술지평가를 진행해 등재후보학술지, 등재학술지, 우수등재학술지를 선정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등재제도 관리지침’(2015)에 따르면 계속 평가(매년 실시)를 통해 등재후보학술지는 등재학술지로, 재인증(3년/5년마다 실시)을 통해 등재학술지는 우수등재학술지로 등급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일정 점수를 얻지 못하면 등재후보학술지에서 탈락하거나 등재후보학술지로 하락하게 되고, 우수등재학술지 역시 재인증을 통과해야만 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상 산업분야 _ 김재준 방림이엘씨 대표이사
“회장 임기 4년이 짧게 느껴졌다.” 김재준 방림이엘씨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으로서 굵직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그는 조경식재공종 표준하도급계약서 제정, 조경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제정안 마련, 조경식재공사 유지관리비 공사 원가 반영 노력 등 조경 업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4년의 임기가 짧게 느껴졌다는 말은 그만큼 치열했다는 방증이면서 조경 분야에서 더 큰 그림을 그려가고 싶다는 바람과도 닿아있다. 이런 그가 남긴 발자국은 전환기 조경 분야에 새 기준점으로 회자될 정도로 선명하다. 조경 산업, 소통에서 길을 찾다 김재준 대표의 대표적 업적 중 하나는 서울시 조경식재공사비에 수목 유지관리비용을 반영시킨 것이다. 현재 서울시는 2015년부터 식재 직접공사비 2억 원 이상의 사업에서 식재 후 초기 집중 관리가 필요한 최소 기간인 2년 동안의 유지관리비를 사업비 5% 이내로 책정하고 있다. 이렇게 서울시가 수목 유지관리비용을 반영하게 된 데에는 협의회와 서울시의 ‘푸른서울 상생포럼’(2015년 발족)이 기폭제가 됐다. 협의회와 서울시는 포럼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합의점을 찾아나갔다. 이후 서울시의 사례는 부산시, 울산시, 대구시 등으로 확산됐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협의회 운영회의가 도화선이 됐다. 김재준 회장은 16개 광역시도회 대표 회원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조경 분야 정책 이슈를 공유하며 대응책을 찾아갔다. 부산과 울산, 대구의 수목 유지관리비용 반영도 이곳에서 공유된 정보로부터 시작됐다. 16개 광역시도회 운영회원들은 회의에서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각 지자체 정책 활동에 참여하며 긍정적 시너지를 내고 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상 정책분야 _ 이강문 한국토지주택공사 도시경관단 단장
‘공공 기관 청렴의 아이콘.’ 제20회 ‘올해의 조경인’ 정책분야 선정 소식을 들은 조경 업계 관계자들이 이강문 단장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인터뷰 자리에서 기자가 전한 말에 이 단장은 쑥스러운 듯 웃었지만, 수상 소식을 들을 때보다 기쁜 기색을 보였다. 최근 5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와중에 1급 처장으로 승진했음에도, 사라진 조경 총괄 부서를 되살리고자 2급 자리인 단장직을 자진한 그다. 이 단장은 이후 1년간 조경 분야에 산적한 여러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이번 수상과 함께 붙은 별명에 대해 그는 “조경 관련 최대 공기업 부서장으로서 노력하는 마음이 전해진 것 같다”며 작은 안도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조경 학계와 업계의 파트너로서 더욱 노력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단 한 건이라도 구제할 것 이강문 단장은 부임 후 연초부터 전략적 계획을 세워 ‘장기미집행공원 특례사업 참여’와 ‘하자제로를 위한 제도 마련’, 새로운 도시 경관 창출을 위한 ‘인문학적 경관방안 수립’, 갑을 관계 개선과 동반 성장을 위한 ‘공정대가 지급’ 등 도시경관단의 ‘처’ 승격을 위해 노력했다. 짧은 기간임에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일을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선제 제도 개선과 LH에서는 최초로 추진하는 사업 등이 내·외부에서 호평을 받자 조심스레 ‘처’ 승격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도시경관단의 처 승격은 LH 조경직의 염원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조경 분야 최대 공기업에 걸맞은 위상을 갖추는 길이란 점에서 조경 분야로서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불과 1~2년 전에 사라졌다가 갓 부활한 부서가 승격되려면 지속적인 성과도 중요하고, 뜸을 들이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 단장은 신규 사업 발굴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과 경관을 담당하는 공원사업부 신설을 통해 조직을 확대하여 처로 승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제19회 올해의 조경인상 특별상 _ 조정식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제20회 ‘올해의 조경인’ 특별상 수상자는 조정식 국토교통위원장이다. 환경ㆍ조경 관련 정책 어젠다를 국회와 정부에 전달하는 소통의 창구로서 역할 했던 공로를 인정받은 것. 국회에서 ‘국토조경 정책 토론회’를 개최해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설립을 알리고, 도시공원일몰제 해결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조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하기 위한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기여한 것이 선정 이유다. 경기도 시흥을 기반으로 한 4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시흥시을)인 그는 작년 6월 제20대 국회의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직후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입법 활동을 해왔다”며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삭막한 도시에 자연을 옮겨내는” 조경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흥, 도시공원으로 ‘생명’을 불어넣다 조정식 위원장은 도시공원을 “지역 주민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자연 속의 복합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고도 성장기 우리 사회는 건설 산업 중심으로 사고하며 도시의 양적 팽창에 매진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 지속가능한 사회,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게 무엇인지 숙고한다면, 그답은 도시공원이다.” 조 위원장의 지역구인 시흥시는 시화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난개발로 인해 주거 환경이 열악했다. “처음 출마했을 때부터, 산업 도시의 여러 문제를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해 주요 공약 사업으로 정왕동과 군자동 지역에 다양한 도시공원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해왔다.” 조 위원장이 국회의원으로 첫 발을 내디뎠을 무렵, 군자동에는 제대로 된 공원이 하나도 없었다. ...(중략)...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그들이 설계하는 법] 우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디자인은 화려하고 멋진 일이 아니다. 겉모습만 봐온 사람들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디자이너는 어마어마한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멋지고 폼 나는 순간은 일 년 중 닷새 정도밖에 안 된다.”_ 벤자민 휴버트Benjamin Hubert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많은 아쉬움이 든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그리고 조경에 열정을 품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몇 가지 이야기로 세 달의 여정을 맺는다. 우리가 설계하는 법 그들이 설계하는 법, 처음부터 막막했던 이 꼭지의 제목. 나는 설계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 다른 ‘그들’의 글들을 다시 한 번 읽어 본다. 나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쉽게 설계하는 것일까? 여러 프로젝트를 앞에 두고 내가 했던 접근들이 영화의 스틸 사진처럼 스쳐 지나간다. 함께 가고 있는 우리 사무실 직원들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것일까?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우리 린에서 해 온 설계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 각자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를. 좋았던 것도 있을 테고 맘에 안 든 것도 있을 테고, 각자의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여도 좋고.” 다양한 경력의 여러 독자와 공유하는 차원에서 잠시 펼쳐본다. ...(중략)... 이재연은 특별할 것 없는 학벌과 스펙에 그저 풍류를 좀 즐길 줄 아는 이 시대의 평범한 조경쟁이다.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조경설계 서안에서 17년을 근무한 후 2006년 조경디자인 린(주)을 설립해 현재에 이르렀다. 서안에서 국내외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정원 공사의 디테일에 매료돼 린을 창립한 후 설계와 ‘정원 공사’를 병행하고 있다. 직접 설계하지 않은 것은 공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가까이 보기, 다시 읽기] 콘크리트의 가능성 2 - 가구와 옹벽
사진의 공간에서 세 가지 타입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가구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왼쪽에 위치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벤치는 다년생 초화류를 식재한 플랜터 경계벽을 겸하고 있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모듈로 약 460mm 높이의 플랜터 벽을 세우고, 이용자가 앉을 위치의 콘크리트 표면 일부에 목재 널을 횡방향으로 끼워 넣었다. 목재와 콘크리트 모듈 모두 윗면의 가운데를 볼록한 곡면으로 처리해, 빗물이 흐르거나 고이는 것을 방지했다. 목재 널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목재 널을 한데 모아 고정하는 기능과 스케이트 보딩을 방지하는 기능을 함께 고려한 장치다. 그 맞은편에는 동일한 단면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플랜터가 있는데, 이 벤치에는 목재 등받이를 설치했다. 목재 등받이를 고정하는 지지대와 일정 간격으로 배치한 팔걸이는 모두 이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에서 파생된 형태로 벤치와 일체형으로 제작됐다. 등받이형 벤치에서 이어지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플랜터는 점차 높이가 낮아지며 자연스럽게 지면과 같은 높이의 콘크리트 커브로 변화한다. ...(중략)... 안동혁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스(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활동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 등록 미국 공인 조경가(RLA)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현재 회사에 8년째 근무하면서 Philadelphia Race Street Pier, 부산시민공원, London Queen Elizabeth Olympic Park, Hong Kong Tsim Sha Tsui Waterfront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장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 그동안 소개한 전국 11곳의 혁신적 장소가 시사하는 국가적 의미를 되새겨보는 차원에서 연세대학교 모종린 교수를 만났다. 『라이프스타일 도시: 한국 도시의 창조적 미래』(위클리비즈 북스, 2016), 『작은도시 큰 기업: 글로벌 대기업을 키운 세계의 작은 도시 이야기』(RHK, 2014)의 저자이면서 자신을 “골목길 경제학자”로 소박하게 표현하는 모종린 교수는 한국의 도시 문제를 국가 경제와 세계화라는 큰 틀에서 진단한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이라는 긴 안목에서 탁월한 도시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코넬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텍사스대학교(오스틴) 정치학과 조교수와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연구소 연구원을 지낸 후 1996년 귀국하여 연세대학교 국제처장 겸 국제학대학원 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해 오고 있다. 『이민강국: 인재전쟁 시대의 이민정책』(한국학술정보, 2013), 『시장경제와 외국인투자 유치』(나남, 2010), 『영어상용화와 국가경쟁력: 영어공용화 논쟁을 넘어서』(나남, 2010) 등 도시 경쟁력을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정책과 비전을 펼쳐오기도 했다. 그는 원도심 골목길이 도시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도시형 산업 단지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골목길에 대한 다분히 감성적이고 향수 어린 과거 지향의 태도를 일시에 뒤집는 발상의 전환이다. 어딜 가나 뚜렷한 지역 정체성이 부족하고 중복적 사업 행태가 아쉬운 지방 도시의 원도심. 서울이나 신도시와의 비교 속에서 열등감과 패배주의에 물들어 있는 여러 낙후 지역이 조잡스러운 추억팔이 앵벌이에 머물지 않고 지식 서비스 산업의 중심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라이프스타일 도시’다. ...(중략)... 최이규는 1976년 부산 생으로 뉴욕에서 10여 년간 실무와 실험적 작업을 병행하며 저서 『시티오브뉴욕』을 펴냈고, 북미와 유럽의 공모전에서 수차례 우승했다. UNKNP.com의 공동 창업자로서 뉴욕시립미술관, 센트럴 파크, 소호 및 대구, 두바이, 올랜도, 런던, 위니펙 등에서 개인전 및 공동 전시를 가졌다. 현재 계명대학교 도시학부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울산 원도심 도시재생 총괄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 환경과조경 356호(2017년 12월호) 수록본 일부
[명사의 정원 생활] 퇴계 이황의 정원, 호랑이 꼬리 혹은 살얼음 위의 삶을 위한 유식遊息의 장
조선 유학자 중 단연 최고 인물로 꼽는 퇴계 이황(1501~1570)은 평생 자연과 짝한 철학가이자 시인이었다. 어릴 적에 잠시 숙부에게서 배운 것 말고는 독학으로 학문을 깨우친 그는 큰 선생을 만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다 주자(1130~1200, 주희)를 평생의 스승으로 삼고자 했다. 백 번을 훨씬 넘는 왕의 부름을 절반 이상이나 고사하면서 그는 벼슬길 대신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을 택했다. 그에게 산수는 책과 더불어 평생의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철저한 절제와 몸에 밴 근면으로 일관된 그의 삶은 자칫 궁핍해질 수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산수를 가까이 취함으로써 학문적 경지는 물론 문예적 지평까지도 최고의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벼슬도 수차례 지냈고, 물려받은 재산이 넉넉한 편이었지만 그는 평생을 검소하게 살았다. 여러 번 이사로 집을 지으면서도 한 칸 남짓한 방에다 소박한 가구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자연환경만큼은 면밀히 따져 반드시 아름다운 산과 물 가까이에 터를 잡곤 했다. “수려한 산천 속 한적한 들과 고요한 물가에 머묾”으로써 퇴계는 “번화한 환경의 유혹에서 벗어”나서 “한가하게 쉬면서 정서를 함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산수자연과 친화하면서 마음속에 이는 감흥을 퇴계는 아름다운 시로 표출해 냈다. 그는 평생 2,000여 수가 넘는 시를 지었다. 풍경 철학자 혹은 정원가 퇴계 사실 물적 차원으로만 보자면 퇴계가 조영한 정원에는 별로 주목할 만한 게 없다. 규모도 작고 특별히 볼만한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사 가는 곳마다 연못을 만들기는 했으나 규모가 작고 형태도 단순했다. 조경 행위라야 단을 만들고 소, 대, 매화, 국화를 심었을 뿐이다. 산수가 아름다운 곳을 택하되 집은 최대한 작고 소박하게 지었다. 방은 대체로 한 칸, 커봐야 두 칸을 넘지 않았고, 마루는 그보다 넓으면서 주변으로 열린 구조를 취했다. 최대한 주변 정원 혹은 자연에 개방되도록 하여 쉽게 교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결같이 집은 작고 소박하게, 그러면서 주변 산수에 열린 관계를 취함으로써 퇴계는 수시로 자연과 만나곤 했다. ...(중략)... 성종상은 서울대학교에서 조경을 공부한 이래 줄곧 조경가의 길을 걷고 있으며, 지금은 대학에서 조경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선유도공원 계획 및 설계, 용산공원 기본구상,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 설계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 풍토 속 장소와 풍경의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을 토대로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위한 조건으로서 조경 공간이 지닌 가능성과 효용을 실현하려 애쓰고 있다.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시네마 스케이프] 남한산성
“인조와 신하들은 강화도로 가는 피난길이 막히자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했다. 그해 겨울은 추웠고, 눈이 많이 내렸다.” 짧은 자막이 흐르고 난 후, 영화의 첫 장면.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분)은 눈 내리는 넓은 벌판에 혈혈단신으로 말 위에 있다. 그의 앞에는 청의 군대가 완전 무장한 채 횡으로 도열해 있다. 차가운 바람과 흩날리는 눈으로 산과 들이 하얗게 얼어붙어 눈이 부실 정도다. 장면이 바뀌고, 송파나루의 풍경이 펼쳐진다. 눈발은 더 굵고, 강바람은 더 매몰차다. 어가 행렬을 따라 남한산성으로 가기 위해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분)이 뱃사공의 안내를 받아 송파강을 건너고 있다. 꽁꽁 언 겨울 강과 눈 덮인 산의 풍경은 곧 닥칠 나라의 운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평화롭기만 하다.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 47일 동안 『조선왕조실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장이다. 청과 타협해 더 큰 화를 막자는 최명길과 싸우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대의명분을 지켜야 한다는 김상헌이 대립한다. 화친이냐 척화냐를 두고 성안에서 시간을 끌다 결국 인조는 성문을 열고 나가 청의 수장 칸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역사가 스포일러이며, 베스트셀러 소설이 인물들의 심리까지 묘사한 후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무엇을 더 보고 싶은가. ...(중략)... 서영애는 조경을 전공했고, 일하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다. 남한산성은 2014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남이 알아주는 유산 가치보다 우리 스스로 알아차리고 기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예술이 도시와 관계하는 열한 가지 방식] 문화를 호명하는 방식
2017년 10월, 여의도 지하비밀벙커와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 유령역 세 곳이 잇달아 일반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셋 모두 한때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쓰지 않게 된 시설으로, 민간에 공개되지 않다가 공개된 20세기의 유산이다. 이들 각각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늘로부터의 재앙과도 같았을 전쟁과 공습에 대한 공포, 불안정한 불안의 정서, 그리고 산업 시대의 실수로 생겼다가 방치된 퇴화 기관으로 표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경희궁 방공호는 일제 강점기 말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만들어진 시설이고,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정확한 용도와 조성 시기를 알 수 없지만 군사 정권 시절 대통령 비호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설동 유령역은 1974년 노선 조정으로 인해 폐쇄된 후 열차가 차량 기지로 진입하는 통로로만 쓰여왔다. 특히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2005년 여의도 지하 버스환승센터 건립을 위해 현지 조사를 하던 중 발견된 것으로, 이전까지는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2015년 개최한 시민 체험 행사를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해 문화 시설로 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서울시립미술관이 운영과 관리를 맡아 ‘SeMA벙커’라는 정식 명칭으로 개관한 것이 지난 10월 19일이다. 신설동 유령역의 경우 아직 마땅한 쓰임새를 찾지 못한 상태로, 서울시는 이번 개방 기간 동안 활용 방안에 대해서 시민의 의견을 수집한다. 시민이 직접 공간을 경험하고, 함께 그 활용 방법을 찾아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날것 그대로의 공간을 공개했다. ...(중략)... 진나래는 미술과 사회학의 겉을 핥으며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게으르게 활동하고 있다. 진실과 허구, 기억과 상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를 흐리고 편집과 쓰기를 통해 실재와 허상 사이 ‘이야기-네트워크-존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자 하며, 사회와 예술, 도시와 판타지 등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지점에 매료되어 엿보기를 하고 있다. 2012년 ‘일시 합의 기업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를 공동 설립해 활동했으며, 2015년 ‘잠복자들’로 인천 동구의 공폐가 밀집 지역을 조사한 바 있다. www.jinnarae.com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리코딩 파이프
캐나다의 건축ㆍ조경 계간지 더 사이트 매거진The Site Magazine은 2017년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맞이해 퓨처 레거시Future Legacy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다. 캐나다 왕립 예술위원회Canada Council for the Arts와 뮈자제트 재단ArtsEverywhere Musagetes의 후원으로 진행된 본 공모전은 그 제목이 시사하듯 국가적 유산을 다가올 150년을 견인하는 사회적ㆍ물리적 동력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디자인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유산’의 정의와 범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새롭게 규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지난 8월 17일, 1등, 2등, 가작을 각각 다섯 작품씩 선정했으며, 2018년 1월 토론토 아트스케이프Artscape에서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세 가지 층위의 코드 코드 [명사] 1. 컴퓨터 작동을 위한 기호 체계. 데이터 코드, 오류 검사 코드 등. 2. 어떤 사회나 계급, 직업의 규약이나 관례 체계. 3. 특정 이념, 성향 및 이를 반영하는 기호 체계. 코드 인사, 패션 코드 등. 2등으로 당선된 우리의 작품 ‘리코딩 파이프Re-Coding Pipes(Kyung-kuhn Lee, Mamata Guragain, Nubras Samayeen)’는 코드code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캐나다 국토를 가로지르는 석유 및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확장된 역할을 제안한다. 새롭게 코딩coding된 인프라스트럭처의 기능, 제도code의 수정과 보완, 그리고 개발과 보존의 가치가 대립하는 관습적인 정치ㆍ사회적 코드에서 벗어난 새로운 담론의 발생이 그것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이경근은 서울대학교 조경학과와 동 대학원을 거쳐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다.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 대학교 조경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으로 지속가능한 미학이라는 주제로 동시대 생태적 조경 설계와 한국 경관 전통의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 디자인 회담
인류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는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인문적’ 지질 시대다. 산업 혁명 이후 250년 만이다. 그렇다. 가장 최근의 지질학 시대인 충적세는 약 1만 년 전이었지만 인류는 단 250년 만에 새로운 지질 시대를 열어젖혔다.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에 의한 환경 파괴다. 끊임없이 환경을 훼손하고 파괴함으로써 인류가 이제까지 진화해 온 안정적이고 길들여진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엘니뇨, 라니냐, 라마마와 같은 해수의 이상 기온 현상,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물리·화학·생물 등 지구의 환경 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으며 현재 진행 중이다. 인류세의 시작을 인지하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종種의 개체로서, 어느 누가 이 현상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어느 누가 혹독한 환경 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도시 행성을 향한 낙관론 세계 디자인 회담WDS(World Design Summit)에 초대된 기조연설자 중 한 명인 조경가 더크 시몬스Dirk Sijmons는 낙관적이다. 그는 인류세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와 세계를 묘사하는 적절하고 도발적인 용어라 인정하며, 이러한 개념 덕분에 환경에 끼치는 인간의 영향력에 대한 심도 깊은 관찰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21세기 도시 행성urban planet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인류가 이 행성에 못 할 짓을 했다며 자책하며 감상에 빠지는 것은 전혀 소용이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인류세에 살고 있음을 인정하고, 좋든 싫든 간에 현재에서 진전해야 하며,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인간의 창의력이다.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이혜인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조경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캐나다 밴쿠버의 폴 상하 조경설계사무소(Paul Sangha Landscape Architecture)에 근무하고 있다.
캐서린 구스타프슨, 동탄에 작가정원 조성
화성시와 LH동탄사업본부는 11월 15일 동탄여울공원 국제작가정원 기본계획(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고속철도와 광역비즈니스 콤플렉스 등 각종 인프라스트럭처가 계획된 동탄2신도시의 중앙 근린공원(동탄여울공원)에 는 이미 아홉 개의 작가정원이 조성되어 있다(『환경과조경』 2017년 11월호 pp.66~85 참조). 이번 설명회를 통해 앞으로 갖춰질 나머지 녹지 공간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지난 9월 동탄여울공원의 국제작가정원 초청작가로 미국 조경설계사인 GGNGustafson Guthrie Nichol이 선정되었다. GGN은 광역비즈니스 콤플렉스와 공원을 연결하는 축에 놓인 지하 주차장 상부 플라자와 동탄여울공원의 잔디마당 부지 설계를 맡았다. 기본계획구상안에는 지난달 준공된 동탄여울공원과 잔디광장, 음악분수대, 그리고 지하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공간 경험을 발견하는 프로그램이 담겨 있다. 문턱을 넘어 반석산으로 다이애나 기념 분수로 잘 알려진 GGN의 캐서린 구스타프슨Kathryn Gustafson, 제니퍼 구트리Jennifer Guthrie, 그리고 치히로 도노반Chihiro Donovan은 작가정원 설계 전반에 대해 발표했다. GGN은 두 개 사이트를 다양한 프로그램이 벌어지는 일련의 공간 경험의 일부로 보았다. 서양 조경사와 우리나라 궁의 공간 구성으로부터 문턱threshold 개념을 빌려 각각의 공간을 나누거나 잇고, 음악분수대와 같은 기존 프로그램 역시 문턱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존 설계와 새로운 구상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을 부여했다. 방문객은 지하 주차장 상부부터 여울공원까지 하나의 내러티브를 따라 반석산을 향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축을 타고 새로운 경험을 발견한다.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신명진은 뉴욕 대학교(NYU)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동 대학원에서 석사 논문을 쓰던 중 공간과 경관에 마음을 빼앗겨 조경학으로 발길을 돌렸다. 현재 서울대학교 생태조경학과 통합설계·미학연구실에서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더 새로운 공원을 향하여
역사에서 가장 처음 나타난 것과 가장 오래된 것, 즉 ‘최초’와 ‘최고最古’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은 가장 좋은 지위를 차지하고 언제나 해당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것 중 하나로 언급된다. 현대 공원의 역사에서 이와 같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공원으로 뉴욕의 센트럴 파크가 있다. 1876년 공식 개장한 센트럴 파크는 현대 공원사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런던의 하이드 파크Hyde Park와 함께 근현대 도시 공원의 전형적인 표본이자 모델처럼 생각된다거나, 센트럴 파크를 설계한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가 ‘조경가landscape architect’라는 직업을 자신의 전문 직업으로 처음 소개한 사람이자 조경의 아버지로 여겨진다는 점, 뉴욕이라는 세계적인 도시의 핵심적인 상징이자 랜드마크라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센트럴 파크의 여러 타이틀은 지금도 상당히 유효하다. 센트럴 파크 개장 이후 약 1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뉴욕의 센트럴 파크 같은 공원을 만들겠다”는 말은 여전히 시민에게 영향력 있는 문구다. 이는 ‘도시는 악이고, 자연(공원)은 선’이던 시대에 도시 문제의 해 법으로 등장했던 센트럴 파크가 오늘날에도 도시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처럼 현대 공원의 모델이자 시민에게 사랑받는 공원이라는 센트럴 파크의 타이틀은 아직도 견고하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센트럴 파크가 현대 도시 공원의 모습과 특성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모델인 것은 분명하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도시 공원의 모델이 되어야 하는가와 같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센트럴 파크 이후 얼마나 다양한 도시 공원이 있었던가. 공원이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고 발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센트럴 파크 ‘같은’ 공원이 이상적인 도시 공원의 모델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일까?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이촌한강공원 숲 속 놀이터
짙푸른 강물, 초목이 무성한 섬, 고층 빌딩숲 그리고 철커덕철커덕 희미하게 들려오는 전동차 소리. 이촌한강공원은 도심의 인공적 풍경과 자연의 야생성이 교차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목도할 수 있는 장소다. 지난 10월 초 이촌한강공원 내 한강대교 부근에 약 3,000m2 규모의 생태놀이터가 시민에게 개방됐다. 2014년 3월 수립된 ‘2030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계획’에 따른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것으로, 기존의 한강 어린이 놀이터에 비해 규모도 월등하게 클 뿐만 아니라 아까시나무 원목을 사용한 친환경적인 놀이 시설이 들어서 관심을 모았다. 생태놀이터뿐만 아니라 이촌 권역 자연성 회복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문길동 부장(한강사업본부 공원부)과 최병언 과장(한강사업본부 공원부 생태공원과)을 만났다. 이촌 권역은 ‘한강 자연성 회복 사업’의 중점 지역이다. 12월 준공 예정인데, 사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최병언(이하 최):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이었던 한강 자연성 회복 사업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30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계획’은 “두모포에 큰 고니 날아오르고 아이들이 멱 감는 한강”을 미래상으로 삼고 있는데, 서울시의 목표는 큰고니, 황복, 꼬마물떼새, 물총새, 개개비, 오색딱따구리, 삵 등 지금은 모습을 찾기 힘든 일곱 종이 한강을 다시 찾게 하는 것이다. 이촌 권역이 그 첫 시범 사업지인데, 2016년 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원효대교에서 한강철교 북단까지 전체 9만7,100m2 면적에 자연형 호안과 소생물 서식처를 만들어 한강의 자연 하천 기능과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 사업에는 복합적 생태하천복원공법을 적용했는데, 기존의 저수호안 콘크리트 블록을 걷어내 약 1.3km 저수호안에 흙을 쌓아 수크령, 물억새, 사초 식물로 된 매트를 설치해 하천 식생을 복원했고, 저수 호안변에는 큰 돌로 수제를 쌓아 침식이나 세굴을 방지했다. 돌 사이사이에 물고기들이 산란할 수 있고, 수면성 조류가 앉을 수 있는 횃대도 설치해 다양한 수생 생물 서식 공간이 된다. ...(중략)... *환경과조경356호(2017년 12월호)수록본 일부
[편집자의 서재] 바깥은 여름
스물아홉. 생일이 빠르니 정확히 말하자면 스물여덟이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1 훌쩍 다가온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압박감 때문일까, 올해에는 유독 결혼을 하거나 독립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집들이, 결혼식 등으로 올 하반기 주말이 내내 바빴다.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종종 느닷없는 소식이 끼어들어 오기도 했다. 아직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닌데, 해를 거듭할수록 장례식장에 갈 일이 잦아진다. 몇 번을 반복해도 누군가의 부고를 전해 듣는 일은 낯설고, 위로의 말을 고르는 건 어렵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의 문장을 고민하다, 결국엔 “밥은 잘 챙겨 먹고 있어?”, “날씨가 많이 춥더라, 내일은 따뜻하게 입어” 같은 안부 인사와 닮은 말로 얼버무리기 일쑤다. 내 어설픈 말이 상처가 될까봐 하는 소심한 선택이다. 『바깥은 여름』은 그런 이들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위로의 말이다. 역대 최연소 수상으로 이목을 끈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등 『바깥은 여름』에 실린 일곱 개의 단편은 모두 사랑하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상실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입동”에는 어린이집 차량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가, “노찬성과 에반”에는 주워온 강아지 에반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어린 노찬성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는 제자를 구하려다 학생과 함께 물속에 잠긴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 명지가 있다. 김애란은 “마음의 풍경을 정갈하게 빚어내는 솜씨”로 이들의 “어둡고 힘겹고 서글픈 인생의 사건들을 언어 안에서 거르고 간종여 담백한 음미와 잔득한 성찰의 장소로 재탄생시킨다.”2 깊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은 책 표지에 그려진 여인처럼 자신만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여름의 싱그러움 혹은 우울함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 벽지, 상아색 문 너머로 얼핏 보이는 내부의 모습이 어둑하다. “입동”의 아이를 잃은 부부는 그 캄캄한 방에서 아이가 남긴 흔적, 또는 이제 비어버린 자리를 더듬으며 아이를 그리워한다. “이제 다시는 안아볼 수도, 만져볼 수도” 또 “야단칠 수도, 먹일 수도, 재울 수도, 달랠 수도, 입맞출 수도 없”3는 슬픔으로 부부의 계절은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멈춰있다. 계속 겨울이다. 이 시차는 부부에게 일종의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부부에겐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한, 점점 그 폭을 좁혀 소용돌이를 만든 뒤”4 자신을 삼키려는 괴물처럼 다가온다. 그 시차가 주는 괴리감, 상실감을 이겨내기도 힘든 사람들을 더욱 몰아붙이는 건, 무신경하다 못해 무례한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다. “입동”에서 부부의 직업이 보험 회사 직원이라는 이유로 이상한 이야기를 수군거리는 이웃은 아직 아물지도 않은 상처 위에 또 다른 생채기를 낸다. 아버지가 동남아시아인이라 차별받는 “가리는 손”의 재이를 위로하기 위해 재이의 어머니는 말한다. “너희 아빠 여기 일하러 온 거 아니야. 공부하러 온 사람이었어. 고향집에 하인도 있었대.”5 편견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재이에게 전해진 또 다른 편견으로 점철된 문장.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엄만 한국인이라 몰라”6라고 말했다던 재이의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바깥은 여름』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그런 고통 속에서도 주인공이 다시 일어서는 장면이다. “입동”의 부부는 지저분해진 벽지를 다시 바르다 눈물을 쏟고 서로를 보듬는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의 영지는 남편이 구하려던 학생의 누나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편지 한 통을 받고서야 누군가의 삶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버린 남편을 용서한다. 편지를 보낸 아이가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 건지 궁금해한다. 뒷이야기는 없었지만 왠지 영지가 아이를 찾아가는 장면이 어렵지 않게 상상된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하며 방밖으로 나설 채비를 하는 모습에는 “마지막에 사람의 손을 잡고 일어서는 모양새가 됐으면 좋겠다”7는 김애란의 바람이 묻어 있다. 책이 집에 도착한 건 여름 무렵. 30~50쪽 남짓한 단편 소설 일곱 편을 읽는 데 꼬박 두 계절이 걸렸다. 바깥은 벌써 겨울이다. 얼마 전 마지막 소설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의 첫 장을 펼치고 나서야, 각 소설이 시작할 때마다 그려진 그림이 달이 아님을 깨달았다. 회색 원과 그 속을 메운 하얀 점들이 그제야 동그란 유리 볼에 겨울을 담은 스노우볼로 보였다. 문득 나에게 안부 인사 같은 위로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나 또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을까?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8해본다. 1.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 중에서. 2. 2017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깥은 여름』에 대한 심사평. 박해현, “2017 동인문학상에 김애란 ‘바깥은 여름’”, 조선일보 2017년 10월 30일. 3. 김애란, “입동”, 『바깥은 여름』, 문학동네, 2017, p.21. 4. 위의 책, p.21. 5. 위의 책, “가리는 손”, p.204. 6. 위의 책, p.196. 7. 박세희, “5년 만에 돌아온 김애란은 ‘번번이 과정’이라 말한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7년 7월 4일. 8. 앞의 책, “풍경의 쓸모”, p.182.
[CODA] 시공을 가르는 문화 산책
11. 1. 조감도, 제국의 야심을 그리다 ‘조감도鳥瞰圖, 제국의 야심을 그리다’ 전(한양대학교 박물관, 10. 16. ~ 11. 3.)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제국’ 그러니까 일본이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식민지를 개척하던 시기에 그려진 조감도에 관한 전시다. 조감도bird’s-eye view는 새의 눈, 즉 높은 시점에서 땅의 모양이나 나무, 건물을 실물에 가깝게 묘사한 투시도다. 이번 전시는 일제 식민지기에 요시다 하츠사부로를 비롯한 일본인 화가들이 그린 조감도를 소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한양대학교 동아시아건축역사연구실의 서동천 겸임교수(건축학부)가 말하는 요시다 하츠사부로식 조감도의 특징은 “새의 눈으로 보는 한계를 뛰어넘어 보이지 않는 것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토를 대상으로 그린 조감도에는 교토 시가지는 물론이고 멀리 도쿄와 규슈, 조선이나 대만, 지나, 심지어 유럽의 명칭까지 보인다. 역으로 조선박람회를 위해 그린 조감도에는 도쿄와 오사카 등의 지명과 후지산이 보이는 식이다. 서 교수는 당시 근대화된 일본에는 측량을 기반으로 한 지도가 대중화되었으므로 조감도는 지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대신 일본과 식민지의 관계 또는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당시 식민지를 개척하던 일본은 굳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한 장의 조감도에 그려 넣어 그들이 꿈꾸는 제국주의의 열망을 담았다. 요시다 하츠사부로는 1929년경 조선을 방문해 조선총독부의 요청으로 수많은 도시 조감도와 전람회, 박람회, 진흥회를 홍보하는 행사 지도를 그렸고, 백화점이나 철도 회사의 의뢰를 받아 관광용 조감도를 그리기도 했다. 한동수 교수(한양대학교 건축학부)는 이러한 하츠사부로식 조감도가 일본인뿐만 아니라 조선인에게도 식민지 도시 공간의 구조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도록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내선일체 사상을 내면화하는 데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이제 하츠사부로식 조감도는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조감도에 객관적 정보만 담기는 것 같지도 않다. 오늘날 조감도는 조경이나 건축 계획에서 완공 이후의 모습을 이해시키기 위해 빠지지 않고 쓰인다. 마치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클라이언트 혹은 (설계공모)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마스터플랜에 비해 과장하거나 왜곡하기도 쉽다. 그래서 우리는 더 푸르게, 더 넓게, 더 드라마틱하게 묘사된 이미지를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공 지반 위에 사계절의 꽃이 만개한 풍경이라든가, 실현을 위해서는 계획된 예산 범위를 훨씬 초과하는 비용이 드는 다이내믹한 구조물 등 말이다. 8. 24. ~ 11. 14. 문화비축기지 이번 호에 소개된 문화비축기지는 갈 때마다 조금씩 다른 인상을 주는 장소였다. 처음에는 휑한 마당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개장에 앞서 열린 기자 간담회 시작 시간에 늦어 헐레벌떡 기지 입구에 다다랐을 때, 텅 빈 마당을 보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단 눈앞에 보이는 탱크를 향해 언덕을 달리고 6번 탱크의 램프를 돌아 간담회장에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들으니, 그 자리에 모인 기자들의 질문은 대부분 이 탱크들이 얼마만한 양의 석유를 비축했고, 현재 공간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의 몇 퍼센트를 친환경 에너지로 충당하는지에 집중됐다. 문화비축기지의 전신이 에너지원을 저장하는 석유비축기지였으니 그리 생뚱맞은 질문은 아니었지만, 핵심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은 그때부터 받은 것 같다. 질의응답이 끝나고 마침 내리는 비를 맞으며 탱크를 답사했다. 설계공모의 도판으로만 보던 탱크와 폐허와 같은 잔해를 보니 숭고함이라고 부를 만한 압도적인 공간감도 느껴졌다. 그 감동이 뚝뚝 끊어지고 어수선한 느낌은 우르르 몰려다닐 수밖에 없는 행사 자체의 한계라고 생각했다. 몇 주쯤 지나서, 이번에는 저녁에 열린 야시장에 갔다. 첫 방문 때 그렇게 휑하게 느껴진 마당 한 구석에서 여느 축제처럼 셀러들이 직접 만든 가방과 그릇, 음식 등을 팔고 있었고, 체험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았다. 폐타이어로 만든 놀이 시설은 아이들에게 무척 인기 있었고, 작은 음악 공연도 밤 분위기를 운치 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소위 축제의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듯했다. 휙 둘러보며 두 손 가득히 물건을 사고 만족했다. 그렇지만 이런 마켓이 열리는 공간이 꼭 문화비축기지 마당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또 몇 주 뒤, S와 함께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리는 축제 개막식에 참석했다. 행사는 나쁘지 않았지만 뭔가 익숙한 느낌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문을 연 공공 공간들이 그렇듯 이벤트가 끊이질 않는다. 비워두면 안 된다는 강박과 초조가 느껴진다. 그리고 또 몇 주 뒤, 아티스트 J와 함께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한 답사 모임에 합류했다. 짧은 답사 후, 벤치에 나란히 앉은 우리는 이곳이 꽤 매력적인 공간이란데 공감했다. 그런데 건축이나 조경에 문외한임을 자처한 J는 눈앞의 나무 펜스를 가리키며 물었다. 대략 탱크를 구축한(재활용한) 태도와 저 (비용과 공기 등의 이유로 시공 현장에서 결정되었음이 분명한) 펜스를 만든 태도가 다른 것 같다는 의문이었다. 나는 이 장소 구석구석이 단일한 디렉팅으로 만들어지지 못했음을, 그리고 그러한 관행이 딱 짚어 누구의 책임이라거나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비난하기 어렵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드디어 사람이 많지 않은 어느 날 아침 문화비축기지를 방문했다. 이번에는 매봉산으로 연결된 긴 산책로가 따뜻하게 다가왔고, 6번 탱크가 단풍과 잘 어울려 보였다. 마포 주민의 눈으로 보기에, 가끔 산책할 수 있는 일상적 공원으로서도 꽤 괜찮은 곳이다 싶었다. 그리고 아주 차분하게, 이번에는 이곳의 진수를 느껴보리라 작정하고 걷기 시작했다. 탱크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훌륭했다. 그러나 설계자는 어두운 전이 공간으로 연출했을 법한 공간은 환한 전시실이 되었고, 외부의 자연을 향해 밝게 트인 공간은 전시대로 막혀 있었다. 조용히 관람객을 인도하고 싶었을 것이 분명한 무채색 노출콘크리트 벽은 밝은 색 공공 미술 작품이 휘감고 있었다. 설계자의 의도가 성공적으로 구현되었는지, 혹은 그 의도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판단에 앞서, 설계자가 의도한 시퀀스를 차분하게 밟아보고 싶었던 나의 시도는 이번에도 미수로 끝났다.
(주)예건의 디자인 코뮌
단순 휴게 시설에 불과했던 공원 시설물이 경쟁하듯 새로운 기술을 탑재해 지나친 부가 기능으로 문제가 되던 시기를 지나, 다시 본질인 휴게와 편의 기능에 충실한 시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주식회사 예건 역시 휴게 시설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소통의 기능을 강조한, 다양한 사람이 교류할 수 있는 다목적 대형 이벤트 공간 ‘디자인 코뮌Design Commune’을 새롭게 출시했다. 디자인 코뮌은 건축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파사드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외벽에 건축 파사드의 패턴과 구조를 적용했으며, 필요에 따라 카페, 대피소, 안내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2017년 새롭게 출시된 디자인 코뮌은 총 8종이다. 조립식 서까래를 지붕에 올린 코니스cornice 코뮌은 코니스 퍼걸러의 연장형으로 하부에 테이블을 두어 휴게 시설이나 카페로 이용할 수 있다. 마루 코뮌은 지붕과 벽체가 평상과 테이블로 연결되는 일체형으로 디자인되었다. 이외에 원형 나무 그루터기와 석순의 형상을 모티브로 한 카사cassa 코뮌, 속이 빈 통나무를 모티브로 디자인되어 식물을 함께 연출할 수 있는 로그log 코뮌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여러 사람의 요구를 충족하고자 했다. TEL. 031-943-6114 WEB. www.yek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