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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타자에 대한 관심이 비로소 풍경이 된다
    일 년을 가늠하는 여러 가지 측정법. 열두 권의 잡지를 눕혀 쌓아본다. 손바닥을 펼쳐 높이를 재어보니 한 뼘 남짓. 일 년간 들인 공을 생각하니 조금 아쉽다. 이번에는 잡지 뭉치 맨 아래에 양손바닥을 끼워 넣어 단번에 들어 올린다. 처음에는 견딜 만한데 조금 있으니 팔뚝이 뻐근하다. 그래, 이 정도 무게는 되어야지. 홀로 뿌듯해진다. 또 다른 방법은 숫자 1을 더하는 것이다. 내 나이가 몇인지는 제쳐두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올해가 창간 몇 주년인지 헤아린다. 애사심보다는 연간 기획을 앞두고 큼직한 특집을 꾸려야 하진 않은지 점검하는 작업이다. 연말을 장식한 행사 속 ‘제○회’에도 수를 더한다. 그렇게 덧셈을 하다가 보기 좋게 딱 떨어지는 숫자 하나를 발견했다. 잡지의 앞쪽 판권 페이지에 환경과조경 식구들, 편집위원, 해외리포터와 함께 적히는 삼사십 여명의 이름들, 2024년 학생통신원 제도가 탄생한 지 40년을 맞이한다. 학생통신원(이하 통신원)은 『환경과조경』과 세 살 터울이다. 『환경과조경』이 계간지였던 시절, 1985년 10월호에 제1기 통신원 간담회 기사가 실려 있었다. 당시 간담회는 복잡한 서울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경기도 송추 계곡산장에서 열렸다. 13명의 학생통신원 김숙자(경북대, 당시 표기), 김주경(경희대), 김도희(동국대), 이석호(서울대), 홍갑진(성균관대), 김완련(영남대), 이재찬(전남대), 강미순(전북대), 장양화(청주대), 김순주(효성여대), 전병화(경남전문대), 김사훈(상지전문대), 최창식(진주농전)이 모였다. 간담회 내용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편집 과정 설명, 기사 작성 요령, 사진 촬영 기법 등 활동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알려주는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조금 독특한 건 통신원들이 한국 전통 조경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뒤 토론을 했다는 점이다. 통신원의 이름은 ‘e-환경과조경’ 뉴스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통신원들은 기자들의 눈과 귀가 미처 닿지 못한 곳의 소식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 결과물이 기사 형태이기에 기자 역할만 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통신원의 활동 범위는 더 넓다. 마음 맞는 통신원끼리 답사 팀을 꾸리기도 하고, 선배 통신원의 도움을 받아 만나고 싶던 조경가에게 궁금한 점을 물을 수도 있다. 통신원들의 기획에 따라 활동 스펙트럼은 한없이 커진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튜브나 SNS 등을 활용해 활동하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고 있다. 물론, 조경학과 학생이 모여 서로 모르는 정보를 나누고 조경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학창 시절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만 간다고 해도 좋다. 통신원을 모집할 때 요구하는 서류는 세 가지다. 이력서와 활동 포부를 담은 자기소개서, 환경과조경이 만든 콘텐츠에 대한 리뷰.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서류에 불과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지원서를 검토하는 기자들에게는 꽤 쏠쏠한 재미를 준다. 그러다 가끔 ‘통신원 지원 서류’ 폴더에 담아두기는 아까운 글을 종종 마주친다. 그중 어느 글의 일부를 오늘에서야 옮겨 적는다. “보이는 것에서 보고 싶은 것을 찾는다. 현실의 고민과 꿈꾸는 이상, 두 가지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런 나에게 ‘시네마 스케이프’는 그저 보이는 것만 보고 있는 현실 속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게 해주었다. …… 나를 둘러싸고 있는 타자에 대한 관심이 비로소 풍경이 된다.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이 담겨 있는 풍경이 와 닿을 때마다 전공에 대한 애정이 생겨났다. 풍경을 그리는 사람은 무엇보다 타인의 얘기를 깊이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풍경이나 사람에게 공감보다는 동요되는 나에게 시네마 스케이프는 사람 얘기와 풍경 얘기를 조용히 듣는 시간이었다. 늘 드는 생각은 풍경과 사람 사이의 관계, 타자에 대한 변덕스러운 나의 태도에 대한 반성이었다. 가끔 ‘뭐가 주체일까’라는 고민에 갇히기도 했지만 언제나 두 관계는 끊임없이 사이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 물음마다의 답이었다. 영화를 통해 두 관계를 좁혀나가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으면 불안이 슬슬 걷히고, 전공에 대한 확신이 생겨났다.”(“에고 스케이프-보이는 것과 보고 싶은 것”, 33기 통신원 이삭 리뷰) 굳이 제1기 통신원의 이름을 일일이 적은 이유 는 그들의 소식이 궁금해서다. 혹시 이 글을 보고있거나 또는 그들의 소식을 안다면 『환경과조경』의 문을 두드려주기를 부탁드린다.
  • 해적선으로 떠나는 모험, 해적문어 조합 놀이대 모험심과 창의력을 키우는 물놀이터
    놀이터는 어린이들이 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이다. 아이안디자인은 다양한 이야기가 깃든 테마형 놀이 시설물 등을 통해 아이들의 모험심을 키우고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돕는다. 해적문어 조합 놀이대는 해적선을 모티브로 한 물놀이형 시설물로 해적이 된 문어와 함께 떠나는 모험을 표현했다. 먹물 대신 물줄기를 쏘는 문어, 배의 앞머리에서 발사되는 물대포, 물을 쏟아내는 대형 버킷 등을 통해 시원한 물줄기를 선사한다. 이 물줄기는 여름철 달궈진 놀이 시설과 주변의 여름철 온도를 낮춰 어린이들이 시원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게 한다. 입체적으로 물놀이를 즐길 수 있게 미끄럼틀을 중심으로 워터드롭, 워터 게이트 등 다양한 유형의 물놀이 시설을 배치했다.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서 물에 잠긴 해적선의 형상을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GRC 소재를 활용했다. 공간을 채우는 색과 구조 등은 단순할 수 있으나 안전하고 다양한 테마형 물놀이 시설은 아이들에게 풍성한 이야기와 상상력을 펼치는 장을 제공한다. 이처럼 다양한 놀이 경험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오감을 발달시키는 동시에 신체적, 정서적 성장을 돕는다. TEL. 02-2069-2422 WEB. www.aiandesign.com
  • 올망졸망 꿈의 숲 동북권 북서울꿈의숲 거점형 어린이놀이터 조성 설계공모
    2021년부터 서울시는 거점형 어린이놀이터를 통해 도심 놀이 환경 개선을 꾀하고 있다. 권역별 거점형 어린이놀이터 조성사업을 통해 5개 권역별(동남권, 서남권, 동북권, 서북권, 도심권) 시민 이용이 많은 거점공원 등에 다양한 연령의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1호 거점형 어린이놀이터를 광나루한강공원에 조성 및 개장했으며, 2호 거점형 어린이놀이터는 보라매공원에 조성 중이다. 3호 거점형 어린이놀이터는 북서울꿈의숲에 들어선다. 지난 10월 서울시는 ‘동북권 북서울꿈의숲 거점형 어린이놀이터 조성 설계공모’ 수상작을 발표했다. 당선작으로 씨토포스의 ‘올망졸망 꿈의 숲’이 선정됐다. 입선작은 엠엠엠 디자인 스튜디오+지엘에이디자인의 ‘놀이감각: 북서울꿈의 숲 경험놀이터’, 사이트닷의 ‘뭉게구릉놀이터_조이풀 클라우드(Joyful Cloud)’가 차지했다. 대상지는 북서울꿈의숲 동문 일대의 야생초화원, 계절수목원, 사슴사육장 및 주변 숲 일부 유휴 공간으로 약 8,000m2 규모에 달한다. 경사지와 숲 등 동문 일대 주변 환경과 연계한 놀이터를 조성해 다양한 연령의 어린이들이 기존 놀이 시설 중심의 놀이 행태에서 벗어나 모험 및 체험을 즐길 수 있게 하고, 보호자 등의 돌봄과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복합 여가 공간을 제안하는 것이 설계 목표다. 서울시는 기본 및 실시설계를 거쳐 2024년까지 동북권 북서울꿈의숲 거점형 어린이놀이터를 조성하고, 2026년까지 서북권 및 도심권에 거점형 어린이놀이터를 추가 조성해 5개 권역별 조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당선작, 올망졸망 꿈의 숲 씨토포스 북서울꿈의숲은 과거 놀이공원 ‘드림랜드’가 있던 자리에 조성된 공원이다. 이곳은 벚꽃길과 단풍숲 등 생태적 조경 공간, 월영지와 월광폭포 등 전통 경관,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와 문화예술 활동이 있는 꿈의숲아트센터 등 자연과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대형 공원이다. 대상지는 과거에 있던 골프 연습장을 철거해 만든 곳으로 띠, 갈대, 억새 등 그라스류를 식재한 ‘브라운 가든’, 사계절 초화류 및 빗물 수로를 활용한 ‘야생초화원’, 자작나무 숲이 있는 ‘계절수목원’이 조성됐다. 북서울꿈의숲 조성 후 축적된 기존의 경관을 존중해 연속적인 생태 환경이 유지되도록 하고, 기존의 지형 및 수종과 연계한 정서 놀이 공간을 계획했다. 놀이 시설물은 인위적인 형태를 배제하고 친환경 소재를 활용했다. 자연성이 투영될 수 있는 연령별 행태를 분석해 놀이 시설의 적정한 위치에 각각의 테마를 부여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자연의 친숙함을 제공하고, 숲과 더 깊은 교감을 전달해 자연 감성을 키우도록 유도한다. 퍼걸러 등 휴게 공간을 곳곳에 배치해 어른들도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공간은 크게 상단부와 하단부 놀이터로 나뉜다. 진입 공간인 하단부 놀이터 공간에 조성한 올록볼록 놀이 숲은 기존 경사 지형을 활용했다. 주진입 광장에서 어린이의 흥미를 유발하는 미끄럼탑과 기존 나대지를 활용한 잔디 구릉, 언덕 등 동그란 형태의 경사면을 따라 놀이 시설을 조성해 흥미로운 공간을 구성했다. 오르고 내리며 놀 수 있는 미끄럼틀과 등반 놀이대, 잔디언덕, 지형의 단차를 이용한 그물다리, 오두막을 설치해 다채로운 놀이 경험을 유도했다. 전체적으로 부지의 중간부와 상단부 구간은 기존 지형 위에 역동적인 활동이 가능한 지형 놀이 시설물을 곳곳에 배치해 아이들의 흥미를 고조시켰다. 상단부와 하단부를 잇는 뽈뽈뽈 기는 숲은 평지와 구릉이 만나는 지형을 활용해 모래 놀이터, 모래 언덕 등을 조성했다. 어린이를 동반한 어른들을 위해서 장미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퍼걸러도 함께 계획했다. 상단부의 오르락내리락숲은 잔디와 고무칩 포장을 통해 지형적 변화를 연출했다. 혹부리언덕 등 다양한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즐길 수 있게 했다. 또한 실개천과 미스트를 배치해 시원하고 쾌적한 놀이 환경을 구축하고자 했다. 자작나무 놀이숲은 기존 자작나무숲을 가로지르는 네트놀이대 등을 배치하고, 유아용 놀이방을 따로 분리해 유아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게 만들었다. 최상단에는 쉼의 숲을 새롭게 제안해 5~8세 어린이도 숲속에서 소꿉놀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환경과조경428호(2023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2023 디에스디삼호 조경나눔공모전
    지난 11월 9일,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2023 디에스디 삼호 조경나눔공모전’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공모는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주최·주관하고 디에스디 삼호, 환경과조경이 후원했다. 대상지는 경기도 용인시 신봉 2지구 공동주택 단지와 고가도로 사이의 좁고 긴 공원 예정지다. 공모를 통해 수도권의 전형적인 택지개발지구에 들어서는 평범한 공원이 일상의 삶과 거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모색하고자 했다. 박명권 발행인(환경과조경, 심사위원장), 김은희 부장(디에스디삼호), 배정한 교수(서울대학교), 강주형 대표(생각나무파트너스 건축사사무소), 박준서 소장(디자인엘), 주신하 교수(서울여자대학교)가 최종 제출된 27개 작품을 심사했다. 대상은 구륜아·김은빈·유지혜·이은송(한경국립대학교)의 ‘워킹 월(Walking Wall)’이 차지했다. 워킹 월은 일상의 공원을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해 주변 공간과 조화롭게 연결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가도로와 고층 고밀 주거단지 사이에 위치한 대상지의 악조건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으며, 특히 식재 전략과 스카이워크를 도입한 점이 돋보였다. 간결한 계획 어휘로 전체 부지를 잘 풀어낸 점이 높이 평가됐다. *환경과조경428호(2023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2023 조경비평상 심사평
    월간 환경과조경이 주최한 ‘2023 조경비평상’에는 세 편의 원고가 접수됐다. 지난 11월 17일 본지 세미나실에서 김모아 기자, 남기준 편집장, 배정한 편집주간이 토론하며 심사한 결과, 올해에는 수상작을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 비평은 일상의 글과 다르다. 논문과도 구별된다. 게다가 조경비평은 조경 행위의 결과물인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공간 또는 현상을 기술, 해석, 평가하는 작업이므로 쉽지 않은 글쓰기 장르다. 하나의 조경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중성의 물체가 아니다. 작품을 생산한 설계자와 설계 작업의 과정, 작품이 구현되는 부지의 성격과 맥락, 장소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환경, 장소에 쌓인 시간과 역사, 공간을 쓰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 당대의 라이프스타일과 미감이 뒤엉켜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한 편의 글에서 이 모든 것을 포착해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달리 말하자면, 구체적인 주제와 선명한 관점, 일관성 있는 논리 전개와 고유한 주장이 있어야 조경비평의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심사에서 읽은 원고 세 편은 모두 주장이 분명한 편이었지만, 주장하고자 하는 논점을 명료하게 끌고 나가는 구성력이 약했다는 점에 심사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환경과조경428호(2023년 12월호)수록본 일부
  • [기웃거리는 편집자] 메리 크리스마스
    “동시 접속한 인원이 12,194명입니다.” 유명 아이돌 콘서트나 프로 스포츠 결승전 같이 인기가 많은 공연이나 경기의 티켓을 구매할 때 종종 보는 문구다. 그런데 이 문장을 콘서트, 경기 티켓팅(ticketing)이 아닌 어느 공간을 가기 위한 입장표 구매 사이트에서도 만나게 됐다. 바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더현대 서울에 꾸며진 해리의 꿈의 상점(La boutique d’Harry)이다. 더현대 5층 한가운데 있는 이곳은 매년 12월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작년은 해리와 곡물창고라는 주제로 꾸려졌고, 올해는 유럽의 어느 상점 골목을 표현했다. 작년에는 현장에 가야 마을에 들어갈 수 있는 표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입장표를 뽑기 위한 대기 번호가 600번대라는 말을 듣고 가고 싶은 마음을 접었다. 올해는 온라인 티켓팅이 있다는 소식을 접해 티켓팅 오픈 시간에 맞춰 5분 전부터 대기했지만, 나보다 빨랐던 1만 명에 밀려 올해도 가긴 글렀다. 크리스마스에 진심이 된 지는 나름 오래됐다. 넘길 달력이 한 장 밖에 남지 않아 마음이 뒤숭숭해져서 그런지, 유난히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홀려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11월부터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캐럴로 채워진다. 서울에서 처음 크리스마스를 보낸 곳은 명동이었다. 인파에 밀려 무빙워크를 탄 듯 몸이 저절로 움직였던 기억이 강렬했지만, 스피커를 타고 흘러 나왔던 캐럴과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서 울리던 종소리로 가득했던 그때의 그 분위기는 크리스마스의 매력을 느끼기 충분했다. 휴학 시절에 하고픈 목표 중 하나가 ‘사계절 담기’였다. 덕수궁 은행나무 길부터 석촌호수 벚꽃 길까지. 최대한 다양한 풍경을 담고자 했었다. 겨울을 담을 스폿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골랐다. 청계천, 종로 등 유명한 장소뿐 아니라 카페 안 등 서울 곳곳의 트리를 수집했다. 트리 사진을 한 장, 두 장 모으다 보니 특유의 크리스마스만의 따뜻한 분위기와 한 해를 잘 마무리했다고 자축하는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사진 프레임에 지나가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들이 걸려 크리스마스 트리를 온전히 담기 힘들었다. 그래서 사람이 얼마 없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기도 했다. 동네에 롯데‧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주민들이 많이 찾는 쇼핑몰이 있다. 나에겐 이 쇼핑몰은 봄에는 근처 하천변에 핀 벚꽃을 보러가는 명소이자 여름에는 에어컨이 빵빵한 더위 피난처이자 가을‧겨울에는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곳이다. 나가고 싶은데 멀리 가기 싫으면 자연스럽게 이곳에 온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쇼핑몰을 다니다가 새로운 공간을 찾았다. 꼭대기 층에 영화관이 있는데,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을 발견했다. 건물과 건물을 잇는 브리지인 줄 알았는데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니 옥상정원이 있었다. 방문객들의 쉴 공간인데 아직 이곳의 정체를 잘 모르는 듯 사람이 많지 않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반짝이는 나무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 머리에 별을 단 큰 나무와 몇 그루의 작은 나무에 흰 불빛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유명 쇼핑몰처럼 크리스마스 소품 등을 활용해 화려하게 꾸며 놓진 않았지만 여기에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벤치에 앉아 주변을 찬찬히 둘러봤다. 트리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 사랑하는 이와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사람, 아이와 신나게 뛰어다니는 사람 등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날의 그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온전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어쩌면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체력이 좋았던 시절이여서 크리스마스 풍경을 담으려 열심히 돌아다녔을지도 모른다. 체력이 금방 떨어지는 요즘도 여전히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올해는 어디서, 어떻게 보낼까 고민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에 가야만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젠 안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밥 한 끼 먹는 것,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쉬는 것도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올해도 그 옥상정원 트리 옆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케이크 한 조각 먹어야겠다. (조금 이르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 [편집자가 만난 문장들] 행복하세요. 저도 행복할게요.
    시침과 분침이 하나의 직선이 되는 순간, 저녁 여섯 시는 세상 모든 직장인을 설레게 한다. 특히 평일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금요일이면 더더욱. 주말의 정확한 정의는 토요일과 일요일이지만, 사실 마음속에서는 금요일 사무실 문밖을 나가는 찰나부터 휴일이 시작된다.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는 지금은 금요일 오후 다섯 시 반, 삼십 여 분 쯤 뒤면 집으로 달아날 수 있다. 그 발걸음이 둥둥 떠다니는 풍선처럼 가벼워야 하는데 조금 묵직한 까닭은, 내일 있을 연례행사 때문이다. 김장철이 돌아왔다. 집에 가면 갓과 쪽파를 다듬고 반으로 갈라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 한다. 벌써 어깨가 뻐근해지는 기분이지만, 일 년 내내 무사히 김치를 얻어먹기 위해, 또 모든 게 끝나면 식탁에 오를 따끈한 수육을 생각하며 조금만 참기로 한다. 생전 관심도 없던 김치 만드는 방법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 건, 내가 아무리 흉내 내려 해도 엄마가 만든 김치찌개를 따라 끓일 수 없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엄마가 알려준 방법대로 해도 그 맛이 도무지 나지 않는다. 그나마 찌개는 두 스푼, 물 두 컵 같이 나름의 계량법이라도 있는데 김치처럼 그 양이 커지면 따라 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갓하고 쪽파는 대야에 이만큼 찰 정도로, 고춧가루는 이만치, 액젓은 대야 가장자리를 따라 서너 바퀴 돌려서, 새우젓은 숟가락에 봉긋하게 올려서 짭짤하겠다 싶을 만큼, 설탕은 탈탈탈……. 뭐 어쩌라는 거지. 온갖 모호한 표현들을 듣고 있으면 그냥 평생 엄마 옆에서 살아야지 그런 결심이나 든다. 과학자들은 대체 저런 감을 익히는 방법은 개발 안하고 뭐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또 이런 막연한 표현을 계량화해주는 기술이 개발되면 반가울까? 편하기야 하겠지만, 입맛을 돋우는 효과는 좀 적을 것 같다. 나는 “김장 끝나면 김치 칼로 자르지 말고 길게 죽죽 찢어서 삶은 돼지고기 요만하게 잘라서 싸먹자”는, 친근한 단어들로 무장된 표현에 침을 꼴깍꼴깍 넘기는 사람이니까. 트위터리안(트위터에서 엑스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영 입에붙지 않는다) 중에 마포농수산쎈타(@mapo_nongsusan)를 참 좋아한다. 주로 올리는 건 해 먹은 음식의 사진. 날이 추울 때 순두부찌개, 비 오는 날에 파전 같이 딱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을 올려 날 미치게 만든다. 더불어 구수한 말투로 곁들이는 레시피가 일품이다. “미나리 돌돌돌 만두도 돌돌돌 버섯도 돌돌돌 맛 좋은 한돈 앞다리살루다가 뭐든 돌돌 말아 데굴데굴. 냄비에 숙주 듬뿍 깔구 액젓 쪼로록 다진 마늘 퐁 10분만 끓여주셔요. 요건 뭔가 싶다가도 스윽 갈라 보면은 짜란. 고기쌈도 사람도 속을 봐야 알지요. 밥 챙겨먹어요. 행복하세요. 저도 행복할게요.(각주 1)” “야채의 자연스러운 단맛은 마음을 살살살 풀어주고 그래요. 맑은 국물에 양배추 숭덩숭덩 돼지완자 동그르르 퐁당. 참깨드레싱에다진 마늘 요만치 땡초 대파 쫑쫑쫑 라조장 찔끔. 참깨 소스 퐁 찍어다가 덥석. 요게 아주 그냥 끝도 없이 들어가거든요. 밥 챙겨먹어요. 행복하세요. 저도 행복할게요.” 어떻게 따라 만들지 막막하지만 그래도 각종 숫자와 단위로 무장한 요리법보다 저런 표현들을 따르고 싶어진다. 조금은 다른 맛이 나더라도 심지어 실패하더라도, 레시피 말미에 붙은 말처럼 나름대로 행복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인기에 힘입어 레시피북(『밥 챙겨먹어요, 행복하세요』, 세미콜론)도 출간한다는 소식에 바로 들었던 생각은 혹시 내가 좋아하는 그 말맛이 평범한 요리책처럼 정제되는 과정에서 사라졌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기우였지만 말이다. 조현진과의 인터뷰(94쪽)에서, 여리고 아름다운 식물의 예쁨에 대해 말하다보니 내 손길에 의해 사라져버린 문장들이 떠올랐다. 조경설계를 다루는 전문지 특성 때문에, 가끔 식물에 대한 여러 수식어는 문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라져버리곤 한다. 예를 들어,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리고 가느다란 초화류’는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초화류’와 같이 정돈된다. 완전히 뜻이 같진 않지만 비슷하다는 이유로 사라져버린 표현들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지루함을 느끼게 하진 않을까. 조경의 주요 소재인 식물에 대한 관심을 꺼트리지는 않을까. 식물에 대한 낭만적 언어를 그대로 살릴 수 있는 꼭지를 하나 마련해도 좋을 것 같다. 조금 이르게 새해에 해야 할 일 목록의 한 줄을 채운다. 각주 1.이 지면과 딱 어울리는 문장은 아니지만, 2023년을 행복하게 마무리하기를 바라며.
  • [COMPANY] HDC랩스
    HDC랩스는 HDC그룹의 공간 AIoT(인공지능융합기술) 기업으로, HDC아이콘트롤스가 HDC아이서비스를 흡수·합병한 뒤 이름을 바꿔 새롭게 출발한 기업이다. 2021년 HDC랩스는 기업 슬로건인 리:디파인(re:define)(사람들의 모든 생활과 가치를 아우르는 공간 솔루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간, 미래, 삶을 재정의한다)을 실현하기 위해 조경 전문 브랜드 ‘디플로라(D'Flora)’를 론칭했다. 그간 쌓아온 디자인 빌드형 공간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과 스마트 기술의 결합을 시도하는 디플로라는 공간 트렌드를 이끌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가능한 공간과 시설물을 선보인다. 디플로라는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기술을 통해 실내외 맞춤 식물상flora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외부 공간뿐 아니라 실내, 테라스 등 적용 공간에 한계를 두지 않고 스마트 바이오필릭 솔루션을 제시한다. 디플로라 테라피 갤러리, 공간에 기술을 더하다 지난 10월 28일, 신길 센트럴 아이파크에 디플로라 시스템을 적용한 ‘디플로라 테라피 갤러리’가 들어섰다. 디플로라 테라피 갤러리는 하이파크시티 일산 아이파크 1단지(2021년 11월 완공)에 선보인 바 있는 치유정원에 디플로라 시스템을 적용해 업그레이드한 온실형 티하우스다. 중앙 잔디마당에 위치한 디플로라 테라피 갤러리는 온실형 티하우스와 정원으로 구성된다. 잔디마당 앞에 흐르는 계류를 바라보도록 온실형 티하우스를 배치하고, 식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얻어 힐링을 꾀할 수 있는 정원을 조성했다. 정원에서 식물의 공기 정화, 꽃과 잎에서 나는 향기를 통한 아로마 테라피, 색채를 이용한 컬러 테라피, 식재 질감을 통한 센서리 테라피 효과를 볼 수 있다. 온실형 티하우스에 적용한 디플로라 시스템의 장점은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인력에 의존해 시설물을 관리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식물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습 방지용 미관수 로직이 적용되어 있어 습도 값에 따라 자동 및 강제 관수가 이루어진다. 가스 센서는 각종 미세먼지와 공기 질을 측정한다. 이 기록을 한국환경공단 공식 측정소의 미세먼지 데이터, 바이오임피던스 센서에 의해 측정된 식물 건강 지수와 함께 표출해 사용자에게 내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로써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인력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으며, 조경 하자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HDC랩스 관계자는 “스마트 바이오필릭 솔루션 제공을 위해 스마트 조경 관리 시스템과 사용자 모드 결합 등 단계적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디플로라를 통한 지속가능한 그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G-DX)(Green 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해 앞장서고 있으며, 향후 확장성과 혁신적 발전을 위해 HDC현대산업개발과도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HDC랩스는 지난 7월 애프터레인과의 업무 협약를 통해 디플로라 시스템을 본격화하고, ‘식물 관리 환경이 자동 조절되는 스마트 가든 시스템’에 대한 특허 출원 및 우선 심사 신청을 지난 9월 완료한 바 있다. 글 김모아 사진 HDC랩스 TEL. 1899-1909 WEB. www.hdc-labs.com
  • [PRODUCT] 자연과 교감하는 놀이터 ‘파브르 곤충기’ 창의력과 상상력을 높이는 안전한 놀이터
    어린이들이 도심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놀 수 있다면 어떨까. 이제 놀이터는 더 이상 단순한 놀이와 탐구의 장소가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며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장소다. 예건의 복합놀이시설 브랜드 아이붐I-BOOM은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놀이터를 제작한다. 파브르 곤충기 놀이터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다양한 놀이 기구를 이용해 신체 능력을 발달시키고 친구들과 협력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만든다. 곤충 조형물은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동시에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다양한 놀이 유닛을 조합해 대형 놀이터부터 소규모 공원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놀이 기구 높이가 다양해 고학년부터 저학년까지 모든 어린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통합 놀이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그간의 노하우를 적용해 아이들의 부상 등을 고려해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했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촉감의 1~2등급 목재를 사용해 아이들의 정서를 함양시키고 오감을 키울 수 있게 한다. TEL. 02-324-0070 WEB. www.iboom.co.kr
  • 바람, 풀, 그리고 정원 2023 서울정원박람회 월드컵공원 하늘공원에서, 10월 6일부터 12일까지
    지난 10월 6일부터 12일(상설 전시는 11월 15일까지)까지, 2023 서울정원박람회가 월드컵공원 하늘공원에서 개최됐다. 이번 정원박람회의 주제는 ‘바람, 풀, 그리고 정원’으로, 개최지인 하늘공원의 억새밭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주제로 전문가·학생·시민이 조성한 정원을 선보이고, 정원산업전과 정원문화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선사했다. 억새밭 사이로 초청정원, 전문 정원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가정원, 조경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만든 학생정원, 정원을 좋아하는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모아정원, 이벤트 성격의 소규모 정원인 포토가든 등 40개의 정원이 조성됐다. 초청정원은 2022년 서울시 조경상 대상을 수상한 조용준 소장(CA조경기술사사무소)이 만들었다. 올해 작가정원 금상은 ‘자연과의 조우: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이상수 소장(스튜디오201)이 차지했다. 이상수는 “설계만 거의 15년을 해왔지만 직접 시공을 하는 건 처음이라 어려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분이 도움을 주어 수상을 할 수 있었다”며 사무실 식구들과 홍광호 소장(리스케이프), 차용준 소장(지오가든), 안성연 소장(피오니홈앤가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번 정원박람회는 하늘공원의 대표 가을 행사인 서울억새축제(10월 14일~20일)와 함께 열려 정원박람회를 잘 모르는 일반 방문객도 정원 문화를 가볍게 체험하고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의 주거 형태 절반 이상이 아파트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녹지, 정원, 풀, 숲 등의 공간은 로망”이라며 “이런 녹지를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도록 도심 곳곳에 더 많이 만들어 나가는 게 시의 사명이다. 서울정원박람회를 서울시의 대표 문화 관광 상품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방식의 여가를 선사한 정원박람회의 정원 중 초청정원과 작가정원을 소개한다. 초청정원, 소리의 정원, 조용준 소리의 정원은 억새 군락 속 드러나지 않는 지름 9m의 콘크리트 원판이다. 1.2m 높이로 띄운 원판은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쓰레기 산이었던 하늘공원의 자연과 인공의 소리를 담고 있다. 2023년 7, 8월 두 달 동안 채집한 소리를 세 개 주제로 분류해 정리했다. 소리를 탐구하는 것은 또 다른 부분의 자연을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QR코드를 새긴 11개의 반사판을 원판을 따라 배치했다. 원판의 QR코드를 찍거나 앱스토어를 이용하면 ‘소리의 정원’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조용준이 채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원판 중심에는 하늘공원에서 자라는 식물들로 만든 25개의 레진 아트 작품을 설치했다. 소리의 정원에 담긴 다양한 하늘공원의 소리는 땅의 과거와 현재를, 인공과 자연을, 정원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환경과조경427호(2023년 11월호)수록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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